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언론사 가상대결 결과는 박근혜 후보보다 더 힘겨운 상대

(서울) 김당 기자 (오마이뉴스) =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나라당의 제17대 대통령후보로 선출되었다. 그것도, 강력한 경쟁자의 깨끗한 승복과 전폭적인 지원을 업고서. 이로써 당내의 치열한 국민검증을 거치면서 단련된 이 후보는 경쟁자의 지원이라는 좀더 강력한 힘을 얻게 되었다.

범여권 진영은 그동안 이명박 후보가 '약점'이 많은 후보라는 것을 이유로 '한방'이면 보낼 수 있다고 호언해왔다. 그러나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같은 장담과 달리 범여권은 당내 국민검증과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으로 훨씬 더 강력해진 이 후보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 같다.

물론 아직 대선일까지는 120일이 남아 있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얼마든지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예비경선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2위 박근혜 후보조차도 한나라당 경선기간 내내 이명박 후보를 한 번도 역전하지 못했다.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경선 표 차이는 2352표(1.5%)였다. 현재 범여권 후보 가운데 가장 지지율이 높은 손학규 후보와 이명박 후보와의 차이는 크게는 세 곱절이나 된다. 적어도 각종 여론조사 결과상으로는 그렇다.

범여권, 대선전 이명박 '약점' 찾을 수 있을까

사실 그동안 언론사에서 발표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범여권 입장에서는 박근혜 후보보다 이명박 후보가 더 버거운 상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객관적인 조사결과도 이명박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박근혜 후보보다 더 높았다.

그동안의 대선 가상대결 결과를 요약하면, 이명박 후보는 전 연령층에 걸쳐, 그리고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 걸쳐 탄탄한 지지기반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로 대표되는 이명박 후보의 이미지가 '경제 활성화'를 원하는 현 시기 국민여론과 맞아 떨어져 형성된 결과로 분석된다.

우선 <조선일보>-갤럽 조사결과(7월 21일)에 따르면, 범여권 후보가 손학규 전 경기지사로 단일화될 경우 이명박 후보와의 가상대결 결과는 26% 대 62%로 약 36%P 차이였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단일 후보로 나설 경우, 이명박 후보와의 가상대결 결과는 20% 대 68%로 48%P 차이로 더 벌어졌다.

<동아일보>-KRC 조사결과(7월 30일)에 따르더라도, 손학규 후보 대 이명박 후보의 가상대결 결과는 27% 대 60%로 33%P 차이였다.

더구나 한나라당 지지 성향의 유권자들은 이번 경선에서 70%를 넘는 높은 투표율을 보임으로써 한나라당은 결속력과 함께 집권 가능성을 훨씬 더 높인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당내 검증과 네거티브 공방으로 갈등과 분열이 가속화되리라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한나라당, 갈등ㆍ분열 봉합... 결속력 강해질 듯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디오피니언'에 의뢰한 정기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후보 선출시 절대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36%였고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60.7%였다. 이른바 ‘이명박 비토층’은 주로 20~30대, 호남-충청권, 농림어업층에서 비교적 높았다.

그러나 한나라당 전체 지지층에서는 71.8%가 지지의사를 표명해 후보가 누가 되건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박근혜 후보 지지층의 47.2%는 '이명박 후보 선출시 절대 지지하지 않겠다'고 응답해 갈등의 골이 상당히 깊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박근혜 후보가 깨끗한 승복과 함께 지자들에게 이명박 후보에 힘을 합해 달라고 호소함으로써 내심 경선 불복 및 분열을 기대했던 범여권의 마지막 남은 희망마저 사라진 느낌이다.

물론 범여권 진영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판세 변화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이명박 후보가 선점한 ‘경제 활성화’라는 민심을 수용하면서 이 후보와 차별적인 행보를 보여야 하는 어려운 전략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결국 '한방'이건 '정책'이건, 그리고 누가 범여권 후보가 되었건 본선에서 자력 으로 승리할 수밖에 없게 셈이다. 박근혜 후보보다 훨씬 더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