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파와 건전한 양심세력 분리 대웅해야

그동안 잠잠하던 일본 극우파(국수주의자들)들의 활동이 구체화되고 있다. 독도의 자국 편입과 역사교과서 왜곡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교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일본 극우파의 실체를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극우파를 단순한 민족주의 감정이나 일본 민족 우월론의 발로로 보아서는 안된다. 아울러 그들이 결코 일본 전체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일본 극우파의 사상적 이면에는 태양신이 있다. 극우파들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는 동남아 침략을 서구 식민지에서 아시아를 해방한 것으로 미화하고 있다. 아시아 지붕을 일본이 지켜야 한다는 것은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의 나라라는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한다.

최근 극우파의 재등장과 더불어 신도를 이론적으로 발전시키는 저서들이 활발하게 출간되고 있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 신도는 일종의 종교이자 국가 이데올로기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면에도 신도사상이 깔려 있다. 일본에서 신도는 하나의 독립된 문명이다. 이같은 일본의 원리주의는 다른 아시아 종교의 원리주의와 질적인 차이가 있다. 아시아 종교의 원리주의는 세속주의나 현대화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자기 종교를 통해 국가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는 도덕적 사명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정치가 종교를 지배하면서 종교를 철저히 이용한다. 종교를 통해 민족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애국심을 강요한다.

또 일본 극우파는 과거지향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즉 그들은 일본이 신의 나라로 한때 황금시대를 구가했듯이 지금도 그것을 계승해야 한다는 일종의 국수주의적 종말관을 갖고 있다. 그들은 자기 사회에 존재하는 불순물은 철저히 제거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불순물이란 바로 수입된 사상이나 문화 혹은 종교이다. 이들에게 욘사마 바람은 엄청난 상처가 됐다.

그러나 한국 교회가 명심해야 할 것은 일본에는 이같은 국수주의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소위 양심세력이 있다. 지난달 11일은 일본 건국기념일로 공휴일이었다. 이날 건국기념행사가 간단하게 진행된 반면 저녁에는 여러 곳에서 일본 기독교 단체들이 일장기와 기미가요를 부활하려는 교육법 개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가졌다.

과거로 돌아가려는 국수주의적 민족주의에 대항, 많은 기독교 단체가 항의 집회를 열고 있을 뿐 아니라 극우적 일본을 바꾸어야 한다는 체인지 일본 (Change Japan)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본 기독교계는 고이즈미 총리와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것에 항의, 위헌소송을 제기하고 기독교 신자들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이밖에 일본 교회는 이라크 파병 거부 및 군사비 지불 반대 운동, 야스쿠니 신사 국영화 반대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교회 지도자들은 종군위안부 책임 추궁을 위한 각성위헌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한국 교회는 건강한 일본 교회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롭게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극우파와 건전한 양심세력에 대해 분리 대응해야 한다.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방식을 찾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전호진 / 목사 (일본복음선교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