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토지사용 권한 제약 철회, 디샌티스 '협상의지' 응답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성적 정체성 교육을 금지하는 '게이라고 말하지 말라(Don't say gay)'법으로 촉발된 플로리다 주정부와 디즈니간 법적 다툼이 양측간 합의로 끝나게 될 전망이다.

론 디샌티스 주지사 측과 디즈니 측은 27일 올랜도지역 디즈니 월드의 특별지구의 통제권과 관련해 끌어온 2년간의 분쟁을 끝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발표했다.

디즈니는 디샌티스가 새로 구성한 특별지구 이사회가 하려던 토지 사용 권한을 제약하는 요령을 부렸으나, 이를 일부 철회하기로 했다. 디즈니는 또한 공개 기록을 요구하는 소송을 취하하고 요청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디샌티스의 새 이사회는 토지 사용 계획과 관련해 디즈니와 협의하기로 했다. 참고로 이사회는 토지 사용 계획, 환경보호 감독, 공공서비스 제공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합의의 결과로 디샌티스 주지사는 디즈니가 수십년간 실질적으로 쥐고 있던 특별지구 통제권을 주 정부 관할하에 두는 개혁을 이루게 됐다. 또 디즈니는 소송에서 벗어나 자사의 발전을 이루는 데 전진하게 됐다.

센트럴플로리다대학(UCF)의 정치학자인 오브리 주엣은 "일단 디즈니가 백기를 들고 신데렐라 성에서 항복한 모양새"라며 "디샌티스는 그동안 디즈니를 전국적인 이슈로 만들면서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서 정치적 인지도를 높였고, 디즈니 특별구를 개혁하는데 성공했다"라고 전했다.

주엣은 "디즈니는 주 소송에서 이길 확률이 높지 않다는 계산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디즈니는) 재정적 이익을 최대한 염두에 두고 플로리다의 공화당 지도부와 협력하는 길을 택했다"라고 분석했다. 디샌티스측은 합의 이전에 이미 이사회 멤버 중 2명을 디즈니와 연관이 있는 인물로 교체했다.

디즈니는 2025년에 개장하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네 번째 테마 파크 '에픽 유니버스'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디즈니는 최근 전세계 크루즈 라인과 테마 파크에 6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다섯 번째 올랜도 테마 파크 건설에 눈을 돌리고 있다.

디샌티스는 자신과 디즈니 간의 불화는 플로리다가 아닌 캘리포니아 버뱅크에 있는 디즈니 본사 임원들로부터 비롯됐고, 자신은 디즈니 월드가 확장되는 것을 보고 싶다며 화해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디샌티스는 "유니버설이 '에픽 유니버스'를 한다면, 디즈니는 아마도 무엇인가로 그것에 답해야 할 것이다"라며 "나는 디즈니 특별지구 이사회가 그렇게 되도록 기꺼이 협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문화전쟁 포문 연 디샌티스, 디즈니와 화해

디즈니와 주정부간의 법적 분쟁은 2022년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대한 교육을 금지하는 주 법안에 디즈니가 반대하면서 시작되었다.

법안의 공식 명칭은 '교육에서 학부모의 권리'였고, 지지자들은 법안이 나이에 맞지 않는 주제들로부터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이 법안을 성소수자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하면서 '게이라고 말하지 말라' 법으로 일컬었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주도한 이 법안에 디즈니는 공개적인 반대를 표하며 플로리다에서 정치적인 기여를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분노한 디샌티스는 디즈니를 아동들에게 성애를 일깨우려 시도하는 '워크(Woke·진보 어젠다 및 문화 통칭)' 기업이라고 비난하면서 문화 전쟁에 불을 지폈다.

또 디샌티스는 '리디 크릭 개선 지구'(the Reedy Creek Improvement District)라는 이름의 디즈니 특별지구에 눈을 돌렸다. 준 민간 정부로서 종종 '쥐의 귀를 가진 바티칸'에 비유되어 온 디즈니 특별지구는 1967년 플로리다 주의회가 디즈니 월드를 위한 정부 서비스를 감독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이후 줄곧 디즈니는 5명의 이사회 멤버를 선출함으로써 특별지구를 통제해 왔다.

지난해 공화당이 장악한 주의회 의원들은 주지사에게 디즈니 특별지구 이사들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특별지구 이름도 '센트럴플로리다관광감독지구'(The Central Florida Tourism Oversight District)로 변경했다. 디샌티스는 디즈니 충성파들로 이뤄진 이사회 이사들을 퇴출시키고 공화당 지지파들로 교체했다.

그러나 새로운 이사회가 특별구를 인수하고 보니 디즈니 친화적인 전임자들이 인수 바로 전날 새 이사회의 개발 권한을 제한하는 계약을 마친 사실을 발견했다.

이때부터 법적 공방이 시작됐다. 디즈니는 디샌티스와 주정부 관계자들을 정치 보복 혐의로 연방법원에 고소했다. 그러자 디샌티스가 지원하는 새 이사회는 디즈니의 선수적인 계약이 무효라며 주 법원에 고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