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마켓 동포들 "대목 장사 큰 피해" 울상
애틀랜타 총영사관 영사파견 3천불 긴급지원

[제2신 대체: 31일 오후 8시]
(올랜도) 김명곤 기자 = 허리케인 윌마가 남부 플로리다를 강타한지 나흘만인 28일부터 지역내 전기공급이 서서히 재개되며 주민들의 생활도 점차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피해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큰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겨울철을 앞둔 많은 주민들에게 큰 시름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이번 허리케인으로 동포들이 거주하고 있는 모빌홈 5채가 완파되고 플리마켓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동포들도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애미 지역 정의황 한인회장은 3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5가정의 한인 동포들의 모빌홈이 날아갔으며, 오클랜드 파크 지역의 플리마켓 천정이 무너지는 바람에 여러명의 동포들이 크게 재산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플리마켓 사업자들은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철이 '대목'인데 쉽게 복구될 것 같지 않아 추가 피해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마이애미지역 교역자 협의회와 공동으로 모금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전하고 동포들의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했다. 피해를 입은 동포들을 돕기 원하는 동포들은 (954) 217-2471 또는 (954) 600-6295 로 연락하면 된다.

마이애미 한인회는 허리케인이 지역을 강타한 이후 피해 동포들을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한인회에서는 10여명의 청년들을 급파해 마이애미에서부터 멀리는 북부 보카라톤 지역 교회나 토박이 동포 가정에 비상물품을 전달하고 있으며 동포들의 가게와 집을 돌며 못쓰게 된 물건들과 쓰러진 나무를 함께 치우는 등 복구를 돕고 있다.

또 한인회 활동과는 별도로 남가네 식품 (대표 남정태)은 주변의 가난한 흑인들에게 부탄가스를 무료로 공급하는 등 어려운 가운데서도 이웃을 배려하는 흐뭇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한편 이에 앞서 지난 26일 애틀랜타 총영사관(총영사 이광재)은 긴급 구호자금을 지출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26일 플로리다에 급파된 두 명의 영사는 3천불 어치의 가스 레인지와 라면 등을 사들고 플로리다 한인회 연합회 양정수 회장, 김풍진 이사장과 함께 정의황 한인회장을 방문해 이를 전달했다.

동포들, 가솔린 등 구하기 위해 올랜도까지 진출

이번 허리케인으로 일부 한인들은 지난 24일 허리케인이 닥친후 마이애미 지역에서 자동차 가솔린과 생필품을 살 수 없게 되자 4시간 거리인 올랜도 지역까지 진출했다.

26일 오후 가솔린을 구입하기 위해 세 자녀와 함께 북쪽 시 외곽지역을 돌던 마이애미 거주 동포 홍순백씨는 가솔린을 구하지 못해 결국 올랜도 시내까지 들어오게 됐다. 홍씨는 올랜도에서도 가스캔을 사기위해 홈디포등 상점들을 전전했지만 구하지 못하자 궁리끝에 지역 한인 식품점에서 5갤런짜리 물통 세개를 얻어 가솔린을 채워넣었다. 플리마켓에서 사업을 해 온 홍씨 부부는 "집도 집이지만 플리마켓 지붕이 내려앉아 물품들을 모두 버렸다"며 "정말 살기 싫을 정도로 낙담된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발전기를 마련해 놓아 그나마 피해를 줄이게 된 남가네 식품은 "타지역 사람들은 이 지역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 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면서 "밤새 내내 발전기를 살피느라 녹초가 됐고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전했다. 한마음 식품은 27일 "오늘 오전에야 전기가 들어와 가게 식품들을 처분하고 있다"며 "지난해 허리케인 당시엔 가게에 물이 들어와 식품들이 둥둥 떠다녔으나 올해는 그나마 낫다" 고 전했다.

