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현재 2,974명 기록...저소득층-중산층 전사자 83%

(마이애미) 안태형-김명곤 기자 =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미군전사자 수가 지난 22일 2,974명을 기록하면서 911 테러리스트 공격의 희생자 수인 2,973 명을 추월했다. AP통신이 집계한 이라크 주둔 미군 전사자 수는 22일 현재 2,696 명이며 아프가니스탄주둔 미군전사자는 278 명이다.

역사적으로 전쟁 발발의 원인이 된 희생자 수보다 전쟁이 개시된 이후 더욱 많은 전사자 수를 양산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군은 진주만 공격으로 사망한 2,390 명보다 진주만 공격의 여파로 시작된 태평양전쟁에서 훨씬 더 많은 405,399 명의 전사자를 기록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전사자 수는 패배한 나라들의 전사자 수보다 훨씬 더 많았다.

양대 세계대전과 비교해 볼 때 훨씬 적은 전사자 수이기는 하지만 이라크에서도 현재 많은 전사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이라크에서는 전쟁 당시보다 전쟁 후 점령기간에 더욱 많은 전사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보스턴 대학의 줄리안 젤리거 정치학 교수는 “선한 전쟁은 없었다. 만약 전쟁에서 승리하고 목표가 달성되는 한 전사자 수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면서 "만약 (전쟁 중에) 전사자 수가 이슈가 된다면 이는 전쟁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증거이다”라고 말한다.

"전쟁에는 상응하는 고귀한 희생의 댓가가 있다" 옛말

젤리거 교수는 “미국인들이 두 번의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을 겪으면서 그나마 간직했던 '전쟁에는 이에 상응하는 고귀한 희생의 댓가가 있다'는 관념이 이라크전에서는 상실되어 버렸다”면서 “이에 할 말을 잃었으며, 이 나라는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나라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라크 전사자 수는 아프가니스탄 전사자의 거의 10배에 해당한다. 아프가니스탄 전사자 수도 역사적으로 볼 때 아직 낮은 수치이기는 하지만 최근 몇 달 동안 탈레반의 반격으로 다시 증가하고 있다.

미국방부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이외의 지역에서 대 테러전으로 56명의 군인과 1명의 군무원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결국 모두 합치면 2001년 9월 11일 이후 미국이 대 테러전의 일환으로 벌인 전투에서 3,031 명의 사망한 셈이다.

한편 지난 주 유엔의 발표에 따르면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 수는 지난 7월과 8월에만 6,599 명을 기록했다.

전사자와 출신지역의 관계에 대한 최근 연구는 “부자의 전쟁, 빈자의 전투”라는 개념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사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라크전에서 전사한 군인 중에서 34%는 저소득층 가정출신이며 반 정도는 중산층 출신, 17%가 고소득층 가정 출신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소득분포가 골고루 나뉘어져 있었던 반면, 한국전, 베트남전, 이라크전을 거치면서 저소득층 출신의 전사자 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