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이라크 제공 로비자금 유엔 관리 상대 사용"

1970년대 코리아 게이트로 상당기간 동안 미 전역에 추문을 일으키며 한때 한미 관계에 미묘한 기류를 형성시켰던 박동선씨가 다시 뇌물 수수 등 불법 로비 혐의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14일(현지사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선 박씨는 사담 후세인 시절 이라크를 위하여 유엔을 상대로 '오일 퍼 푸드' (Oil for Food) 프로그램 추진 과정에서 2백만불의 로비 자금을 이라크로부터 제공받았으며, 박씨가 받은 이 로비 자금의 일부는 한 유엔 관리를 상대하기 위해서 쓰여진 혐의를 받고 있다. 유엔 당국은 현재 뇌물 수수와 관련해 내부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일 퍼 푸드' 프로그램은 미국이 사담 후세인 시절 이라크 정부로 하여금 이라크 국민들의 생계를 위한 식품구매 자금을 마련토록 하기위해 오일을 팔도록 허용한 프로그램으로, 이에 해당되는 자금은 약 670억 달러에 이른다. 이 프로그램은 1996년에 시작되어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2003년에 끝났다.

그동안 새 이라크 정부는 후세인 시절 이와 관련한 뇌물 수수와 리베이트, 오일 밀수 등에 관한 서류를 공개했다.

AP 통신은 박씨가 1995년에 이라크정부로부터 고위 유엔 관리를 상대하기 위한 로비 자금으로1천만불을 요구했으며, 이를 위해 이 가운데 5백만불을 사용한 것으로 이라크 정부 관리에게 밝혔다고 보도했다. 또 박씨는 1997년 혹은 1998년에 고위 유엔 관리의 아들이 세운 한 캐나다 회사에 1백만불을 투자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박씨와는 별도로 텍사스 출신의 데이빗 챌머스와 그의 두 오일 회사인 '베이오일'과 '베이오일 서플라이 앤 트래이딩'은 '오일 퍼 푸드' 프로그램 시행과 관련하여 생길 수백만달러의 비밀 리베이트를 이라크 정부에 제공할 계획을 꾸민 혐의를 받고 있다. 챌머스와 함께 불가리아 국적의 루드밀 디오니시에프와 영국 국적의 존 어빙도 같은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번 사건의 혐의자들인 챌머스와 디오니시에프는 14일 휴스톤에 있는 그들의 집에서 체포되었으며, 어빙은 영국에 머물고 있으며 미국은 그의 송환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들의 유죄혐의가 입증된다면 현행 법에 의해 각각 62년형과 1백만불의 벌금을, 두 오일 회사는 최고 2백만불의 벌금을 물게 된다. 미국 정부는 혐의자들로부터 최소 1억불어치에 해당하는 자산을 몰수할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박씨 유죄 입증되면 5년형에 25만불 벌금

또 로이터 총신은 박동선씨의 유죄가 입증되면 5년형과 25만불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박동선씨는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후세인 치하의 이라크 정부가 지난 2000년부터 2003년 3월까지 유엔의 승인과 미국의 현행법을 어기고 위의 회사들에게 은밀하게 리베이트를 제공해 달라는 요청을 한데서 시작되었다. 이 비밀 리베이트는 유엔이 인도적인 목적의 물품들이 이라크 국민들을 위해 구입될 수 있도록 감시한 은행구좌를 피해서 이루어 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챌머스와 두 혐의자들은 오일 매매 차액을 챙기려는 목적으로 이라크산 오일의 공식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이라크 관리들과 공모한 혐의도 받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이같은 공식가격 낮추기 담합은 이라크 정부가 요구한 리베이트 액수를 채우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국 낮은 오일 가격은 '오일 퍼 푸드' 프로그램 아래서 이라크 국민들에게 돌아갈 인도주의적 식품들을 구매할 자금의 감축을 가져온 결과가 되었다.

미 연방수사국(FBI) 고위 관리인 클로챈은 로이터 통신에 "베이 오일 혐의자들의 행위는 파렴치한 짓이다"면서 "그들은 탐욕에 빠져 '오일 퍼 푸드' 프로그램의 본래 목적을 우롱했으며, 미국이 전쟁을 수행하려던 시점에 의도적으로 외국정부와 공모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들 두 가지 경우의 혐의자들 모두 단지 불법 계획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계획의 진전을 도왔다"면서"그들이 '오일 퍼 푸드' 프로그램을 인도주의적 사업으로 위장한 '달러 박스'로 이용했다"고 비난했다.

챌머스 측의 케더린 렉커 변호사는 AP 통신에 "우리는 챌머스의 무죄 입증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으며, 디오니시에프의 변호사도 "미국 정부는 기소 목적을 위해 지나치게 혐의를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김명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