서평: 김경재 등이 쓴 <무례한 복음>, 아프간 사태 이후 한국교회 선교정책 제시

(서울) 권성권 기자 = 한국 기독교의 해외선교활동이 본격화된 것은 1990년대 이후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올라갔다. 해외 송금을 비롯한 해외여행 규제도 완화되었다. 그 무렵 성장세가 멈춘 한국 기독교는 그 돌파구를 해외선교에 돌렸다. 해외선교는 교회 내부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결속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것이 곧 해외선교의 붐이 일어나게 된 배경이다.

그런데 문제는 근본주의적 선교의식과 실적위주의 선교정책에 있었다. 선교사를 해외에 파송한 국내 교회에서는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많은 개종자를 얻기를 바랐다. 뿐만 아니라 많은 현지 교회를 개척하도록 암묵적으로 강요했다. 그러한 '외압'에 처한 선교사는 무능한 자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 타 교파나 타 교단이 수확한 교인을 가로채기도 했다. 더욱이 금품을 살포하는 비정상적인 방법까지 동원했다.

최근 들어 발생한 아프간의 문제도 근본주의적인 선교의식의 연장이라 할 수 있다. 봉사단체라는 이름으로 들어갔지만 깊이 살펴보면 근본주의적인 선교정책의 한 단면임에 틀림없다. 그로 인해 한국 교회와 여러 선교단체들은 세상으로부터 비판과 조롱을 받고 있다. 이러한 때에 바람직한 선교가 과연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김경재 외 여러 사람이 쓴 <무례한 복음>은 한국 기독교의 선교와 문제점, 그리고 그 대안들을 성찰하고자 하는 뜻에서 나왔다. 아프간 피랍사태 이후 불거진 교회와 사회 사이의 첨예한 갈등을 한국 기독교가 비판적으로 수용 성찰하고, 좀 더 넓은 지평의 선교정책과 대안을 내 놓고 있다.

사실 대형교회는 말할 것도 없고 중소형 교회들도 해외 단기선교를 감행해왔다. 소위 '비전트립'으로 불리는 선교현장에 젊은이들을 뛰어들게 했다. 그래서 정복주의 욕망에 지나지 않는 '땅 밟기'를 한다든지, '사영리' 같은 소책자를 현지어로 읽어주고 '예, 아니오' 식의 복음영접을 통해 귀국보고회를 갖기도 한다.

우리나라 보다 못한 필리핀이나 소말리아 같은 곳에서는 '돈 선교'를 행한다. 돈과 식료품 등을 제공하여 영혼을 구매하는 행위가 그것이다. 더욱이 갖가지 봉사단체를 가장한 선교행위도 이와 결코 다르지 않다. 일부 교회에서는 더 짜릿한 선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위험한 지역을 선호하기도 한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가끔씩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 선교사들 집에 하인들이 한 두 명 일한다는 것과 현지 사업에도 한국 선교사들이 뛰어난 수완을 발휘한다는 소식이다. 그런데도 한국 기독교 선교당국에서는 이를 제제할 방법이 전혀 없다. 그런 사실들이 이미 MBC 을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그런 일들은 이미 19세기 우리나라에 파송된 미국 선교사들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그들은 의료와 교육 선교 등의 순수한 복음을 전해주었을지 몰라도, 각종 이권에도 서슴없이 개입하여 그 이익을 빼돌리기도 했다.

"미국선교사 알렌은 첫 발전소 계획을 세우고 이권을 취했으며, 미국 기업체들로부터 전화 및 수도시설을 끌어들여 이득을 취하게 했다. 또한 평안북도 운산금광의 채굴권을 팔아넘겨 당시 1500만 달러의 국부를 유출했다. 언더우드는 석유와 석탄 등을 미국에서 수입하여 이득을 취했으며, 마펫은 압록강 주변의 산림 채벌권을 얻어 거대한 이권을 챙겼다."(139쪽)

그렇다면 19세기 서구 근본주의적 제국주의 선교역사로부터 한국교회가 갖추어야 할 자세는 무엇인가? 그것은 다른 모든 선교의식이나 선교정책을 '하나님의 선교'에 맞추는 일이다. 이는 기존의 교회 중심적 선교를 넘어서는 일로서, 기독교화를 뛰어넘어 세계 안에 정의와 평화를 구현하는 것을 선교의 본질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그 본질적인 모델로 두 개의 선교단체를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개척자들'이라는 단체다. 지난 8월 아프간에서 철수했던 7개의 한국 국적의 NGO들은 대부분 구호개발 NGO였다. 그러나 이들은 스스로 '평화교육 NGO'라고 밝혔다. 이들은 행위를 하는 주체와 객체로 나누기보다 서로가 대등한 주체로 참여토록 하고 있고, 다른 종교단체와 연대를 통해 국내외 평화 문제까지 협력하고 있다.

다른 한 단체는 1930년에 이슬람 지역의 알제리에 처음 세워진 수녀회다. 이 단체의 모토는 '이웃과의 우정'으로서, 3~4명 단위로 가난한 계층에 들어가 육체노동자로 생활한다. 그들은 기독교인이건 아니건 그들 속에 하나님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들 속에 하나님을 발견하려고 노력한다. 작은 두건과 십자가 목걸이를 한 그들의 모습이 예수의 얼굴을 만나게 하는 유일한 표식이자 언어라고 한다.

"이들에게 선교는 봉사, 구호나 개발, 혹은 평화라기보다는 '일상'이다. 평범하게 삶을 나누는 것이다. 그 평범함 속에 서로 신의 얼굴을 발견해가는 것, 그것이 그들에게 선교인 것이다. 그것은 함께 아파하는 것이고, 함께 즐거워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께 하는 것의 발견이야말로 선교의 과정이고 결과인 것이다."(313쪽) (오마이뉴스 제휴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