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국민과 함께 할 것"
[노무현 평전 91] 몸을 던진 저항, 고향에 묻히다

(서울=오마이뉴스) 김삼웅 기자(전 대한매일신보 주필) = 영결식을 마친 장의행렬은 서울광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민이 합류하여 고인을 추모하고 악인 들을 소리 높이 비난했다. 서울광장 노제에는 고인을 상징하는 노란색 풍선ㆍ손수건ㆍ모자 등 노란색 물결 속에 40분간 노제를 치렀다.

시청 앞을 거쳐 서울역 앞까지 이어진 추모 인파는 40여만 명을 넘었다. 추모 시민들은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라고 목매어 외쳤다.

운구차는 만장 2000여 개를 들고 뒤따른 시민들의 배웅을 받으며 서울역까지 이동했다.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을 이대로 보낼 수 없다면서 차도를 가로막아 용산역까지 2Km를 운구하는데 3시간 이상 걸렸다. 행렬을 따르는 시민들 중에는 권력핵심과 정치검찰, 족벌신문을 매섭게 성토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은 수원 연화장에서 화장되어, 유골함은 저녁 늦게 봉하마을로 옮겨져 7월 10일 49재를 지낸 뒤 사저 옆에 국민의 성금으로 조성된 묘소에 안장되었다.

노무현의 파란곡절의 생애는 이렇게 한줌 재로 변해 자신이 태어난 고향마을에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이라는 유서의 한 대목처럼 그렇게 자연으로 돌아갔다. 그가 영원의 안식처로 떠나던 날 진보개혁의 두 신문은 각각 다음과 같은 통절한 사설을 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 보내며(발췌)

오늘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영원히 떠나보낸다. 서울 경복궁 영결식과 서울 시청 앞 노제가 끝나면 노 전 대통령은 화장터에서 한줌의 재로 변해 고향인 봉하마을 한 야산의 품에 안긴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바보 노무현 의 부활이라 할 만한 사회 현상을 낳았다. 우리 모두가 고인을 사지로 내몬 데 대한 연민과 애통함, 분노로 시작된 추모는 우리 스스로의 삶을 반추해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실종된 시대정신과 가치에 대한 회한이기도 하다. 고인은 죽음으로써 가난한 자들의 친구, 서민의 수호자 로 거듭났다. 고인은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가슴속에 길이 남을 것이다.

고인은 갈등과 분열로 찢겨진 시대의 희생자였다. 사사건건 보ㆍ혁의 이분법으로 재단하는 시대는 고인을 변방으로 내몰았다. 공(功) 은 폄훼되고, 과(過) 는 부풀려지기 일쑤였다. 그가 추진하려 한 각종 개혁정책은 좌파라는 올가미를 쓴 채 겉돌았다. 상고 출신의 비주류 대통령에 대한 기득권층의 멸시는 또 다른 벽이었다. 지역주의 타파에 대한 열정은 승부사 기질로, 권력기관마저 놓아줬던 탈권위주의는 비주류의 한계로, 10 4 남북합의는 좌파정책으로 매도됐다. (<경향신문>, 2009년 5월 29일 사설)

'바보 노무현'을 보내며(발췌)

언제까지나 소탈하고 시원시원한 웃음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것만 같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오늘 우리 곁을 떠난다. 새시대의 맏형 으로 살려 했으나 결국 구시대의 막내 로 이 시대의 온갖 모순을 한 몸에 떠안고 영영 우리 곁을 떠나는 것이다.

그는 아프고 힘든 이들을 토닥거려줬다. 기득권층보다는 사회적 약자를,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을, 수도권보다는 지역을 더 생각하는 정책적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모든 권위를 내던지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사회개혁가였다. 그는 검찰권력을 포기하고, 언론권력과 타협하지 않고, 수도권 기득권층과의 일전을 불사했다. 그런 싸움이 자신에게 불리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이 옳은 길이라 믿었기에 뻔히 손해보는 줄 알면서도 바보같이 그 길을 갔다.

노 전 대통령은 이제 외롭지 않다. 봉하마을에서, 대한문 앞에서, 서울역에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국민들이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불같이 살다가 뜨겁게 삶을 마감한 그는 우리 모두를 바보로 만들고 떠난다. 그 소탈한 웃음을 지으며 편안히 가시기 바란다.

그는 떠나지만 바보 노무현 은 영원히 국민과 함께할 것이다. 두 손 모아 명복을 빈다. (<한겨레>, 2009년 5월 29일 사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