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공화 보다 이민자에 우호적... 장벽 설치 지지 공화 77%, 민주 12%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로 떠오른 이민 문제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을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AP통신과 시카고대학 여론연구센터가 미국 성인 약 1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상당수는 이민자들이 미국의 경제 성장과 미국 문화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원과 공화당원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고, 합법 이민과 불법 이민 사이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3.8%포인트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미국인의 41%는 합법적인 이민자들의 경우, 과학이나 기술 같은 분야에서 숙련된 전문가를 고용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기업에 큰 이익이 된다고 응답했다. 또 38%는 합법적 이민자가 미국 문화와 가치를 풍요롭게 해준다고 답했다.

그런데 같은 질문에 공화당원과 민주당원 반응이 달랐다.

우선 민주당원 중 52%는 합법 이민자들이 미국 기업에 큰 기여를 한다고 했고 공화당원은 33%만 그렇다고 답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같은 질문을 2017년에도 했었는데 그때보다는 긍정적인 답변이 조금 줄어들긴 했다. 공화당원의 부정적인 답변이 증가한 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합법적인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크다고 말하는 미국인들의 비율도 예전보다 증가했다. 이 답변도 2017년 19%에서 이번에 32%로 증가했다.

특히 공화당원 41%는 합법 이민자가 미국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주요 위험이라고 답했다. 이는 2017년보다 20%에서 증가한 수치이다. 반면 민주당원은 10%만 위험 요인이라고 답했다.

불법 이민자에 대한 공화당원 응답만 골라 보면 공화당원 80%는 불법 이민자의 경우 복지와 안전 같은 미국의 공공서비스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또 71%는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다고 답했다. 60%는 미국 일자리를 빼앗을 큰 위험이 있다고 했다. 이민자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미국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도 57%나 됐다.

연구에 따르면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보다 범죄를 덜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 정당이 없다는 64세 남성은 AP 통신에 "합법 이민과 불법 이민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나는 이민 반대자가 아니라 불법 이민에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자 한 사람은 예전 이민자는 대부분 유럽에서 왔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하고 "그렇다고 이민자들이 모두 마약이나 폭력사범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양성의 가치에 대해서도 의견이 달랐다.

민주당원 가운데 83%는 국가 구성원이 다양해지면 미국이 더 강해진다고 답한 반면, 공화당원과 지지 정당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엔 4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미국 성인 중 약 절반은 망명 이민자 수를 줄이는 것을 지지했다. 여기서도 민주당원보다 공화당원이 더 많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책인 장벽 설치에 대해서는 공화당원은 77%가 찬성했지만, 민주당원은 12%만 지지했다.

한편 현재 성장세가 멈추지 않는 미국 경제의 성공 요인 중 하나가 이민자 유입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29일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산업 전반에 누적됐던 노동력의 공백을 해외에서 유입된 노동자들이 메우면서 미국 경제를 떠받쳤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이민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데, 출산율 감소와 노년층 은퇴 같은 마이너스 요인이 상쇄된 것이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