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협정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밝혀... "일본은 독일로부터 배워야"

(서울) 김태경 기자 (오마이뉴스) = 김대중 전 대통령은 27일 "북한은 (2.13 합의로) 안전보장·경제제재 해제·북미간 국교정상화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며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문제도 해결에 합의했다, 북한은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하고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로마협정 50주년 유럽연합 기념행사'의 세미나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만약 북한이 미국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계속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중국이나 한국도 경제제재 등에 결정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북한의 핵 보유는 일본 대만까지 핵을 보유하겠다고 나서게 할 가능성이 있어 중국에 있어서는 하나의 악몽"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은 최근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며 "김일성 주석의 유훈은 북한에서 신성불가침한 지상명령이다, 김정일 정권이 이를 되풀이 말하는 것은 핵을 포기했을 때 있을 수 있는 국민적 불만이나 군부의 반발을 미연에 완화시키는 조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리는 베트남식의 무력통일이나 독일식의 흡수통일을 바라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한 김 전 대통령은 "평화공존, 평화교류, 평화통일의 원칙 아래, 제1단계 남북연합, 제2단계 남북연방, 제3단계 완전통일의 과정을 밝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나는 1993년 이래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와 미국과 북한의 직접대화 및 국교 정상화를 주장해왔다"면서 "빌 클린턴 정부 때 북한 핵 문제가 거의 해결의 종착역까지 도달했으나 부시 정권이 등장 한 뒤 많은 후퇴가 이뤄졌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파국의 종말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그러나 나는 파국은 아니다 해결의 길은 있다고 강력히 주장했다"고 회고했다.

"북한 핵 문제는 해결되고 6자회담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 김 전 대통령은 몇 가지 이유를 나열했다.

미국은 북핵 문제를 대화를통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면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했지만 중국이 동참하지 않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또 이라크 등 중동에 발목이 잡혀 북한을 군사적으로 제재할 여력이 없다. 또 지난해 가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해 상황이 크게 변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외에 부시 대통령은 다음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에서 성공을 거둬야 할 긴박한 정치적 필요성이 있다"며 "부시 대통령의 대 북한 정책은 크게 바뀌고 있다, 나는 이런 부시 대통령의 현실적인 정책 변화를 크게 환영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의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의 강제성을 부인하고 있는 것과 관련, 김 전 대통령은 "동아시아에서 유럽연합과 같은 성공적인 통합의 시대가 열리기 위해서는 같은 전쟁 범죄의 역사를 가진 일본이 독일의 성공사례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새로이 태어난 일본과 더불어 한반도와 동아시아, 그리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적극적인 협력을 추진해 나갈 것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말해 일본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김 전 대통령은 "남북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유럽연합이 6자 회담 성공 뒤 한반도와 동북아의 새로운 평화보장기구가 상설화되었을 때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기를 바란다"며 "유럽 통합의 소중한 경험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번영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