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사회와 이민교회를 조명한다 4】 - 코리안 아메리칸의 신학적 분석 -

억압적인 세계를 변혁하는 대안으로서의 '희망의 신학'

리챠드 니버는 그의 저서 '그리스도와 문화' (Christ and Culture)에서 어거스틴이 이해하는 그리스도는 '문화의 변혁자' 라고 한다. 그리스도는 인간생활의 방향을 전환시키며 다시 생기를 불어 넣으며 거듭나게 하는 분이라는 것이다. 온갖 인간사가 본래는 선한 본성을 지녔으나 현재는 전도되고 부패하였고, 그 부패 때문에 시간과 죽음의 저주아래 있는 것이며 그 저주는 외부로부터 가해진 벌이라기보다는 본질적인 자기모순에서 오는 것이라 주장한다.

그리스도는 문화의 변혁자

니버는 그리스도를 문화의 변혁자라고 말하면서 이 그리스도를 믿는 크리스챤이 사회를 변혁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누가 이민사회의 신학적인 시스템을 바꿀 수 있겠는가? 바로 우리 이민자들이다. 주님은 우리를 이민역사의 현장에서 사용하시기를 원하신다.

필자는 여기서 몰트만의 '신학의 현재화' 사상을 통해서 이민신학의 대안으로 '희망의 신학'을 제시하고자 한다.

위르겐 몰트만은 '오늘의 신학 무엇인가?' (Was ist heute Theologie?)라는 책에서 신학을 하는 자세는 전통적인 신비한 신앙의 성찰이 아니라 역사적 신앙의 성찰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를 해석하고 역사적 과거에 터 잡고 있는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해서 그 터전이 되는 그리스도에 대한 역사적 회상을 현재화' 시켜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는 "만일 이 역사적 신앙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 열려지지 않는다면 현재의 신학적인 정의(Orientierung)는 또 다른 담당자에게로 옮겨질 것이므로 그리스도에 대한 역사적 회상의 '현재화'와 복음 전승의 현재화는 기독교 신앙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현재'는 단순히 흐르는 오늘의 시간과 세월을 말하는 크로노스의 시간이 아니라, 바로 오늘 여기에서 주어진 의미있는 시간으로서의 카이로스의 시간을 의미한다.

억압적인 세계를 변혁하는 희망의 신학

그러므로 필자는 몰트만이 강조하는 것처럼 기독교가 오늘의 현실에 의미있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신학이 역사적 회상을 '현재화' 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미래를 열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기독교 신학은 미래의 신학이어야 하며 억압적인 세계를 변혁하는 희망의 신학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몰트만은 역사적 회상을 현재화하는데 있어 매개(vermittlung)의 발굴을 신학의 중요한 과제로 제시하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신학들을 통해 신학의 현재화를 꾀한다. 그는 현대신학의 주요한 매개신학으로 '실존신학' '초월신학' '문화신학' '정치신학'을 예로 들고 이 신학사상들을 통해 현대세계의 신학적인 당면 문제를 다루었다. 이 매개신학들에 나타난 신학의 현재화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

실존신학: 루돌프 불트만과 역사의 문제

불트만은 신약성서 학자이면서 20세기의 역사가중 한 사람이다. 그는 키에르케고르의 자아(Selbst)개념, 어거스틴의 영혼(Seele)개념을 통해 실존(Existenz)이라는 개념을 사용했고 그는 하이데거의 실존분석 을 이용하여 이러한 개념들을 역사성, 미래성, 시간성, 결단성과 같은 실존적인 요소들과 존재의 본래성 과 존재의 비본래성 이라는 범주를 인간 실존의 기본조건으로 이 개념들을 확대했다.

그의 해석학적 신학에서는 주석과 신학 또는 역사신학,조직신학이 하나로 합치되는데 이 경우에 초점은 언제나 현재 로 향해 있다. 그러므로 그의 실존적 해석사상의 결과는 신약성서의 메세지가 언제나 실존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초월신학: 칼 라너와 인간 중심성의 문제

칼 라너의 신학은 내적인 차원과 외적인 차원의 2개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이그나티우스 폰 로욜라가 말하는 피정의 신비이고, 둘째는 인간중심적으로 되어버린 현대세계를 향한 변증이다. 그래서 그의 신학은 신비체험의 현대적 변혁 이라고 불리운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살던 세계는 신 중심적 세계 였으나 르네상스, 종교개혁, 계몽주의가 시작된 근대는 인간 중심적세계이다. 즉 근대의 종교는 인간중심적 이고 주체 지향적 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신앙인의 역사성이 객관적인 신앙이 아니라 주관적인 신앙이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는 말이다.

라너는 주장하기를 하나님은 무한한 자요 불가자요 은밀자 이시므로 인간은 하나님의 존재를 향해 무한히 열려있는 존재 라고 한다. 라너는 이러한 논지로 마태복음 25장에 나타나는 익명의 그리스도인 을 예로 들면서 그리스도 자신이 가난한 사람을 편드는 것은 우선적 선택 이라고 강조한다. / 오 상 철 목사 ( 올랜도 평신도아카데미 원장)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