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양 볼에 나비 모양의 발진이 주 증상 중 하나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2010년 한국에서 행복 전도사로 알려진 최윤희씨 부부가 자살해 한동안 뉴스를 탔다. 당시 경찰은 남편 김모씨가 당시 63세이던 부인 최씨의 자살을 돕고 자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수사의 결론을 지었다.

경찰이 유족을 통해 최씨의 친필로 확인한 유서에는 '2년 동안 입원, 퇴원을 반복하며 많이 지쳤다', '더 이상 입원해서 링거를 주렁주렁 매달고 살고 싶지 않다'며 심장과 폐질환 등 투병생활에 지친 내용이 담겨 있다. 또 '700가지 통증에 시달려본 분이라면 마음을 이해할 것. 저는 통증이 너무 심해서 견딜 수 없고 남편은 그런 저를 혼자 보낼수는 없고..그래서 동반떠남을 하게 됐다'며 부부가 함께 목숨을 끊은 이유도 적혀 있다.

최 씨의 자살은 그의 환한 웃음을 기억하던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더불어 행복전도사의 행복을 앗아간 병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무슨 병이길래 700가지 통증을 유발하며, 폐와 심장에 치명적 손상을 일으킬까? 병명은 루푸스(전신 홍반성 루푸스)다.

자가면역 질환으로 여겨지는 루푸스는 확산 추세에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생소한 질환이다. 미국 루프스재단 정보에 따르면, 미국인 63%가 질환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거나 혹은 들어보기는 했으나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

미국에서 150만명 루푸스 환자

미국은 5월을 전미 루프스 자각의 달 (National Lupus Awareness Month)로 정하고 일반인들에게 질환을 홍보하고 있다. 미국 루프스재단은 미국에 150만명 정도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루푸스는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걸릴 가능성이 훨씬 높다.(성인 환자 90%가 여성) 또 루푸스는 백인보다는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아메리카 원주민계 및 아시아계에서 더 흔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흑인 여성 537명 중 1명이 질환에 노출돼 있다. 또 루푸스는 15세와 45세 사이의 사람들에게 가장 자주 발생한다.

루푸스의 실제 이름은 전신 홍반성 루푸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이며, 전신 홍반성 낭창으로 불려지기도 한다. 루푸스라는 이름은 얼굴에 생기는 병변 때문에 환자의 얼굴이 늑대 얼굴을 닮았다고 하여, 영어의 이리를 뜻하는 '루푸스(Lupus)' 가 되었다.

루푸스는 세포핵의 특정 단백질에 대한 자가항체가 생성되고 면역계의 이상에 의해 자신의 세포나 조직이 파괴되는 ‘만성 염증성 자가 면역성 질환’이다. 루푸스가 있는 경우에는 아플 때(발적)와 건강한 때(증상 소멸)가 있을 수 있다. 루푸스 발적은 경증에서 중증까지 있을 수 있지만 일정 패턴을 따르지 않는다. 발적 시기에는 통증이 있으며, 열이 나고, 아픈 부위가 붓고 빨갛게 되는 증상을 동반하는 데, 이로 인해 일부 환자들은 코를 중심으로 양 볼쪽이 나비 모양으로 붉은 색 발진을 나타내기도 한다.

루푸스는 류머티즘 관절염 등과 같이 류머티즘성 질환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그러나 관절이라는 특정부위에만 주로 영향을 주는 류머티즘 관절염과는 달리 루푸스는 전신 홍반성 낭창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관절과 근육뿐만 아니라 피부, 신경조직, 폐, 신장, 심장과 조혈기관 등 온몸의 모든 조직을 공격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질환의 진행에 대한 예측이 어렵다.

또 '천의 얼굴' 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 임상적으로도 진단과 치료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발병 원인 정확하지 않아 치료 어려워, 치료법들은 향상

▲ 양 볼쪽에 나타나는 나비 모양의 발진은 루푸스 증상 중 하나이다. ⓒ wikipedia

루푸스의 발병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유전자, 환경(예: 바이러스 감염, 햇빛, 특정 약물, 그리고 흡연에 노출), 면역체계와 관련한 다른 영향들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루푸스의 발병 패턴은 다음과 같을 수 있지만, 사람마다 다르다.

경증 또는 더 심한 증상.
몸의 한 부위에 발생.
몸의 여러 부위에 발생.
나타났다가 사라짐.
시간이 지나면 달라짐.

일부 증상은 장기에서 염증을 일으킬 때 발생한다. 증상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포함될 수 있다.

관절 통증과 부종, 그리고 조조강직을 일으키는 관절염.
발열.
자주 피로한 느낌(피로)
발진.
탈모.
코와 입 부위에 통증이 보통 없는 상처.
추위와 스트레스로 인한 손톱과 발톱의 색깔 변화 -보라색 기미의 청색, 흰색, 또는 빨간색 (레이노증후군).
선부종.
다리의 부기 또는 눈 주위의 부기
심호흡을 할 때 또는 누울 때 오는 통증
두통, 어지럼, 우울증, 혼동 또는 발작.
복통.

루푸스를 가진 일부 사람들의 경우, 염증은 신장, 심장 또는 폐에 다른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렇듯 루푸스는 증상도 다양하고 발병 패턴도 사람마다 달라 오진이 많다. 열이 나서 감염내과를 가는 경우, 폐에 물이 차서 호흡기내과를 가는 경우, 온몸의 통증 때문에 신경외과를 가는 경우 등 온갖 진료과를 다니다 뒤늦게 류머티즘과에 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증세가 다양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루푸스는 만성 질환이며 치료법이 없다. 그러나 치료 방법들이 크게 향상되었고, 의사들은 질환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이전보다 더 많이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루푸스 역시 다른 질환들과 마찬가지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초기에 발견하면 가벼운 치료를 통해 정상생활이 가능하지만 방치하면 장기에 문제를 일으키는 등 더 심각한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의 치료의 목표 또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전문 의학적 치료법으로 루푸스의 증상과 활성화 정도를 조절하면서 환자 스스로가 당뇨병과 같이 평생 지속적인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환자교육 등에 힘써 건강하고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한가정의학회, 미국립보건원, 미국루푸스 재단 등 정보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