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루마니아 여성이 칼 휘둘러…교황 "끔찍하고도 매우 슬픈 소식"

기독교의 화해와 일치에 초점을 맞춘 테제 공동체(The Taize Community)의 창설자 로제(90. 본명 로제 슈츠 마르소슈) 수사가 16일 프랑스 동부 부르고뉴 지방의 본원에서 30대 루마니아 여성이 휘두른 칼에 찔려 숨졌다.

연합뉴스가 17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로제 수사는 이날 저녁 2천500여명의 젊은이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저녁 기도회 도중 올해 36세의 루마니아 여성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이 여성은 현장에서 검거돼 조사를 받고 있다.

사건 뒤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총리 등 각계로부터 애도 메시지가 잇따르며 종교 화합과 인류 평화를 위해 애쓴 고인의 유지를 기렸다. 다음은 연합뉴스가 정리한 사건의 전말, 주요국의 반응, 테제공동체의 약사 등이다.

◇ 사건 경위

로제 수사는 이날 저녁 8시 45분께 테제의 '화해 성당'에서 군중 속에서 갑자기 뛰어나온 한 여성으로부터 공격을 당했다.

범인은 로제 수사의 등 쪽으로 세차례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테제의 에밀리 수사는 로제 수사가 목을 찔린 뒤 출혈이 심해 사건 15분 뒤 숨졌다고 밝혔다.

범인은 현장에서 주변 사람들에 붙잡힌 뒤 경찰에 넘겨졌다

사건 직후 범인에게 정신 장애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검찰 관계자들은 정신 장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17일 사체 부검을 실시했다.

테제 공동체는 충격에 휩싸였고 철야 기도가 진행됐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 안팎에서 충격 속에 밤을 보냈다.

사건 뒤 로제 수사에 의해 8년 전 후계자로 선정된 알루아(51) 수사가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청년대회' 도중 공동체로 급거 귀환했다.

독일 출신 가톨릭 수도자인 알루아 수사는 32년간 테제 공동체에서 활동했으며 공동체 안에서 '대천사'란 별칭으로 불리는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 각계에서 애도 이어져

교황 베네딕초 16세는 17일 여름 거처인 카스텔 간돌포에서 신도들에게 "친애하는 로제 수사가 흉기에 찔려 숨졌다는 끔찍하고도 매우 슬픈 소식을 들었다"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교황은 쾰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와 관련해 "로제 수사가 바로 어제 나에게 서한을 보내 충심으로 나와 쾰른에 있는 모든 이들과 함께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교황은 18일 쾰른으로 간다.

로마 가톨릭 프랑스주교회의 의장 장-피에르 리카르 보르도 대주교는 테제에 보낸 서한에서 "로제 수사가 전세계 젊은이들을 자주 만나 가르침을 줬고 사랑의 힘을 증언했다"며 애도했다.

빌팽 프랑스 총리는 "로제 수사는 우리 종교의 역사에 발자취를 남긴 분으로 우리 기억속에 남을 것이다. 로제 수사의 추진 아래 그리스도교 통합운동이 확장됐고 그 영향이 전 세계에 미쳤다"며 조의를 표했다.

◇ 테제 공동체와 로제 수사

테제 공동체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테제에 살던 스위스출신 신학생 로제 슈츠가 유대인들을 몰래 숨겨주는 등 전쟁 난민들을 도우면서 시작됐다.

그 뒤 가톨릭과 개신교 등 모든 그리스도교의 화해와 일치운동에 주력하면서 오늘날 매년 수 만명의 전 세계 젊은이들이 모여들여 명상과 기도의 시간을 갖는 독특한 '카리스마'의 수도단체로 성장했다.

로제 수사는 25세 때인 1940년 동부 도시 클뤼니 인근의 테제에 들어가 공동체를 세웠고 평생 그리스도교 종파간 화해를 위해 헌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원래 개신교출신이지만 종파를 뛰어 넘는 활동을 펼쳤다.

테제 공동체는 김수환 추기경의 초청으로 한국에도 수사를 파견해 활동을 벌이고 있다.

로제 수사는 1998년 유네스코 평화교육상을 수상했고 기도와 명상에 관한 많은 저서들을 남겼다.

테제 공동체 소식통들은 로제 수사가 최근 고령으로 기력이 쇠해 올 연말 일선에서 은퇴할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 장례식
한편 로제 슈츠 수사의 장례식은 23일 피살장소인 공동체 본원의 화해 교회 에서 열릴 예정이다.

장례식에는 바티칸의 기독교 교회 통합 책임자인 발터 카스퍼 추기경과 프랑스, 볼리비아, 인도, 미국 등의 고위 성직자, 러시아 정교회 모스크바 교구와 영국 성공회 캔터베리 교구측 대표,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 등 1만여명이 참석한다.

고인은 테제 공동체 묘역에 안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