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나눔의 경제학'을 향하여

역사이래로 부의 재분배 문제는 인간사 최대 쟁점중 하나가 되어왔다.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토지물림 희년제도 뿐 아니라, 수입의 십분의 일을 떼어 제사계급외에 과부와 고아와 가난한자, 객들을 위해 사용케 하였다.

현대 자본주의 체제하의 정치인들이 선거에 이기고 지는 문제가 바로 이 부의 재분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경제이론들도 이 분배문제를 여하이 다룰 것인가에 저마다 대 이론 이라는 것을 내 놓는다. 그러나 역사이래로 골칫거리가 되어온 이 부의 재분배 문제에 시 공을 초월한 정답을 제공한 경제이론이 있는가?

실패한 사회주의, 사악한 자본주의

어쩌면 인간사의 영원한 숙제로 남게될 분배문제 해결의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인가? 그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인간의 한도 끝도 없는 탐욕과 이기심이다.

사회주의자들은 이러한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강압적 제도아래 순치하여 모두가 잘 사는 나라 를 건설하려다가 모두가 못 사는 나라 를 만들어 내고 말았다. 사회주의 분배론의 가장 큰 문제는 인간은 본래가 탐심과 이기심의 덩어리 라는 사실을 너무 나이브하게 받아들인데 있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쓴다 는 사회주의 이상론을 받아들일 만큼 순진한 존재가 결코 아니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너무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사회주의 이상론이 50년도 지나기 전에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보고 "그러면 그렇지, 이제는 우리가 이겼다"고 쾌재를 불렀던 자본주의 체제는 어떤가.

자본주의 체제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인류발전의 원동력으로 역이용하여 부의 확장에 크게 성공하였다. 그러나 곧바로 극심한 부의 불균형을 초래했다. 자본주의는 사회진화론적 적자생존의 틀속에 너죽고 나살자 는 정글의 법칙을 근간으로 지탱되는 체제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최대 약점은 건강하고 영리하고 능력있는, 소위 가진자들 은 유감없이 탐욕과 이기심을 발휘하여 무한대의 부를 축적 할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 즉 노약자, 병자, 지체 부자유자, 저능자, 심약자 등 소외그룹을 챙길 수 없다는 데 있다

일찍부터 사회주의자들은 자본주의 체제는 이러한 자체모순을 극복할 대안부재로 갈등구조가 심화된 나머지 결국 무산자 대중에 의해 타도 되고 말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러나 영리한 자본주의자들은 각종 웰페어 제도 등 재빨리 수정보완책을 끌어들였는데, 이는 다름아닌 사회주의식 분배론을 변형시킨 것에 불과한 수정 자본주의 '잡탕 분배론' 이었다.

수정자본주의 잡탕론 분배논리라는 것도 결국 자국 밖을 벗어나 자국 이익중심의 외교무대에 올라가는 경우, 특히 지구 한쪽구석 한국땅에 질기게도 살아있는 냉전 이데올로기까지 이 외교논리에 첨가되면 전혀 맥을 출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산술적 상호주의의 허구

우리는 한쪽이 굶어죽고 있는데 도와주면 군량미로 들어간다 거나 길 터주고 퍼다만 주다 당하고 마는 것 아니냐 며 끈질기게 상호주의를 주장하는 보수주의 군을 오늘도 보고 있는 중이다. 일종의 외교문제이니 자국 의 이익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평화통일의 상대라는 북한을 상대로 이것이 온당한 생각인가? 그들이 말하는 상호주의는 무엇인가.

전두환씨는 지난해 봄 합천고등학교학생들 앞에서 상호주의를 저쪽이 한대 치면 이쪽도 한대치는 것 이라고 해석했다고 한다. 12 12를 성공시킨 군인다운 해석으로, 우리는 이를 편의상 말로 주고 말로 받기 식 상호주의, 젊잖게는 산술적 상호주의 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식의 산술적 상호주의는 50여년간 지속된 체제경쟁에서 북한을 압도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문제이다.

예를 들어, 엄청 먹어대야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 스모 선수가 필자에게 '나 한숫갈 먹고 너 한 숫갈 먹기' 식 상호주의를 하자고 한다면 이는 진정한 의미에서 상호주의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산술적 상호주의는 '북한이 경제파탄으로 굴복해서 고개 숙이고 구걸을 간청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겠다'는 가진자의 오만함에서 나오는 행태에 불과하다. 이러한 산술적 상호주의에는 다가올 통일시대를 대비한 분배의 재편성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통일 독일에서 보고 있는 중이다.

모두를 살리는 '나눔의 경제학'

머리만 굴려서 만들어낸 경제이론과 정책속에서 실현 불가능한 분배의 정의는 인간의 가슴으로 빚어내는 '나눔의 경제학' 속에서 실현될 수 있다. 가슴으로 빚어내는 경제학은 너도 살리고 나도 살리는 상생의 경제학이다. 머리로 만든 경제학은 나누어야할 떡을 독식케하는 이기의 경제학이요, 자신도 죽이고 객도 죽이는 공멸의 경제학이다.

집나간 둘째아들 폭싹망해 쪽박차고 돌아오기 기다리듯 북쪽이 그렇게까지 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는 모양이나, 그런 이기와 오기에 찬 발상에 우리 모두를 살리는 구원이 있을 것인가? 지금은 북녘동포를 향하여 우리의 머리를 회전시킬 때가 아니라 가슴을 활짝 열어야 할 때이다. / 김명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