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체인 식당 '멜팅 팟', 올랜도 지역에서 탄생해 미국 전역으로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스위스를 대표하는 전통 요리 '퐁듀(fondue)' 또는 '퐁뒤'는 녹이거나 섞는다는 뜻의 프랑스어 ‘퐁드르(Fondre)’에서 유래된 것이다. 보통 밥상 가운데 작은 항아리 그릇(퐁듀 팟 Caquelon)을 불에 올려놓고 치즈를 끓여 걸쭉하게 녹이고, 기다란 포크 끝에 빵이나 고기를 끼워 치즈에 담갔다가 먹는다.

흔히 말하는 퐁듀는 치즈 퐁듀이지만, 더 넓게는 프랑스 일부 지역과 프랑스어를 주로 사용하는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지역과 그 주변 지역을 발상지로 하는 전골 요리와 그들과 유사한 요리의 총칭을 일컫는다.

어려운 조리법도 특별한 양념도 없지만 작은 램프 위에 올린 퐁듀 팟을 앞에 두고 여러 명이 둘러앉아 느긋하게 즐기는 재미가 있어 겨울철에 잘 어울리는 색다른 이국 음식이다. 이에 미국에서는 할러데이 시즌에 돌입하는 11월을 '퐁듀 즐기기 달(Fun with Fondue Month)'로 정하고 있다.

치즈 퐁듀 외에도 달군 기름에 고기를 찍어 먹는 퐁듀 부르귀뇽, 초콜릿을 녹여서 딸기 등 과일을 찍어먹는 초콜릿 퐁듀 등 다양한 퐁듀 메뉴가 있다.

퐁듀는 스위스의 산맥을 건너던 사람들이 딱딱하게 굳어진 치즈를 불에 녹여 빵을 찍어 먹던 것에서 유래했다. 사냥꾼들은 마른 빵과 치즈만 들고 사냥하러 나갔다가 추운 밤이 되면 모닥불을 지피고 치즈를 녹여 빵을 담가 먹으며 추위를 달랬다.

스위스에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각 지방마다 그 지방의 치즈에 따른 고유의 요리법을 개발했고, 와인과 치즈 제조업자들은 그 요리가 인기를 끌도록 장려했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에 유행했다. 그리고 21세기에 들어서 퐁듀는 다시 한번 스위스의 인기 있는 음식이 되었다

치즈 퐁듀는 이렇듯 스위스 시골 음식이었지만 영양도 풍부하고 온가족이나 친구들이 모여 앉아 재미있게 먹을 수 있는 데다 비용도 부담이 없어 급속히 다른 지역으로 전파됐다. 그러나 아이러니칼 하게도 식당에서 이색 요리로 취급되면서 이제는 비용이 만만 치 않는 메뉴가 됐다.

특히 한국에서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변했다. 배우 심은하가 출연한 냉장고 광고에서 치즈 퐁듀를 먹는 장면이 나온 후 갑작스레 사람들이 퐁듀를 찾자, 음식점들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하면서 발생한 현상이었다.

그러나 본고장의 치즈 퐁듀는 강렬한 치즈 냄새 때문에 일반적으로 한국인 입맛에는 잘 맞지 않을 수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한 한국의 퐁듀와는 다르게 치즈 특유의 떫은 맛과 쿰쿰한 냄새 때문에 처음 먹어보는 사람은 비싼 비용을 들여 먹은 것을 후회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패키지 여행으로 스위스를 들르게 되면 여행 안내원이 치즈 퐁듀보다는 오일 퐁듀를 주문하는 편이라고.

스위스 향토 음식이 우아한 음식이 되기까지

치즈 퐁듀는 퐁듀 팟 안에 잘게 썬 치즈를 화이트 와인에 녹여 한입 크기로 자른 빵을 약한 불에 녹인 치즈에 찍어 먹는 것이 기본이다. 가끔 따뜻한 야채를 포크에 꼬치로 꽂아 곁들여 먹기도 한다.

이 때 재료로 사용되는 치즈로는 에멘탈 치즈와 그뤼예르 치즈가 가장 일반적이다. 보통 치즈에 야채 등을 더하지 않지만, 토마토 또는 버섯류를 첨가해 조리하기도 한다. 치즈에 담가 먹을 식재료는 빵 외에도 날로 먹어도 좋을 재료(주로 빵, 감자, 햄 정도)를 사용할 수 있다. 빵은 되도록 통밀로 구운 시골풍의 빵이나 겉이 딱딱한 바게트를 사용하면 좋다.

퐁듀 요리는 테이블 위에 버너를 준비하고 퐁듀포트를 올려 끓이면서 직접 요리하기 때문에 마치 식탁에서 요리해 먹는 전골이나 숯불구이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또 머쉬멜로를 꼬챙이에 끼워 모닥불에 구워 먹는 것과 같은 재미도 있다.

스위스에서는 빵이나 고기 조각을 냄비에 빠뜨리면 벌로 와인 한 병을 사야 한다. 만약 대상자가 여성일 경우는 이 벌칙에서 제외되나 대신 빠뜨린 조각의 숫자만큼 키스를 허락해야 하는 재미있는 전통이 내려오고 있다. 미국에서도 퐁듀 상차림에서 음식을 팟에 떨어뜨리면 모임의 분위기대로 벌칙을 정하는 등 사교를 갖는다.

퐁듀 전문 체인점 '멜팅 팟', 1976년에 올랜도에서 시작

한편 미국의 절반에 이르는 주들에 체인점을 두고 있는 퐁듀 전문식당 '멜팅 팟(Melting Pot)'이 더운 지방인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많은 주류인들도 모르고 있다. 이 식당은 퐁듀가 미국에서 유행하던 1976년에 다운타운 북부 메이트랜드의 소박한 건물에서 시작됐다.

최근 <올랜도센티널> 보도에 따르면 당시 첫 식당에는 치즈의 종류는 한가지만 있었고, 고기류는 소고기와 닭고기에 한정돼 있었다. 또 초콜릿의 종류도 하나만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식당 메뉴에는 7~8개의 치즈와 여러 종류의 고기들이 올라있다. 심지어 글루텐 프리, 채식주의자들도 이곳에서 4가지 코스를 즐길 수 있다.

또 식당은 자사에서 만든 요리책과 퐁듀 팟을 판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캐나다에도 1개 체인점을 둘 정도로 성장했다. 현재 올랜도 지역에는 롱우드와 샌드레이크에 각각 체인점이 있다. <(나무위키) 정보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