31일 현재 3개 카운티 1백만명 '암흑'...사망자 21명으로 늘어

한편 허리케인이 지나간 뒤 거의 대부분의 주택이 단전이 됐던 브라워드 카운티와 마이매이-데이드 카운티는 31일 현재 각각 50%와 80% 정도 전기가 들어온 상태로 두 카운티만 70만명이 전기 없이 지내고 있으며, 웨스티팜비치까지 합하면 100만명이 아직도 암흑세계에서 지내고 있다.

또한 많은 주민들이 자동차 가스와 물, 얼음 등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이곳 저곳을 전전하고 있다. 그동안 얼음과 물을 구하기 위해 수 시간씩 헤매야 했던 주민들은 연방 재난관리청(FEMA)의 구호품 배급 지연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젭부시 주지사는 "늑장대처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그동안 허리케인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하라고 경고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등한시한 주민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허리케인 윌마로 인한 사망자는 총 21명으로 늘어났으며, 피해액도 120억불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재산피해액 기준으로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앤드류에 이어 미 역사상 세번째로 높은 것이다.

한편 부시 대통령과 젭 부시 주지사는 지난 27일 헬리콥터를 타고 피해지역을 돌아 보았다. 부시 대통령은 "전기가 재개되고 있으며 주민들의 생활이 곧 정상적으로 돌아올것"이라고 격려했으나 현장 연설은 하지 않았다.

허리케인 윌마는 플로리다를 빠져 나가며 풍속에 가속이 붙으면서 3급으로 발전, 한인동포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브라워드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팜비치 카운티를 강타했다. 특히 브라워드 카운티는 1950년 허리케인 킹 이후 본격적인 허리케인 피해를 경험해 보지 못한 탓인 지 다소 방심한 상태에서 나무가 넘어지고 지붕이 파손되는 등 큰 피해를 당하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이애미 헤럴드>는 29일 브라워드 카운티 중부와 북부 지역은 약 70% 정도의 주택과 상점이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카운티 전체 95%가 단전상태에 빠지자 일상 생활이 마비되면서 극심한 고통을 당해야만 했다.

단전으로 주유소 마비...새치기 시비로 주먹 다짐도

우선 주유소들은 전기로 작동되는 펌프가 단전으로 가동되지 않아 가스를 저장해 두고도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자체 발전기를 보유하고 있었던 소수의 주유소들 만이 간신히 문을 열었으나 한나절 줄을 서고도 가스를 사지 못 할 상황이 되자 새치기가 성행했고, 이때문에 곳곳에서 몸다툼이 벌어지며 주먹다짐이 오가기도 했다.

오일 회사들은 자사 주유소에 발전기들을 공급하고 있으며 플로리다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두고 있는 '플로리다 파워 앤 라이트' (Florida Power & Light, 이하 FPL)전기회사는 우선 주유소와 수퍼마켓에 전기 재개를 서두르고 있다. 28일 현재 브라워드 카운티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2800여개의 주유소 가운데 3분의 1 정도만 영업을 재개했다.

특히 단전으로 길거리 신호등이 작동되지 않아 교통시스탬이 마비되는 바람에 차량들이 거북이 운행을 하고 있다. 브라워드 카운티는 28일 오후까지 1350개의 신호등 가운데 1272개가 작동되지 않고 있으며,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도 2600개의 신호등 가운데 1600여개의 신호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이번 허리케인으로 지역내 15,000여개의 전봇대가 쓰러진 것으로 집계되었다.

그러나 전기 복구는 쉽게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FPL은 2주 정도면 대부분 전기가 공급될 예정이지만 일부 지역은 추수감사절 이틀전인 11월 22일까지 전기 공사가 계속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브라워드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는 허리케인 윌마 이후 실시해 왔던 통금을 31일 해제했으나 각 카운티 교육청은 이번주 수요일까지 휴교를 연장한 상태이다.


