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나는 어제 돈 때문에 하는 일과 사랑 때문에 하는 일을 구분했다. 그리고 내가 사랑 때문에 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모든 일이 거룩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실 매우 중요한 내용이다. 정확히 말하면 매우 영적인 구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의, 다시 말해 어떤 일을 하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랑이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를 잘 보라. 오늘날 교회는 어떤 일을 할 수 있거나 할 수 없는 이유는 돈의 유무에 달려있다. 결국 하나님의 일도 돈이 없으면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보자.

선교가 돈으로 하는 일인가?

대답은 ‘그렇다’이다. 돈이 없으면 선교를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생각을 더 해보라. 돈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선교는 하나님의 일인가, 돈의 일인가? 분명히 말하지만 돈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은 결코 하나님의 일이 될 수 없다. 물론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하나님의 일은 돈의 유무에 상관이 없다. 오히려 돈이 없어야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다.

믿을 수 없다면 성서의 이야기들을 잘 음미해보라. 아브라함은 갈대아 우르를 떠나야 했다. 하란도 떠나야 했다. 익숙한 곳에서의 떠남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무방비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당시의 상황에서 돈의 역할을 했던 재물을 버려야 가능했던 일이다. 기드온의 경우를 생각해보라. 하나님께서 기드온에게 하신 일은 모든 것을 버리게 하신 것이다. 삼백 명의 군사, 항아리, 그리고 횃불로 적을 섬멸하신다. 모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완전히 모든 가능성이 사라진 후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다. 그가 가졌던 왕위 계승 서열, 학문, 무예, 재산과 같은 것은 하나님의 일을 위해 모두 버려야 했고, 그 자신마저 죽을 나이가 되어 완전히 무력해져야 했다. 그런 후에 그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하나님의 일꾼으로서 하나님의 일을 한다.

이런 이야기들은 이들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성서에 등장하는 모든 하나님의 일꾼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하나님은 완전히 무력해진 사람들을 부르셔서 당신의 일을 맡기시고 당신의 능력으로 당신의 일을 하신다.

이 사실을 모르거나 부인하는 그리스도인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것을 아는 그리스도인들이 돈이 없으면 하나님의 일도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되었을까.

이 내용은 내가 자주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내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거나 자신의 생각을 버릴 생각이 없다. 내 말을 들으면 섭섭할지 모르겠지만 그 이유는 분명하게 돈을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은퇴 장소는 플로리다이다. 그리스도인이든지 아니든지 미국인들은 자신이 은퇴한 후 플로리다에서 여생을 즐기며 살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다. 세상은 돈이 있어야 어떤 일이든 가능하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는 돈이 없어야 하나님의 일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분명한 사실을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아직도 예가 부족하다면 요즘 넷플릭스로 유명해진 이단들을 생각해보라. 그들의 모든 일은 돈이 있어 가능하다. 그런가? 아닌가? 이단들이 아무리 하나님을 앞세워도 그렇게 돈으로 가능한 일들은 하나님의 일이 될 수 없다. 맞는가? 틀리는가? 이단들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돈으로 가능한 일은 하나님의 일이 될 수 없다. 하나님의 일은 오히려 돈이 없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런 내 말을 사람들은 듣지 않는다. 돈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돈에 대해 냉혹한 이야기는 듣기를 거절한다. 그래서 가난해져야 한다는 내 말은 늘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 된다.

그리스도교가 이렇게 된 것은 그러나 우연이 아니다. 나는 그 효시를 콘스탄티누스의 빈민구제소에서 본다. 콘스탄티누스는 빈민구제소를 설치하여 빈민들을 구휼하였다.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가 한 일은 그리스도인들이 애초에 하던 애덕의 일을 초라하거나 무익한 일로 만들었다. 여기서 말하는 애덕의 일이 무엇인가. 동인이 사랑인 일을 말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일은 바로 이 애덕을 기반으로 한다. 그런데 빈민구제소가 생김으로 인해 그리스도인들의 일상이자 의무였던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일이 국가의 일이 되고 돈의 일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곧잘 교회는 구제하는 곳이 아니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맞다. 교회는 구제하는 곳이 아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이라면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콘스탄티누스의 바실리카 성당이 공동체를 사라지게 한 것과 마찬가지로 콘스탄티누스의 빈민구제소가 그리스도인들의 일, 다시 말해 하나님의 일이 되어야 할 그리스도인들의 일을 돈(맘몬)의 일로 바꾼 것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리스도인들은 돈이 없으면 하나님의 일도 할 수 없고, 가난한 사람들도 도울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그리스도인들의 일은 세상의 균형을 맞추는 평형추였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은 똑같은 것을 먹고 마시게 되었고, 그런 그리스도인들의 삶은 믿건 믿지 않건 간에 자신보다 가난한 사람에게 자신의 것을 나누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것은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반사적인 행동으로 드러나는 사랑의 흐름이었다. 그렇게 그리스도인들은 사람들을 사랑으로 감염시켰고, 그 사랑에 감염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리스도인 지원자들이 되었다. 그것은 단순히 가난한 사람들만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돈이 있지만 삶의 평화를 느끼지 못했던 부자들까지 매료시켰다. 부자들이나 귀족들까지 자신들의 신분과 재산을 포기하고 그리스도인이 되게 만들었다. 사랑이 가지는 힘의 영향력이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었다.

얼마나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인가. 글을 쓰면서도 나는 내가 오늘도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내 말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막상 돈을 포기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베드로가 가로되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것으로 네게 주노니 곧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걸으라 하고 오른손을 잡아 일으키니 발과 발목이 곧 힘을 얻고 뛰어 서서 걸으며 그들과 함께 성전으로 들어 가면서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하나님을 찬미하니 모든 백성이 그 걷는 것과 및 하나님을 찬미함을 보고 그 본래 성전 미문에 앉아 구걸하던 사람인줄 알고 그의 당한 일을 인하여 심히 기이히 여기며 놀라니라.”

기적은 베드로에게 은과 금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베드로가 한 일의 가장 중요한 일은 걸인이 일어나 걷고 뛰게 된 그 기적이 아니라 성전에 들어갈 수 없었던 장애인이었던 걸인이 함께 성전으로 들어가 하나님을 찬미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놀라운 일, 곧 하나님의 일이었다.

“시몬이 사도들의 안수함으로 성령 받는 것을 보고 돈을 드려 가로되 이 권능을 내게도 주어 누구든지 내가 안수하는 사람은 성령을 받게 하여 주소서 하니 베드로가 가로되 네가 하나님의 선물을 돈 주고 살 줄로 생각하였으니 네 은과 네가 함께 망할찌어다.”

돈으로 하나님의 일을 하려는 사람은 시몬과 마찬가지로 돈과 함께 망할 것이다.

콘스탄티누스의 빈민구제소는 하나님의 일을 돈으로 할 수 있다는 인간의 오만함에서 비롯되었고, 그것이 그리스도교의 하나님의 일을 맘몬의 일로 만들었다. 이제 이것을 당신의 마음속에서 정리하는 일은 오롯이 당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