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비자금 은밀하게 관리돼 추징실적 저조

대검 중수부가 29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비실명계좌에 보관중이던 73억9천만원을 찾아내 이중 16억4천만원을 징수함으로써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들의 비자금 추징 상황이 다시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검 중수부(박상길 검사장)는 29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직 시절 조성한 불법 비자금 중 31억원을 새로 찾아내 이중 16억4000만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93년 2월 31억원이 입금된 이후 12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이자가 붙어 73억9000만원으로 늘어난 자금 중 국고에 귀속된 57억5000만원을 제외한 16억4000만원을 추징한 것이다.

비실명계좌에서 실명계좌로 전환되면 원금의 50%와 이자수익의 99%가 과징금 형태로 국고로 귀속토록 규정한 금융실명제법에 의해 검찰 추징액은 16억4000만원이 됐다.

노 전대통령은 2천628억9천600만원의 추징금이 부과되었으며 노씨는 지금까지 2천75억1천200만원을 납부해 78.94％의 납부율을 보였다.

노, 79.6%-전, 24.2%의 징수율

이날 검찰이 노씨의 숨겨진 비자금을 밝혀내 새로 추징함으로써 추징액은 2천91억5천200만원, 징수율은 79.6％로 늘었다.

유사한 사건으로 2천205억원이 추징된 전 전대통령은 지금까지 532억7천43만원이 징수돼 24.2％의 저조한 징수율을 보인 점에 비교해 노씨 비자금의 추징 실적은 비교적 양호한 상태다.

노씨 비자금 비교적 찾기 쉽다

이렇게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두 전직 대통령이 자금을 보관한 형태가 서로 달랐기 때문.

전씨는 추적이 어려운 채권 등의 형태로 관리해 온 반면 노씨는 금융기관의 가차명 계좌에 입금시키거나 기업인들에게 빌려주는 등의 방법을 써 국가는 노씨 비자금을 비교적 쉽게 찾아내 소송을 통해 국고에 환수시킬 수 있었다.

검찰은 지금까지 노씨가 비자금을 맡긴 쌍용그룹 김석원 전 회장과 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 등을 상대로 재판을 벌여 비자금 환수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특히 2001년 1월에는 나라종금에 차명예탁된 노씨 비자금 248억5천여만원을 국고에 환수시켜 전체 추징율을 75.8%로 크게 높일 수 있었다.

비교적 손쉽게 전.노씨의 숨겨진 비자금을 찾는 경우도 더러 있었으나 대부분은 워낙 은밀하게 감춰져 있어 검찰이 실체를 찾는 데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두 사람의 비자금은 결정적인 첩보나 우연한 기회를 통해 부분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날 검찰이 발표한 노씨의 비자금 관리 행태를 보면 노씨의 자금관리인은 1993년 2월 `이두철‘이라는 가공의 이름으로 개설된 비실명계좌에 31억원의 비자금을 입금시킨 이후 10여년이 지나도록 한번도 입출금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사법당국의 추적을 피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는 2003년에 총 금융자산이 예금 29만원 뿐이라고 법원에 당당히 신고했지만 이후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진행중이던 대검 중수부가 명동 사채시장을 조사하던 중 100억대 비자금을 발견하기도 했다.

증여세 포탈 등 혐의로 기소된 전씨 아들 재용씨가 외조부로부터 물려받았다고 주장한 167억여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 중 73억여원이 전씨 비자금이라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작년에는 일요신문이 서초동에 숨겨진 전씨 명의의 땅을 찾아내 검찰이 압류 절차에 들어갔지만 이 땅은 현재 도로로 사용되고 있어 경매 등 남은 절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으로도 끈질기게 추적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추징 작업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당사자들이 남은 비자금을 양심껏 실토하거나 결정적 제보가 나오지 않는 한 추징작업은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