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위일선 변호사 = 지난 번 글에서는 상속 계획을 위한 문서들 중 가장 중요한 유언장(Will) 및 생전 신탁(Living Trust)에 대해 간략하게 장단점을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생전 신탁을 만드는 과정 및 신탁과 유언장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생전 신탁을 만드는 과정

생전 신탁을 만들기 위해 제일 먼저 결정할 사항은 신탁을 만드는 주체가 누가 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독신인 사람은 당연히 개인 신탁이 될 것이나, 기혼자의 경우에는 부부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개인의 신탁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두 사람의 공동 신탁(Joint Trust) 문서를 작성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두 번째는 신탁을 운용할 피신탁인(Trustee, 트러스티) 자리에 누구를 지명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18세 이상 성인이어야 한다는 것 외에 트러스티의 자격에 대해 법적인 제한은 없지만, 신탁을 만드는 사람이 본인을 트러스티로 지명하면 본인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신탁의 재산을 본인 뜻대로 운용하다가 본인 사망시에 원하는 대로 유증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생전 신탁을 만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인을 트러스티로 지명한다.

이 경우 본인의 사망시 혹은 극도의 건강 악화로 인한 유고시 본인을 대신해서 트러스티의 업무를 수행할 대체 피신탁인(Substitute Trustee)도 신탁 문서에 지명해 놓아야 한다. 대체 피신탁인은 자녀나 형제 혹은 친척 중에서도 임명을 할 수 있으나, 각종 부동산과 동산의 정리, 처분, 분배 등을 무난히 수행할 수 있는 언어 능력과 관련 지식을 갖춘 사람을 지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인들이 생전에 자기 일을 돌보아 주던 변호사나 회계사를 대체 피신탁인으로 선호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신탁을 운용할 트러스티와 대체 트러스티를 정하고 나면 본인의 자산 중 신탁에 넣어 둔 자산을 본인 사망 후 누구에게 어떻게 유증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은 유언장에 상속 내용을 적는 경우와 동일하다. 여기까지가 모두 정해지면 상속 계획 업무를 하는 변호사를 선임해서 생전 신탁을 만들고, 신탁 문서가 작성되면 내용을 세밀하게 검토한 후 서명과 공증을 하게 되는데, 이 때 두 사람의 증인이 함께 서명을 하고 공증을 받아야 적법한 생전 신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본인의 자산 중 생전 신탁에 넣겠다고 신탁 문서에 적어 놓은 모든 자산 항목들에 대해 개인 명의로 되어 있는 것을 신탁 명의로 명의이전을 하는 것이다. 부동산의 경우는 명의 이전 증서(Deed)를 만들어서 부동산이 있는 해당 카운티에 기록을 해야 하고, 동산 항목도 각 항목별로 필요한 명의 이전 절차를 밟아야 한다. 만일 신탁 문서에 특정 부동산 항목 또는 동산 항목을 신탁으로 옮겨 놓겠다고 적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명의 이전을 해 놓지 않으면 누락된 항목들에 대한 상속은 신탁과 관련한 법률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경비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법원의 ‘유언 검인(Probate)’ 과정을 밟아야만 상속이 이루어지게 된다.

수정 및 취소가 가능한 생전 신탁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생전 신탁은 신탁을 만든 사람이 본인의 자산을 생전에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 관리 및 운용을 하다가 본인 사후에는 법원을 거치지 않고 단 기간에 본인이 원하는 바에 따라 유증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만일 재산 항목이 많은 사람이 자산을 모두 신탁에 넣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일부 자산은 생전 신탁에 넣어 사후에 유증하고 일부는 신탁에 넣지 않고 있다가 유언장을 통해서 유증할 수도 있다.

생전 신탁은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탁을 만든 후 생각이 바뀌면 신탁에 넣지 않았던 특정 재산 항목을 추후에 신탁에 추가할 수도 있고, 원하면 신탁에 넣었던 자산을 신탁에서 뺄 수도 있다. 신탁에 넣어 둔 자산을 사후에 분배하는 것에 대해도 분배 내역을 바꾸고 싶으면 언제든 신탁 수정 문서(Amendment to Trust)라는 비교적 간단한 문서를 만들어서 수정할 수 있다. 다만, 신탁을 만든 후 이혼을 하거나 재산을 상속받을 사람에 상당한 변동이 생기는 등 큰 변화가 있는 경우, 혹은 수정을 해야 하거나 하고싶은 내용이 많은 경우에는 기존의 신탁을 취소하고 새로운 신탁 문서를 만드는 것이 좋다.

생전 신탁과 유언장의 보완 관계

신탁을 만드는 사람이 자산 항목 중 일부만 신탁에 넣고 일부는 신탁에 넣지 않고 남겨 두는 경우, 남겨진 재산은 유언장을 통해서 유증을 할 수 있다. 가지고 있는 자산의 전부 혹은 대부분을 신탁에 넣어 두는 경우에도 유언장은 재산 분배 외에 유언장을 만든 사람의 장례 및 사후 처리 등과 관련한 내용도 담는 문서이므로 유언장과 생전 신탁은 상호 보완적인 문서이다. 다만, 일부 재산은 신탁을 통해 유증하고 여타 재산은 유언장을 통해 유증한다면 법원을 통해 유증하는 재산들에 대해서 만큼은 상속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 것을 피하기 위해 생전 신탁과 함께 만들어 두면 특히 유용한 문서가 있는데 ‘포괄적 유언장(Pour-Over-Will)’이라는 문서가 그 것이다. 이 문서는 한국어로는 적절한 표현을 찾을 수조차 없을 만큼 생소한 단어이지만, 그 개념은 간단하다. ‘포괄적 유언장’은 일반적으로 작성하는 유언장과 전반적으로 동일하나 유언장 작성자 사망 시 본인 소유로 되어 있는 모든 동산 및 부동산을 생전 신탁으로 옮겨서 생전 신탁에 적혀 있는 내용대로 유증을 하라는 내용을 담는 유언장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탁에 들어가 있지 않은 모든 부동산 및 동산 항목을 신탁으로 옮기라고 할 수도 있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동산 항목만 혹은 부동산 항목만 옮기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부동산 및 동산 항목을 신탁으로 옮겨 유증을 함으로서 오랜 시간과 많은 경비가 소요되는 법원의 ‘유언 검인(Probate)’ 절차를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신탁에 들어가 있지 않은 재산을 신탁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법원에 유언장을 제출해서 판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지만, 판사가 결정해야 할 일은 유산의 명의를 신탁으로 옮기는 것을 허락해주는 것뿐이므로 전반적으로 유언장에 의해 상속이 이루어지는 경우와 달리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다. (위일선 변호사. 407-629-8828, 813-361-0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