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총신대학교(박성규 총장)가 아내를 폭행하고 스토킹한 신학대학원생을 징계해 달라는 신고를 사실상 묵살하고, 신대원생의 졸업을 허가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졸업 후 해외로 선교를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출처: 뉴스앤조이] [영상] 총신대, 아내 폭력·스토킹 신대원생 졸업 허가

몇 번 같은 내용의 기사가 났다. 읽을 때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연속으로 쓰고 있는 글의 주제가 있어 그냥 지나치곤 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주제다. 그래서 글을 써본다.

내가 오래도록 변방으로 나온 사람이 되어 겪은 변화 가운데 가장 현저한 사실은 내가 폭력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곧 평화의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으라면 이제 나는 주저 없이 평화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스도인의 성숙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바로 평화다. 성숙한 그리스도인은 반드시 평화의 사람이 된다.

그러나 오늘날 그리스도교에서는 이와 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 그리스도교 안에서 지도자가 된 사람들은 반드시 폭력적인 사람이 된다. 아마도 내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폭력을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물속에 사는 물고기는 우리가 공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물을 인식하지 못한다. 폭력도 이와 같다. 폭력 속에 사는 사람들은 폭력을 인식하지 못한다.

내가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한 신학생에 대해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은 바로 이것을 지적하기 위함이다.

신대원을 졸업하고 오래도록 졸업생들을 주목해보았다. 조금이라도 소위 말하는 목회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폭력적인 사람들이었다. 내가 말하는 폭력은 권위를 내세워 다른 사람을 지배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힘으로 다른 사람을 지배하려는 사람은 무언가를 이루어냈다. 그러나 사람들의 자발적 동의를 기반으로 목회를 시도하려는 사람들은 모두가 목회 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다.

사실 이것이 목회가 어려운 가장 정확한 이유이다. 우리는 전광훈류의 사람들이 의외로 목회를 잘 한다는 생각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목회가 아니라 지배다. 힘으로, 다시 말해 폭력으로 사람들을 장악하고 사람들을 다스리는 것이다. 그것은 그가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 가장 잘 드러난다. 그는 늘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사용한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없다. 그것은 폭력으로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 가운데 하나다.

우리가 가장 좋다고 말하는 대형교회들의 목사들 가운데 의외로 전광훈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보았다. 그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대형교회라는 교회 자체가 근본적으로 지배의 틀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교회의 목사가 되려면 사람들을 폭력으로 장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그것을 카리스마라고 말하지만 그 카리스마의 정확한 실체는 폭력이다. 세상 사람들이 돈의 힘이라는 폭력으로 사람들을 지배하는 것(갑질)과 마찬가지로 교회의 지도자들 역시 폭력으로 사람들을 지배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권위라고도 하고 능력이라고 하기도 한다. 어쨌든 그 사람이 가진 모든 소유와 능력과 업적이 힘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문제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없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의 대척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헨리 나우엔 신부는 그것을 "힘과 영향력"이라는 말로 잘 파악했다. 그리고 그리스도교 안의 가장 큰 유혹은 그것, 곧 힘과 영향력으로 하나님의 일을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광야의 시험에서 예수님께서 거절한 것이라는 정확한 지적을 했다. 모든 그리스도교의 흑역사는 바로 힘과 영향력으로 하나님의 일을 하려는 사람들과 정황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지적 역시 올바른 것이다. 그 힘과 영향력의 본질은 폭력이다. 그래서 십자군 운동이나 마녀 사냥이나 종교재판이나 식민지 정복과 선교가 그리스도교가 인류에 가한 폭력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왜 총신대학이 아내에게 폭력을 사용한 학생을 징계하지 않았는지 그 정확한 이유를 볼 수 있다. 총신대학, 다시 말해 그리스도교를 가르치는 학교 자체가 근본적으로 폭력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아내가 남편에게 복종해야 하고 남편은 경우에 따라 그런 아내에게 폭력을 사용해도 좋다는 사고가 이미 총신대학이라는 틀 자체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날 폭력적인 그리스도교를 대변한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예수께서 예루살렘 가까이에 오셔서, 그 도성을 보시고 우시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오늘 너도 평화에 이르게 하는 일을 알았더라면, 좋을 터인데! 그러나 지금 너는 그 일을 보지 못하는구나."

나는 예수님의 이 탄식에 폭력에 대한 예수님의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있음을 본다. 바리새파 사람들은 폭력적이었다. 자신들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이라는 차별 자체가 폭력의 기재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셨기 때문이다. 바리새파 사람들은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이 아니라 폭력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정죄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런 사람들이 온 유대교를 장악하고 있었다. 사두개파 사람들 역시 바리새파 사람들과 그 점에 있어 다르지 않았다. 폭력이 장악하고 있는 유대교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예루살렘 성전이 돌 위에 돌 하나도 남김없이 무너져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우리는 여기서 평화에 이르게 하는 일이 무엇일까를 묵상해야 한다. 예수님은 늠름한 백마가 아니라 초라한 새끼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 성으로 들어오고 계셨다. 사람들은 이것을 '예수님의 대관식'으로 묘사한다.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왕의 대관식에 참여하는 왕이 나귀 새끼를 타고 성 안으로 들어오신다.

왜 이런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왕이 들어오시는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오늘날 그리스도교 역시 돌 위에 돌 하나도 남김없이 무너질 것이다. 평화의 왕이신 예수님은 그렇게 힘과 영향력으로 대변되는 백마를 타지 않으신다. 초라하고 무력해 보이는 나귀 새끼야말로 하나님 나라를 상징하는 평화다.

바울 사도가 말하는 약함의 신학이란 바로 폭력의 부재를 의미한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다. 그것은 곧 사랑이 폭력을 행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모든 힘을 내려놓고 오히려 상대방의 종이 됨으로써 사랑은 평화를 이룬다.

그러므로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람은 절대로 목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사람이 해외로 선교를 나가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것은 식민지 정복으로 온 세상을 복음화 하겠다는 바로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총신대가 그런 사람을 징계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총신대가 그런 사람을 평화의 사람으로 훈련하고 양육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사랑을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훈련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사랑으로 양육된 학생들이 마침내 자신의 안에 내재하는 폭력을 발견하고 그것을 내려놓는 일이 자연스러운 그곳에서의 배움이 될 때 평화의 왕이신 그리스도는 비로소 교회의 머리가 되신다.

예수님은 오늘도 폭력적인 그리스도교를 바라보시며 울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