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깍기 영어공부에 신바람 난 집사람 이야기

집사람이 지난해 말 디즈니 월드에서 31년동안 근속하고 만기 은퇴한 후 주 4일씩 밤마다 2시간짜리 기초영어 수업을 받기 시작한지도 3개월이 넘었다. 며칠전 "오늘은 시험을 보는 날인데 괜시리 겁이 난다"고 말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직능 시험을 볼때마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어려운 고비를 넘겼던 집사람이니 이젠 시험이라면 진저리를 내는 것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직장에서 보는 시험처럼 불합격하면 타부서로 쫓겨나거나 명퇴를 시키는 것도 아니니 걱정말라"고 하였으나 함께 가주기를 바라는 집사람 간청에 못이겨 영어 수업을 하는 근처 고등학교로 따라 갔다.

시험시간에는 어느 누구도 수험생이 앉으면 교실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해서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저녁시간동안 간이 교실 입구에 앉아 쓰레기 통에서 주운 종이에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집사람은 일찌감치 시험을 포기하였는지 시험감독을 따라 다른 교실로 옮겨가는 것이었다. 집사람이 다니는 야간 기초 영어반은 이민자를 위한 교육으로, 3등급의 수업이 있는데 집사람은 그동안 2급 반에서 교육을 받고 있었으니 조금 무리였을 것이다.

날은 점점 어두워 가는데 새로 옮겨간 교실에서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하는지 집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늙은 사람이 이제와서 영어 공부를 해서 무엇에 쓰겠느냐"고 했더니 “당신이 나보다 먼저 죽으면 그 많은 정크 메일을 들고 매일 자식들을 찾아 다닐 수도 없지 않느냐”고 말한다.

영어반을 운영하는 학교로부터 불과 10분 거리에서 23년을 살았으면서도 이렇게 영어를 잘 가르키는 곳이 있는 것도 모르고 살아온 것이 부끄러웠다. 처음 15불을 내면 수시입학이 가능하고 교육기간이 1년이건 2년이건 모든것이 무료라고 한다. 집사람은 자신의 영어 선생님 중 한 분은 인근 다른 고등학교의 영어 선생이며 지난해 카운티에서 최우수 선생으로 선정된 분이라고 자랑했다.

집사람은 요즘 영어를 배우는 맛에 젊어지는 것 같다. 영어 한마디 못하면서 미국직장에 다니기 시작한 집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검은 머리가 파뿌리처럼 되었는데, 얼마전부터는 파뿌리 같던 머리가 검은 머리로 변하고 있다. / 송석춘 (올랜도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