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강화와 스트레스 낮추는 웃음
웃음은 진정 보약인가.
한국 옛말에 일소일소(一笑一小) 일노일노(一怒一老) 라는 말이 있다. 이는 매번 웃을때마다 젊어지고, 매번 화를 낼때마다 늙어진다는 뜻이다.
데일 카네기의 미소론에서는 웃음을 들어 "이것은 별로 소비되는 것이 없이 건설하는 것은 많으며, 이것을 가지고 정말 가난한 사람은 없다. 이것은 가정에 행복을, 사업에 호의를, 피곤한 자에게 휴식을, 실망한 자에게 소망을, 우는 자에게 위로를 준다. 그러면서도 이것은 살 수도 없고, 벌 수도 없고, 빌릴 수도 없고, 도둑질 할 수도 없다" 고 평가하고 있다.
폭소 터뜨리면 2백30여개 근육이 움직여
중앙일보의 황세희 의학전문기자는 웃음에 관한 건강기사에서 웃음이 교감신경을 억제하고 부교감신경을 자극한다고 말한다. 교감신경은 불안·초조·놀라움·긴장 등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극돼,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고 소화액 분비를 감소시키는 등 인체의 활동을 피곤하게 한다는 것. 교감신경이 자주 자극되면 고혈압·성인 심장병 등에 걸릴 가능성이 3배 이상 높아진 다는 것이다.
반면 웃을때는 부교감신경이 자극되는데, 이런 상황하에서는 맥박이 느려지고 소화액 분비도 증가하며 장 운동도 촉진된다.
황기자는 단순히 미소 띨 때보다는 폭소를 터뜨리는 것이 효과가 크다며, 배꼽 잡고 웃는다'고 말할 정도로 크게 웃을 경우엔 우리 몸의 근육 6백50개 중 2백30여개가 움직인다고 전한다. 자연 경직됐던 근육들이 완화되고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는 것이다.
웃음이 이처럼 신체에 영향을 미친 다는 사실은 일반인들도 대체로 수긍할 만한 것이다.
건강히 잘 지내다가 가까운 사람의 사고소식이나 부고소식을 들으면 며칠동안 입맛이 떨어지고 심하면 졸도하거나 앓기까지 하는 경우를 우리는 보고 경험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의 심리상태가 신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가에 대한 단순한 예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웃음이 질병치료는 물론 암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웃음, 면역강화와 스트레스 낮춰
우선 웃음은 신체의 면역을 강화해 준다는 것이다.
웃음은 특히 우리몸의 호흡기와 소화기에 있는 염증을 막아주는 면역글로불린A와 항체의 활성을 높여주는 보체를 증가시켜 면역력을 증강시킨다는 것.
또 웃음은 면역에 관여하는 혈액내 임파구들(T세포, B세포)을 자극하는 감마인터페론을 체내에서 급격히 증가시켜 역시 전반적인 신체 면역력을 높힌다는 연구가 이미 나와 있다. 인터페론은 항암효과가 있는 성분으로도 알려져 있다.
웃음의 또 다른 효과는 스트레스를 낮춘 다는 것.
마약성분인 몰핀보다 200배나 효과가 강하다는 엔돌핀(생체내 몰핀)을 증가시켜 기분을 좋게 만들고 통증과 근심 걱정도 감소시킨다. 이로 인해 불안으로 인한 심장 고동을 진정시키고 고협압을 낮춘다.
연구를 토대로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웃음으로 실제 병을 고쳤다는 사례들도 계속 나오고 있다.
한 일례로 지난 60년대 잡지사 편집장이자 작가였던 노먼 카즌스는 척추에 류머티즘 이 발생한 난치병에 걸렸다. 효과 없는 치료에 지친 그는 스스로 신체 다스리기 에 나섰다.
그는 코미디 테이프를 구해다 놓고 하루 종일 웃었다고 한다. 몇 달 동안의 웃음 훈련으로 결국 건강을 완벽하게 되찾은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웃음의 치료법 이란 논문을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고 UCLA로부터 명예의학박사 학위까지 받게 됐다.
플로리다 세인트 피터스버그서 '유머치료' 연례 컨퍼런스
최근 플로리다 세인트 피터스버그에서는 2005년 미 유머치료 협회(Association for Applied and Therapeutic Humor) 컨퍼런스가 열렸다.
세인트 피터스버그 타임스지가 지난 달 28일 '빨간코 클라운 그리고 전문가들은 웃음이 최상의 명약이라고 말한다' 라는 보도에서 컨퍼런스가 열린 세이프티 하버 리조트는 마치 서커스단 대기실 같았다고 전했다.
미국은 물론 이웃 캐나다에서 온 250여명의 컨퍼런스 참석자들은 모두 우스운 모양새였으나 사실 그들은 진지한 토의를 하기 위해서 모인 것.
환자 치료사, 사업가 혹은 교육 전문가들로 구성된 참석자들은 컨퍼런스 동안 '클라운 치료사' 라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을 이끄는 세릴 앤 오버그는 본래 클라운이었다. 그녀는 우스운 모습으로 어린이 환자에 다가가 그들을 고치는 의사 얘기를 그린 영화 '패치 아담스' 에 깊은 감명을 받은 이후, 캐나다에 유머 치료 협회를 세우는데 활약 하고 웃음유도 전문가 를 양성하는 '월드 랩터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유머 치료의 기원은 사실 구약 성경의 잠언 17장 22절인 '마음의 즐거움은 양약이라도 심령의 근심은 뼈로 마르게 하느니라' 라는 구절 까지 올라간다고 타임스지는 지적한다.
신문은 그러나 근대 유머치료는 1930년대 소아마비가 돌았을 때 아동병원에 클라운이 방문하면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이후 유머치료는 앞에서 언급된 카즌스의 논문이 책으로 발간돼 베스트 셀러가 되면서 미국에서 일반인들의 관심을 얻게 됐다.
그리고 마침내 로빈 윌리엄스가 역을 맡아 유명해진 1998년 영화 패치 아담스 의 실제 주인공인 의사 헌터 아담스는 1970년 유머치료를 포함한 대체의학 연구소를 차리기에 이르렀다.
이후 유머치료에 대한 연구는 이번 세인트 피터스버그에서 열린 클라운 치료 와 같은 다양한 영역을 개발하고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꾸준히 내려왔던 '웃음이 보약' 이란 말이 거듭되는 연구와 다양한 치료방법으로 확실히 인정 받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 최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