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로 들어온 연시감, 이웃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습니다

지난주일, 어느 성도님 가정을 심방하고 마악 일어서려는 데, 주머니 속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아차... 미처 휴대폰을 진동으로 해놓지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다행히 예배는 끝난 시간이고, 안 그래도 일어나려던 참이라 휴대폰을 받습니다.

"목사님, 저 여기 교회 앞 이예요”

낮 익은 목소리는 갈릴리마을의 L권사님이셨습니다.

"어이구~ 권사님! 여기까지 어쩐 일이세요?"

저희 내외는 서둘러 교회를 향합니다. 무슨 일이실까...?

L권사님은 교회 앞에 수줍은 듯 서 계셨습니다. 저는 내심 궁금함을 감추고 권사님을 맞이합니다.

L권사님은 섬기시는 교회에서 추석 명절을 앞두고 시골에서 올라온 연시감을 한 상자 사시고는 문득 저희 생각이 나셨답니다. 하지만, 택배 날짜도 촉박하고, 제 전화번호도 그날따라 번호 한 개가 다르게 입력되어있어 연결이 안 되는지라 직접 이곳까지 들고 오셨노라는 것입니다.

그제서야 L권사님 발밑에 다소곳이 자리한 과일상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목사님, 그렇게 알이 크지는 않아요. 하지만 드실 만 할 거예요...”

"어이구 권사님, 이 무거운 걸 어떻게 들고 오셨데요?"

저희 교회는 대중교통이 좀 불편한 편입니다. 전철역에서도 한참 걸어 들어와야 합니다. 그런 길을 L권사님은 전철을 두 번을 갈아타고 오니 딱 120분이 걸렸노라며 웃으십니다.

올해 육십이시라는 권사님은 노모를 모시며 틈틈이 갈릴리마을을 찾아 글을 읽으며 은혜를 받는 것이 참 좋고, 서울 경기 모임에도 갈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그리고는 저녁예배에 참석하여야 하신다며 차 한 잔을 서둘러 마시고는 일어서십니다.

"권사님, 제가 전철역까지 차로 모셔다 드릴께요”

저는 이 한마디로 마음속 감사함을 표현합니다.

L권사님은 또 다시 전철로 두 시간을 가야 하는 길을 그렇게 가셨고, 나중에 아내는 그 연시감 상자속에서 여자의 속옷을 발견합니다. 권사님이 제 아내를 위해 직접 만드신 것이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예수님 때문에 받는 사랑과 섬김에 다시 한 번 몸 둘 바를 모르는 황송함에 젖으며 L권사님의 뒷모습을 축복합니다.

권사님이 힘들게 들고 오신 연시감은 오늘 아침, 아내에 의해 다른 과일들과 함께 과일바구니로 변신되어 남편없이 혼자 명절을 보내는 모자 가정, 그리고 전도 대상자의 가정등 네 군데로 나뉘어졌으니 사랑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 황대연 목사 (한가족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