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공식 발표...정치적 논란 더 커질 듯

(서울) 황방열-김태경 기자 (오마이뉴스) =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달 28~30일로 예정됐던 2차 정상회담이 10월 2일부터 4일까지 한달 정도 연기됐다고 18일 오후 공식 발표했다.

천 대변인에 따르면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은 18일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앞으로 전통문을 보내왔다. 그는 전통문에서 최근 북한의 수해 피해 복구가 시급한 점을 고려해 8월 말로 합의된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10월초로 연기하되 구체적인 방문 날짜는 남측이 편리한 대로 할 것을 제의했다.

천 대변인은 "북한 대부분 지역에 연일 폭우가 내려 많은 피해를 입었으며 수해를 복구하고 주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북측이 밝혔다"면서 "북측은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실무 준비접촉결과도 그대로 유효하다며 이에 대해 남측의 이해와 호응을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는 오늘 오후 2시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회를 개최해 북한의 제의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며 "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일자를 여러 가지 일정을 감안하여 10월 2일(화)부터 10월 4일(목)으로 조정해 북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북측도 18일 오후 전통문을 보내와 이에 동의했다.

천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이미 결정한 북한 수해 긴급 구호물품을 하루빨리 북측에 전달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적극 강구해 나갈 것"이라며 "국회, 한적 등 대북 구호단체, 시민단체 및 국제사회와 협조해 수해복구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300여명 사망실종...사실상 국가 비상 사태

북은 지난해 여름에도 막대한 수해 피해로 아리랑축전을 취소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폭우 피해가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7일 < AP통신>에 따르면 국제적십자사 평양주재 대표 대행인 테리예 리스홀름은 이번 수해로 북한 주민 221명이 사망하고 82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또 8만 가구가 피해를 입고 35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유엔 긴급구호 조정 담당 부책임자인 마가레타 월스트롬 사무차장에 따르면 북한의 곡창지대에 피해가 집중됐으며 특히 황해북도의 경우 경작지의 70%가 수해 피해를 보았고 병원의 절반이 파괴됐다. 800곳 이상의 공공건물, 540개의 교량, 70곳의 철로, 500곳의 고압송전탑이 파괴됐으며 30곳이 넘는 저수지, 450곳의 농업시설이 피해를 입었다.

휴전선과 인접한 경기도 연천군 중면에는 최근 이번 수해로 사망한 북한 주민으로 추정되는 시신 8구가 떠내려 오기도 했다.

이재정 통일부장관도 17일 브리핑에서 "이번 수해로 북한의 곡물 생산이 15만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며 "북한은 사실상의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민들에게 복구 작업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정부는 71억원 상당의 긴급 구호물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평양 580㎜, 평안남도 북창 796㎜, 강원도 회양 745㎜ 등 북한 연평균 강수량의 50~60% 정도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이는 예년 북한 8월 강수량의 3배 정도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도 한달간 총 50만명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긴급 식량지원 프로그램을 북한에 제안했다고 17일 밝혔다.

대선 직전으로 연기... 정치적 논란 더 커질 듯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이용선 사무총장은 "이번 북한 수해는 사람 피해도 많지만 전반적으로 논밭과 사회 간접자본 피해가 심각한 것 같다"며 "탄광과 발전소도 수해를 입었고 통신 시설도 파괴되어, 러시아 연해주에서 북한과 전화 통화가 며칠째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3일 북한 영유아 지원 사업 때문에 개성에서 북쪽 민화협 인사들과 만났던 사람들의 얘기로는 북쪽 관계자들이 평양에서 개성까지 오는 데 5시간이 걸렸다고 했다"며 "보통 2시간30분이면 가능한데 평양-개성 도로가 피해를 입어 우회하느라 시간이 2배나 더 걸렸다는 게 북쪽 관계자들의 말"이라고 전했다.

이 사무총장은 "북한 경제규모로 볼 때 이 정도 수해면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평양 시내도 저지대가 물에 잠기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북한 당국이 평양 시내가 어느 정도 정돈된 다음에 정상회담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상회담이 10월 초로 연기되면 시기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10월 초면 대선이 불과 두 달 반 앞이다. 정치적 논쟁이 더 격화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것을 우려해 정부는 어떻게든 8월 안으로 정상회담을 개최하려 했으나 수해 때문에 차질을 빚게 됐다.

과연 북한의 수해 피해가 정상회담을 연기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인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질 것이다. 보수진영 입장에서는 북한이 수해 피해를 핑계로 정상회담을 연기해 대선에 영향을 끼치려 하는 것 아니냐는 공세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또 남북 정상회담으로 6자 회담의 추진 동력을 한층 더 강화시키려던 우리 정부의 노력에도 일정 정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