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너, 21년간의 CEO 자리 물러나

월트 디즈니사는 13일 로버트 아이거(54)가 디즈니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9월 30일 취임하게 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아이거는 13일 기자들에게 “전세계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위대한 회사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된것은 영광”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로서 그동안 천문학적인 연봉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마이클 아이스너는 21년동안 지켜오던 거대 미디어 산업체의 최고 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베이' 멕 휘트만, 디즈니 CEO 거부후 전격 결정

이번 아이거의 최고 경영자 선임 결정은 미국 최대의 온라인 경매업체인 이베이의 최고경영자 멕 휘트만이 디즈니로 옮길것을 거부한 뒤 불과 며칠만에 위해진 것이다.

13일 AP통신에 따르면, 휘트먼은 디즈니 이사회와 인터뷰를 한 뒤 후보를 사퇴한 것으로 밝혀졌다. 휘트만은 지난 1989년부터 1992년까지 디즈니 제품 마케팅 담당 수석 부사장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 3월 이후 디즈니 사는 경영권을 놓고 아이스너와 디즈니 창립자 가족들간에 치열한 분쟁을 벌여 왔다.

창립자의 가족이며 대주주인 로이 디즈니와 스탠리 골드는 2004년 3월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총 45%의 주주들을 모아 아이스너의 방만한 경영능력을 비판했다.

디즈니 이사회는 이러한 주주들의 불만을 이유로 아이스너의 명함에서 ‘회장(chairman)’이라는 단어를 빼고 ‘최고경영자(CEO)’라는 단어만 남겨 놓았다. 이에 따라 주주들은 뉴스콥스의 피터 처닌, 비아콤의 레슬리 문제스와 톰 프레스톤 등의 미디아 업체의 슈퍼스타를 새로운 CEO를 영입하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아이거 선임은 아이스너의 전략적 승리"

미국 언론들은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 온 아이스너에게 이번 아이거의 선임은 전략적인 승리를 의미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아이스너는 그동안 아이거를 그의 운영방침을 가장 잘 계승할 상대로 여겨왔으며, 자신이 사퇴할 경우 가장 유력한 CEO후보로 꼽고 있었다. 아이거는 지난 1995년 디즈니 사가 캐피털시티스/ABC를 인수했을 당시 회장직을 맡고 있다 디즈니로 옮겨 왔으며 이후 ABC그룹 회장과 월트디즈니 인터내셔널 사장직을 맡고 있었다.

아이스너는 공식 발표를 통해 “나는 디즈니가 아이거의 지휘아래 또 다른 전성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는 ‘디즈니’라는 브랜드를 이해하고 있으며 그의 사업능력은 디즈니를 세계적으로 앞선 기업으로 만들것”이라고 말했다.

월트 디즈니사는 미국과 해외에 있는 테마 파크를 비롯 ABC와 ESPN 케이블, 디즈니 텔레비젼 및 라디오 방송국, 부에노 비스타와 미라맥스 영화 스튜디오를 소유하고 있는 미국 제 2위의 미디어 기업이다. / 편윤석-김명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