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근로자들 일제히 '환영', 사업자들은 '울상'... "물가 인상 부채질" 우려도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물가가 높은 것으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주가 패스트푸드 업계 직원들의 최저시급을 20달러로 올렸다. 지난해 캘리포니아 개빈 뉴섬 주지사가 지난해 최저임금을 20달러로 올리는 신속 법안에 서명했고, 이번에 발효되었다.

캘리포니아의 지난해 최저시급은 15.5달러였다. 20달러로 인상되면 거의 30% 가 오르는 것이다. 적용 대상은 미국 전역에 사업장을 최소 60곳 보유한 패스트푸드 체인점이다. 인앳아웃이나 맥도날드, 스타벅스처럼 주문할 때 돈을 지불하고 별도로 팁을 주지 않는 식당이 해당된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2022년에 주정부가 위원을 임명한 위원회에 패스트푸드업계 감독 권한을 부여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위원회가 시간당 최저임금을 22달러까지 인상할 수 있도록 했다. 패스트푸드 업계가 이 법 시행에 반발했고,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 주정부 간 협의를 거쳐 1일부터 최저시급을 20달러로 올리기로 했다.

캘리포니아가 이렇게 큰 폭으로 최저시급을 올리는 이유는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일하는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용돈이 필요한 10대가 아니라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하는 성인이라는 점을 의회가 인상 요인으로 판단했다.

이주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20달러 인상을 환영했다. 국제서비스근로자노조는 캘리포니아의 패스트푸드 종사자들이 다른 근로자들에 비해 빈곤 상태에서 살고 있을 가능성이 2배 높아서, 공공부조에 의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부분이 유색인종이나 이민자, 여성들인 노동자 50만 명 이상이 임금인상의 효과를 피부로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10개 넘는 레스토랑을 소유한 한 사업주는 올해 매출이 둔화되면서 직원을 해고했다. 그는 직원의 임금을 인상하면 이 사업주는 매년 약 47만 달러가 더 필요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 매장에서 음식 가격을 10% 안팎으로 인상해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캘리포니아에서 새로운 매장을 열거나 직원을 고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은 물론이고 폐업도 고려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다수의 언론들이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의 노동경제학 교수인 마이클 라이히의 발언을 인용했다. 이 교수는 데이터에 따르면 임금은 올랐고 고용은 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고의 파장이 너무 적어서 놀랐다면서 오히려 긍정적인 고용 효과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폭스 비즈니스>는 30일 사업주들이 시급 인상을 ‘소리 없는 세금’이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결국 시급인상은 대중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라며 임금이 높아져 해고된 사람들의 실업수당을 캘리포니아 주민이 지불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패스트푸드 시장의 충격을 우려한다고도 했다. 이미 이 법 시행 직전에 피자헛이나 서던캘리포니아피자, 라운드테이블피자, 바이텔러티 보울스 등 주요 체인이 연쇄적으로 직원 해고를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피자헛은 배달원 감원 방침을 밝혔고, 일부 매장은 아예 배달을 중단했다.

가격 인상은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것이고, 결국 근로자 임금이 오르면 다른 물가도 함께 오르기 마련이다.

우선 패스트푸드 체인들이 앞다퉈 가격을 올리고 있다. <폭스 비즈니스>는 시급 인상으로 캘리포니아에서 햄버거 한 개 가격이 26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멕시칸 패스트푸드 체인인 치폴레는 인건비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서 캘리포니아주 매장의 메뉴 가격을 9% 인상한다고 밝혔다. 맥도날드, 잭인더박스 등 다른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올해 인건비 상승을 반영해 캘리포니아주 점포의 메뉴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