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인출은 신속, 입금은 여전
연방 의회에 보완법 상정돼

지난 해 10월 28일부터 발효가 된 21세기 수표결제법(일명 21 ·The Check Clearing for the 21st Century Act (Check 21)에 대한 논란이 은행과 소비자단체간에 오가고 있다.

21 은 고객들로 부터 수표를 받은 은행이 직접 잔고 여부를 확인하고 동시에 수표를 스캔해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지난 몇년동안 미국에서는 개인이 수표를 발행하면 업자는 그 수표를 은행에 넣고, 각은행은 수집된 수표들을 매일 자루에 담아 밤새 비행기나 트럭에 실어 해당 지역 은행으로 보내는 작업을 통해 은행간 교환, 결제 과정을 거쳤다.

이 때문에 오늘 집세나 물건값을 수표로 지불했더라도 개인 은행계좌에서 해당 금액이 인출되기까지는 빨라야 2,3일 혹은 1주일넘게 걸렸다.

그러나 2003년 연방의회에 상정되어 지난 해 발효된 21 수표 결제법은 수표확인과정을 컴퓨터로 가능케 해 결제기간을 단축하고 있다.

즉 수표를 받은 은행에서는 유입된 수표를 해당 은행에 직접 보내 결제케 해왔던 것을 은행에서 바로 수표를 스캔해 컴퓨터상에서 확인하고 결제한다는 것이다.

은행 현금인출 빠르고 입금은 여전

그러나 이러한 수표 결제법은 결국 은행에 이익을 가져다 주게 된다.

미국인들이 플로트 라고 부르는 결제 기간은 그동안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급전 대출 의 효과를 가져다 준 셈이었다. 소비자들은 이자없이 최소 2,3일 지급을 미룰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새 법안 발효로 그 효과는 소비자에게서 은행으로 옮겨지게 된다.

은행에는 결제기간 단축이라는 이익이 있을 뿐 아니라, 수표가 교환되는 동안 그 금액을 은행이 보유하게 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즉 현금 인출 결제는 빠르나 수표 교환은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의 기간이 걸리고, 고객의 구좌에는 곧바로 기록이 되지 않아 결국 은행이 고객의 현금을 보유하게 돼 그 기간 동안의 이자를 취할 수 있다.

고객편에서 쉽게 설명해 보자면 빠져 나갈 현금은 예전보다 빨리 빠져 나가고, 들어올 현금은 예전과 똑같은 시간이 걸린 후 들어온다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 보호, 말로니 법안 상정돼

이로 인해 최근 연방의회에상정된 말로니 법안 은 소비자 이익을 위해 이를 보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랜도 센티널지 16일자 보도에 따르면, 공화당 출신인 캐롤린 말로니에 의해 올려진 이 법안은 수표가 교환되는 동안 구좌에 현금이 있을 경우 공수표 벌금 (bounced-check fee) 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또 은행의 현금 인출 당일날 수표 당사자 확인 가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소비자보호 단체에서는 은행업계에만 이득을 주는 ‘첵21’에 대항해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이번 상정안을 크게 반기고 있다.

그러나 은행측은 말로니 법안은 오히려 수표를 이용한 사기행위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은행행정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미 은행연합의 프리츠 엘멘도프는 “융통어음과 가짜 수표가 가장 큰 문제다”라며 “은행이 고객서비스와 편리함을 추구해야 하는 점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의무는 고객계좌를 사기행위로 부터 보호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21 가동 은행 아직 많지 않아

이밖에 아직 많은 은행들이 ‘첵21’을 위한 전산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되고 있다.

‘첵21’이 지난해 10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은행들은 옛날 방식으로 입금된 수표를 확인하고 있다는 것.

한 관계자는 수표내용을 수시간만에 확인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데는 많게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독립 은행 연합의 비베카 웨어는 “말로니 법안을 작성한 사람은 무언가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아주 적은 수의 은행들만이 ‘첵21’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선 은행의 기술부분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첵21’때문에 아직 피해를 입고 있는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아우성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 보호 단체들은 “ 21은 곧 현실화될 기술”이라고 주장하며 웨어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컨수머 리포트 잡지의 출판인인 게일 히레브랜드는 “미국의 10대 은행들은 이미 2005년도 중반까지 사용될 프로그램을 벌써 시험 가동중이다.”라고 반박한다.

올랜도에서 보험회사를 운영하는 돈 해스팅스는 “우리 는 은행이 우리 돈을 이용해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그들(은행)이 키보드를 몇번 두들기고 난 뒤 우리 재산을 당분간 가지게 된다는 사실은 열받는 일이다. 라고 센티널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 편윤석-최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