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나는 청년시절에 쇼펜하우어의 <연애론>을 읽었다. 그곳에서 쇼펜하우어의 관찰과 논리는 설득력이 있었다. 그가 말하는 것이 내게도 정확하게 일치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그 내용을 거의 모두 기억한다. 그는 연애를 성애로 이해했다. 다시 말해 연애란 종족보존 본능의 발현이라는 것이다. 물론 종족보존의 본능이 모든 것을 포괄하지 못하는 현상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동성애가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그것이 생명현상이라는 사실과 그것을 위해서라면 생명도 아까지 않게 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나는 성에의 욕구가 얼마나 강한지 않다. 그것은 이성을 초월한다. 성욕은 모든 것을 합리화할 수 있을 만큼 강하다. 대부분의 동물들이 발정기가 되면 수컷들의 싸움이 시작된다. 그들은 온 힘을 다해 싸운다. 생명을 잃거나 심각한 부상을 당해 죽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싸운다. 상대가 안 돼 보이는 경우에도 싸움을 회피하지 않는다. 싸움에 패한 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후미진 곳에서 암컷을 찾는다.

나는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는 노인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들에게 성추행이 심각하다는 기사를 보았다. 치매에 걸리고 운신을 하기 어려운 노인들이 요양보호사들을 상대로 성적인 농담을 하고 치근덕거린다는 것이다. 성추행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은 종족보존의 발현이다. 생명이 끝날 때까지 그것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치매에 결려도 본능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가서 설교하는 노인요양원에서는 할아버지들을 받지 않는다.

결혼은 인간의 성욕을 해소하는 합법적인 방식이다. 그런데 결혼이 종족보존의 본능의 해결방식이 아니라 매매의 법칙으로 대치되었다. 여성들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내용이 지나치게 남성중심적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 역시 쇼펜하우어의 <연애론>에 그 설명이 나와 있다.

여성은 상대 남성이 있으면 다른 남성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러나 남성은 상대 여성이 있어도 다른 여성에게 관심이 많다. 그 이유를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설명한다. 여성은 백 명의 남성을 알아도 일 년에 한 명의 자녀를 낳을 수 있다. 반면에 남성의 경우는 백 명의 여성을 만나 백 명의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예외가 있을 수 있지만 내가 관찰한 바로는 그다지 틀린 내용이 아니다.

동성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경우에도 성욕을 왜곡하는 것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돈이다. 실제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성욕 해소의 상당부분을 성매매가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권력 역시 똑같은 역할을 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종교 역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것은 종교가 종교이기 때문이 아니라 종교가 권력과 돈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내 말을 오해하지 말라. 이것이 옳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그것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방식이라는 이야기일 뿐이다. 전적인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최소한의 자발적인 동의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분명한 것은 인간이 인간인 한 성욕 역시 인간을 구성하는 한 요소로서 가장 강력한 삶의 동인이라는 사실이다.

이슬람의 경우에는 순교로 죽은 경우 매일 처녀들과 섹스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기꺼이 순교한다. 물론 그것만을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유치한 내용이 있는 이유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유치한 부분이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역설한다.

내가 오늘 이 이야기를 길게 서술한 이유는 죽은 후의 천국에는 성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교회에서 천국에 관한 설교를 할 때 맨션아파트가 등장한다. 예수를 믿고 구원을 받았지만 하나님을 위해 살지 않은 사람에게는 상급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죽은 후에 개털 모자를 쓰고 ‘학고방’ 같은 곳에서 살게 되고, 어떤 사람은 황금 면류관을 쓰고 맨션아파트에서 살게 된다는 설명을 한다.

이 같은 천국 이해는 예수님 당시의 사두개파 사람들의 천국 이해와 같다. 그들은 예수님을 함정에 빠트리기 위해 율법이 말하는 계대혼인법을 들고 나왔다. 일곱 형제가 차례대로 죽으면서 형의 대를 이어주기 위해 동생의 아내가 되어 마침내 일곱 형제와 혼인하게 된 아내가 죽으면 누구의 아내가 되겠느냐는 질문이었다. 예수님은 이에 대해 이렇게 대답하셨다.

“너희는 성경도 모르고, 하나님의 능력도 모르니까, 잘못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 사람이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날 때에는, 장가도 가지 않고 시집도 가지 않고, 하늘에 있는 천사들과 같다.”

예수님의 대답을 들으면 죽은 후에는 성욕이 없는 새로운 존재가 된다. 하늘에 있는 천사들이 어떤 존재인지 사실 우리는 전혀 모른다. 또 그들이 섹스를 하건 안 하건 우리는 상관이 없다. 그러나 죽은 후에 인간은 그런 천사들과 같아진다.

당신은 섹스 없는 천국에 갈 의향이 있는가?

이것은 간단한 질문이 아니다. 매우 실질적이며 심각한 질문이다. 이슬람 무장단체들처럼 노골적이 아니어도 충분히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질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예수의 제자는 자기를 부인해야 한다. 성욕 역시 자기를 구성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자기를 부인하는 순간 성욕 역시 부인해야 한다. 최소한 그리스도인들에게 성욕이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절제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알 수 없는 다른 삶(천국에서의)을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이다.

나는 천국(죽은 후의 하나님 나라)의 삶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 상상할 수도 없다. 이슬람의 처녀와의 동침은 그것을 상상하려는 인간의 노력의 결과이며 황금면류관과 맨션아파트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다.

“죽은 사람들이 살아나는 일에 관해서는, 모세의 책에 떨기나무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에서,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어떻게 말씀하셨는지를, 너희는 읽어보지 못하였느냐?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말씀하시기를 '나는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요, 야곱의 하나님이다' 하시지 않으셨느냐? 하나님은 죽은 사람들의 하나님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의 하나님이시다. 너희는 생각을 크게 잘못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현재다. 우리가 세상에 사는 동안 배워야 하고 연습할 것은 하나님과의 동행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서 하나님은 그리스도인들에게 가난을 명하신다. 환난을 주시기도 한다. 가장 비참한 상태(욥처럼)에서도 감사하는 법을 배울 때 그리스도인은 비로소 천국에서 사는 법을 배운다.

지금 이 순간, 하나님은 나와 함께 하시며 나를 통치하신다. 이 사실 하나로 만족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기쁨의 나라인 하나님 나라를 배울 수 있다. 복음은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 아니라 “너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하여라.”라는 예수님의 말씀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말씀의 실천 속에 들어 있는 처녀와의 매일 밤 동침이나 황금면류관을 쓰고 맨션아파트에 사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행복과 기쁨을 발견해야 한다. 이것은 전혀 다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