[제1신]
허리케인 뒤끝 마이애미 내륙 강타..."50년만에 최대"

허리케인 윌마가 오후 5시경 플로리다 동해안으로 빠지며 막바지 기승을 부린 끝에 상륙 10시간여 만에 물러갔다. 허리케인 윌마로 인한 사망자는 오후 10시 현재 6명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약 100억불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허리케인 뒤끝의 서부 포트마이어스 지역과 동부 마이애미 지역은 지붕이 날아가고 울타리와 아름드리 나무가 곳곳에 쓰러져 있으며 3백만명의 주민들이 단전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전기회사측은 전기 공급이 완전히 정상화 되려면 앞으로 일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플로리다 키 지역과 동부 해안에 인접해 있는 주 도로인 US1 도로는 바닷물로 넘쳐났으며 남부지역 대부분의 신호등이 부서져 교통시스템이 마비됐다.

중심부 지나며 가속 붙어...한인밀집지역 큰 피해 예상

허리케인 윌마는 3등급(111~130마일; 178~209km)위력으로 플로리다 남서쪽 포트마이어스와 네이플스에 진입했고 허리케인 중심부가 플로리다를 벗어나면서 가속이 붙었다. 이로 인해 갑작스런 폭풍이 인구 밀집 지역인 브라워드 카운티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를 강타했고, 특히 웨스톤, 선라이스, 펨브록 파인 등 한인 밀집 주거 지역의 주택들에 큰 피해를 입혔다.

풍속 105마일(168km)에서 120마일(193km) 정도의 속도로 플로리다를 지나친 윌마는 5개 카운티를 한번에 덮칠 정도로 반경이 컸으나 다행히 강도면에서는 1992년 이 지역에 역사적 재해를 가져다 준 5등급(156마일; 250km) 허리케인 앤드류와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러나 브라워드 카운티 내 14층짜리 교육청 건물 창문이 모두 깨졌고, 마이애미 데이드 지역의 사우스 쇼어 병원은 1백여개의 유리창이 파손됐다. 또 마이애미대 잭슨 메모리얼 병원의 지붕 일부도 날라가는 등 크고 작은 피해상황이 계속 보고 되고 있다.

웨스톤에 거주하고 있는 마이애미 정의황 한인회장은 "뒷마당 수영장 스크린이 날아가는 등 이제야 허리케인의 위력을 직접 보게 됐다" 고 전하고 "일부 한인들과 전화 통화를 했는데, 모두가 공포에 떨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오후 10시 현재 한인들의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포트 로더데일 지역의 교민 이창길씨는 "새집인지라 큰 피해는 없지만 전기가 나가 TV도 볼 수 없어 바깥 상황을 알수 없다"며 "전기가 나간 것 정도야 기본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진우씨도 "3급 허리케인이 이정도로 센 줄은 몰랐다"며 "방송에서 내륙에 몰아친 허리케인중 50년만에 가장 강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 전했다. 기상관들은 허리케인 윌마는 지난 14개월동안 플로리다를 지나친 여덟번째 허리케인이지만 브라워드 카운티는 1950년 허리케인 킹 이후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을 맞았다고 전했다.

마이애미 지역 25일 오전 6시까지 통금

현재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는 24일 오후 8시부터 25일 오전 6시까지 그리고 브라워드 카운티는 오후 7시 부터 오전 7시까지 통행금지가 선포됐다. 교통 시스탬이 마비된데다 전기가 들어 오지 않은 상가 지역에 도둑이 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마이애미-데이드, 브라워드, 팜 비치 그리고 몬로 카운티 학교들은 이번 주일 내내 휴교 될 전망이다.

한편 허리케인 윌마가 지나는 동안 숨을 죽이고 있던 플로리다 중부 이남 지역 주민들은 24일 오후 3시경부터 차츰 집 밖에 나와 윌마가 남겨놓고 간 잔재들을 치우고 있다. 오전 중 문을 닫았던 식당들과 상점들은 비즈니스 재개를 위해 제법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브라워드 카운티 등 허리케인을 직접 맞닥뜨린 지역은 거의 정전이 돼 주민들은 냉장고 음식을 버리고 있으며 통신마저 두절된 상태에 처해 있다.

특히 지난 해 허리케인 프랜시스와 진을 맞았던 웨스트 팜 비치 주민들은 어느지역보다 더욱 지친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허리케인 시즌은 11월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