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그레나 기자 및 두명의 요원은 부상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군이 이탈리아인 기자와 정보부 요원이 타고 있던 차를 공격해 이탈리아인 기자를 비롯한 3명이 부상당하고 이탈리아 정보부 요원중 1명이 사망한 것으로 미국과 이탈리아 정보 기관이 발표했다고 뉴욕타임즈가 4일(미국시간)보도했다.

사고 차량에 있던 이탈리아인 기자는 이라크 게릴라에게 납치를 당했다 이탈리아 정보부 요원에 의한 협상으로 풀려나 돌아오던 중이었다.

실비오 베루스코니 이탈리아 수상은 로마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3명의 이탈리아 정보부 요원들은 납치당한 기우리아나 스그레나(56) 기자의 석방협상을 위해 활동중이었으며 이번 총격에서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당하였다고 발표했다.

미 국방성 대변인은 이탈리아 기자가 타고 있던 차가 당일 오후 8시55분경 검문소를 통과하던 중 총격전이 발생했으며 스그레나 기자는 현재 빅토리 미군기지에서 보호중이라고 밝혔다.

빅토리 미군기지는 바그다드 국제공항 근처에 있으며 이라크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불리는 도로를 관리하고 있다.

워싱턴 "기자 석방 사전 연락 못받아"

워싱턴의 한 관계자는 미국측 책임자는 스그레나 기자의 석방에 대해 사전연락을 받은 바 없으며 총격을 가한 군인들 역시 인질이 차안에 있었는지 몰랐었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위트만 국방성 대변인은 군인들은 불빛과 수신호를 이용하여 신호를 보내고 고속으로 접근하는 차의 경우 경고 발포를 한 후 차량이 멈추지 않거나 속도를 줄이지 않을 경우에만 발포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일어난 주위의 5마일정도의 도로는 게릴라들이 도로주위에 폭탄등을 설치하여 군인 및 민간인 차량들을 공격하는 지점이라며 이라크에 있는 미군들은 고속으로 질주하는 차량에 대해 항상 경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캇 맥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뉴저지와 인디애나주를 방문중인 부시 미 대통령이 자신의 전용기에서 베루크코니 수상에게 전화를 걸어 유감의 뜻을 전했다고 밝히며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히 조사를 할것"이라고 발표했다.

바그다드에 있는 한 군사전문가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지역은 제10산악사단과 제42보병사단 소속의 69보병연대, 그리고 국토방위군이 공항으로 통하는 길을 확보하기 위해 활동중인 도로라고 전했다.

납치당했던 스크레나의 상관인 가브리엘 폴로는 아프콤 이탈리아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이탈리아 정보부의 니콜라 칼리파리요원은 스그레나 기자를 보호하기 위해 감싸고 있던 도중 사망했다고 밟혔다.

양국간에 미묘한 기류 형성...반전시위-철군 요구 강화될 듯

한편 이번 총격사건으로 미국과 이탈리아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베루스코니 이탈리아 수상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꾸준히 지지했으며 로마의 거리에 넘쳐나는 시위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천여명의 병력을 이라크에 파병했다.

비록 미국이나 영국이 파병한 수에 비해 적은 수를 파병하기는 했으나 이탈리아의 파병은 부시 미 대통령에게 있어서는 서유럽 주요국가중 하나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지지하고 있다는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스그레나 기자가 근무하는 좌익계 신문인 ‘일 매니페스토’의 주도로 반전시위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베루스코니 수상에게 이번 사건에 대해 미국측에 강력하게 항의하는 것은 물론 이라크에 주둔중인 이탈리아군의 철수를 요구할 것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스그레나 기자의 석방소식이 발표된 후 귀국길에 발생한 사건이어서 이탈리아 인들의 감정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베루스코니 이탈리아 수상은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기쁨이 슬픔으로 바뀌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공식발표를 듣는 순간 할 말을 잃은 채 굳어 버렸다”고 말했다.

베루스코니 수상은 사건보고를 받은 직후 로마 주재 미 대사인 멜 셈블러를 불러 총격사건에 대한 자세한 해명과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다.

미군 교전규칙에 의문점 제기

이번 총격사건은 미군의 교전규칙, 특히 도로상에서의 민간인 차량에 대한 교전규칙에 대해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군은 도로에서 얼마나 많은 교전이 발생했으며 그들중 무고한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한 수치가 얼마인지 발표한 적이 없다. 그러나 최근 몇개월동안 이같은 사건은 기자들에 의해 세상에 공개되었다.

지난 1월에는 25사단 소속 군인 다섯명이 아이들을 포함한 7명의 민간인들이 타고 있던 차를 향해 발포, 차에 다고 있던 부모는 사망하고 1명의 아이가 부상을 당한 사건이 발생한 사건이 신문에 보도되었다.

2월 5일에는 시속 6마일로 주행중인 도로공사회사 소속의 차량을 향해 발포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와 미국정부 관계자들은 스그레나 기자의 석방과 민간인 차량을 이용한 이동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스그레나 기자는 2월4일 바그다드 대학에 있는 모스크에서 난민들을 취재한 후 납치 당했으며 그녀와 함께 있던 현지 고용인은 탈출했다.

납치 2주후에는 ‘국경없는 무자히딘’이라는 단체에 의해 그녀의 모습과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내용의 비디오 테잎이 공개되었다. 스그레나 기자는 그동안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하는 기사와 아울러 이슬람 원리주의의 단점을 다룬 기사도 쓴것으로 밝혀졌다.

이라크 전쟁 이후 200여명의 외국인이 인질금을 노리는 단체에 의해 납치를 당했으며 대부분 무사히 돌아왔으나 약 30여명은 이 과정에서 죽임을 당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8월 나자프의 봉기를 취재하기 위해 바그다드를 출발했던 엔조 발도니 기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겪었다.

한편 국제기자보호협회는 이라크인을 포함한 최소 27명의 기자들이 납치를 당했다고 발표했다. 오랫동안 프랑스 신문인 리베레이튼의 전쟁 특파원으로 활동해온 플로렌스 어우비나의 경우 아직 인질로 잡혀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9월에도 구호활동을 벌이던 시모나 파리(29)와 시모나 토레타(29)가 대낮에 납치되었다가 3주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 편윤석-김명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