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낙태 권리 투표... 한 달 후 '임신 6주 후 낙태 금지' 법 발효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지난 수년 동안 플로리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낙태법 논쟁'이 최근 주 대법원이 내린 이중 판결로 다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플로리다 주 대법원은 29일 플로리다 유권자들이 11월 대선 투표시 '여성의 낙태 권리 부여 여부를 묻는 헌법 수정안4에 대한 투표를 승인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법원은 동시에 약 한 달후부터(30일) 시행될 '임신 6주 낙태 금지안'도 승인했다.

따라서 론 디샌티스 주지사와 공화당 주도의 의회가 지난 2023년에 승인한 '6주 후 낙태 금지'는 30일 후에 시행되고, 그때까지 현행 '15주 후 낙태 금지'는 유지된다.

모순적으로 보이는 이번 판결로 플로리다는 일단 거의 모든 낙태를 금지하는 '딥 사우스 주'들에 합류하게 되었다.

하지만 낙태법 헌법 수정안을 지켜보거나 지지해온 측들은 주 대법원이 내린 '투표 승인' 판결에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대법원의 보수적인 구성을 고려할 때, 포트 로더데일의 노바 사우스이스턴 대학교 법학 교수인 밥 자비스는 "낙태 헌법 수정안 투표가 승인된 것에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7명의 대법관 중 5명은 디샌티스 주지사가 임명했다. 이 결정은 유권자들이 플로리다에서 낙태를 권리로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유권자들이 이 헌법 수정안을 승인하면 법원이 방금 승인한 임신 6주 후 난태 금지법은 무효화 된다.

플로리다 개정 투표법에 따르면 헌법 수정안은 최소 60%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현재 플로리다에서는 강간, 근친상간,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 치명적인 태아 이상 등의 경우에만 15주가 지난 여성의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일부 의료 전문가들은 임신 여성이 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음에도 낙태가 거부된 사례가 있었다며 이 규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낙태 권리 주창자들, 주 대법 투표 승인에 '환호'

그동안 '자유를 지키는 플로리다 주민들'(Floridians Protecting Freedom) 등 비롯한 낙태 금지법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들은 11월 투표에서 헌법 수정안을 투표지에 올리기 위해 100만 명의 서명자를 모았다.

낙태를 투표에 부치기 위한 'Yes On 4' 캠페인의 책임자인 로렌 브렌젤은 29일 기자회견에서 플로리다 대법원의 낙태 권리 투표 판결에 환호했다.

그는 "플로리다 대법원은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사실을 확인했다. 수정안 4는 투표용지 게재 요건을 명확히 충족한다"라면서 "우리는 플로리다 주민들이 주민투표 4에 찬성표를 던질 수 있는 기회와 탤러해시에서 제정된 해로운 정책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순간을 활용하겠다"라고 말했다.

브렌젤은 대법원이 내린 '임신 6주 후 낙태 금지' 조치가 동남부 전역에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비난했다. 이 금지안이 발효될 경우 임신한 플로리다 여성들은 6주 이후 낙태를 허용하는 가장 가까운 주인 노스 캐롤라이나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낙태 반대 단체인 리버티 카운슬의 매트 스테이버 대표는 낙태 권리 수정안이 통과되면 "낙태를 규제하는 모든 법이 사라질 것"이라면서 "부모 통보를 제외하고는 어떤 법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며, 심지어 보건 및 안전 규정도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플로리다 주민들을 동원하여 이 기만적인 개정안에 '반대' 투표를 해야 한다"라고 결의를 다졌다.

센트럴플로리다대학(UCF) 정치학 교수인 오브리 주엣은 "주 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민주당원들의 투표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플로리다 주민의 대다수가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투표할 기회를 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플로리다는 동남부에서 오랫동안 가장 느슨한 낙태 규제 주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중절을 선호하는 여성들의 목적지가 되었다. 지난해 기록된 7만8250건의 낙태 중 7000건 이상이 주 밖 거주 여성들에 의한 것이었다. 지난 2020년에 약 4000명의 여성들이 주 밖에서 온 것을 고려하면 매우 크게 증가한 수치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캔사스, 켄터키, 미시간, 몬태나, 오하이오, 버몬트 등 7개 주 유권자들은 헙법 수정 투표에서 낙태 권리 지지자들의 편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