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10대 차량' 소나타 5위, 엘란트라 6위, 옵티마 7위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최근 수 년 동안 미국 청소년들이 일반 가정용 USB 케이블을 사용하여 기아 및 현대 차량의 시동을 거는 방법을 동영상에 유포하면서 피해를 입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이 동영상은 '기아 보이스(Kia Boys)' 또는 '기아 보이즈 챌린지(Kia Boyz Challenge)'라는 이름으로 2021년부터 틱톡과 기타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유포되기 시작하여 2022년까지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주로 10대 청소년들이 저지른 이 도난 사건은 전국적인 문제가 되면서 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나섰고, 제조업체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 초부터 새로운 도난 방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도난 방지 소프트웨어의 개발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아 및 현대자동차 소유자는 여전히 범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AP 통신은 2023년 5월 일부 경찰 기관에서 새로운 도난 방지 소프트웨어가 개발된 지 3개월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도난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애미 지역 포트 로더데일 경찰은 지난 연말 60건의 도난 사건이 발생하는 등 최근 들어 다시 유행을 타고 있어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 현대 및 기아 회사는 연도별로 취약한 차량들을 대상으로 리콜 통지를 하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으나, 통지를 놓치거나 무시하고 있는 운전자들이 많다.

2011~2021년형 기아, 2015~2021년형 현대 '표적'

우선 수백만 대의 기아차와 현대 차량에 시동 방지 장치가 없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 고속도로 손실 데이터 연구소의 2021년 12월 보고서는 “두 제조업체는 차량의 ‘이모빌라이저(immobilizer)’ 장착에서 다른 제조업체에 비해 뒤처져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모빌라이저란 자동차에 부착하느 전자 보안장치로, 도난 방지를 위해 각 키마다 고유의 암호를 부여해 이를 확인하고 시동을 제어하는 장치를 말한다.

현대자동차의 도난 방지 웹사이트는 "절도범들은 차량의 보안 기능을 우회하거나, 스티어링 칼럼(운전대와 운전대 기어를 연결하는 지지대)을 해체하고, 시동 장치에 직접 접근하는 상세 내용을 동영상으로 유포하여 범죄를 모방하도록 유혹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틱톡 등과 협력하여 불법 내용을 삭제했지만, 도둑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영상을 게시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AP 통신은 2023년 5월 미 전역의 일부 도시에서 보고된 차량 절도 사건의 60% 이상이 현대 또는 기아차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보험정보연구소의 마크 프리드랜더대변인은 이메일 보도자료를 통해 100개 이상의 차종, 특히 2011~2021년형 기아차와 2015~2021년형 현대차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이 문제와 관련된 웹사이트에 해당 차량 목록을 게시하고 있다. 기아는 소유주에게 자신의 차량이 도난에 노출되어 있는지 확인하도록 회사 웹 사이트에 VIN넘버(차대번호)를 입력하라고 조언한다.

2022년말 이후 청소년 챌린지 '대유행'

마이애미 지역 포트 로더데일 경찰은 2022년 말부터 이러한 도난이 증가했으며 작년까지 계속되었다고 밝혔다. 포트 로더데일 경찰서에서만 2023년 11월 1일부터 12월 31일 사이에 약 60대의 기아차와 현대차가 도난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되었다. 올해 들어서도 일주일 만에 두 대의 기아차가 도난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16일 오후 노스웨스트 24번가 900블록에서 한 무리의 10대 청소년들이 2012년식 기아 옵티마를 USB 케이블로 시동을 걸어 훔쳤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15세 소년 두 명이 체포되었다. 경찰은 이 차량들에 도난 방지 소프트웨어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불과 이틀 전인 10일에도 포트로더데일의 한 주택에서 2019년형 기아 옵티마가 도난당했다. 당일 아침 경찰관은 노스웨스트 4번가 700블록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잠자고 있는 14세 소년을 포함한 두 사람을 발견하고 체포했다.

경찰은 이 차량의 스티어링 칼럼이 뜯겨져 나간 상태에서 점화 소켓이 매달려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에 발생한 한 절도 사건에서는 순찰 중이던 경찰관이 도로 한가운데서 불이 켜진 채 버려진 2016년형 현대 소나타를 발견했다. 이 차량 역시 스티어링 칼럼이 제거되고 시동 소켓이 매달려 있는 등 동일한 흔적을 보였다. 도난당한 차주는 여전히 키를 가지고 있었다.

팜비치 카운티 보안관실은 2023년 8월 그린아크레스에서 도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소셜 미디어 ‘챌린지’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는 10대 청소년 5명을 체포했다.

미국 보험범죄국(NICB)이 지난해 7월 발표한 차량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도난당한 10대 자동차 중 현대 쏘나타가 5위, 현대 엘란트라 6위, 기아 옵티마는 7위를 차지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2023년 2월 보도 자료에서 “도난이 급증하면서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수많은 자동차 보험 회사가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특정 기아 및 현대 차량 도난 보험을 거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스테이트 팜과 프로그레시브는 지난해 5월 보고서에서 미국 내 최소 5개 도시에서 특정 구형 기아차와 현대차에 대한 보험을 중단했다고 카인슈어런스닷컴이 밝혔다.

해당 기아-현대 소유자, 도난 방지 리콜 서비스 받아야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는 2023년 2월 도난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도난 방지 소프트웨어를 발표했으며, 소유자는 무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자동차 생산 회사들에게 도난 경보가 30초가 아닌 1분 동안 울리도록 하고, 시동 스위치에 키를 꽂어 시동을 걸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인슈어런스닷컴(CarInsurance.com)의 로라 롱게로 편집장은 현대 및 기아 자동차 소유자에게보험 회사에 전화하여 대리점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대해 문의하고 스티어링 휠 잠금 장치와 같은 추가 도난 방지 장치를 설치하라고 조언했다.

롱게로는 “같은 종류의 자동차를 한꺼번에 많이 수리해야 하는 경우 대리점에서 부품을 제때 구하지 못해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서비스를 원하는 특정 자동차의 소유자는 서둘러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기아의 대변인 제임스 벨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자동차 소유주들에게 현재까지 약 100만 대의 해당 차량에 리콜을 통지하고 지역 딜러십에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받을 것을 강력히 권장한다고 말했다.

기아의 전용 웹사이트를 통해 스티어링 휠 잠금 장치를 무료로 받을 수도 있다. 기아는 현재까지 33만5000개 이상의 잠금 장치를 배포했다고 밝혔다.

해당 현대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 현대 자동차 웹사이트나 가까운 딜러십에 전화.예약하여 도난 방지(anti-theft)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또한 차량에 새로운 소프트웨어 보호 기능이 있음을 나타내는 창문 스티커를 받아 부착할 수도 있다.

현대 자동차 웹사이트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2년형 현대 차량 소유자는 스티어링 휠 잠금 장치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모든 현대자동차에는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장착되어 있다.

보험 정보 연구소의 프리드랜더는 도난 방지를 위해 반드시 문을 잠그고 키를 제거할 것, (전원을 차단하는) 킬 스위치 또는 스마트 키와 같은 이모빌라이저를 설치할 것, 추적 시스템을 갖출 것 등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