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관 서울 재향군인회장의 2002년 방북기 뒤늦게 논란

노동단체 인사 일부의 북한 혁명열사릉 참관에 대해 일부 보수신문들이 '처벌해야 한다'는 논조를 펴고 있는 가운데, 한 보수단체의 고위간부가 김일성 동상 헌화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김병관 재향군인회 서울시회장은 지난 2002년 10월 19일 통일교 목사 100여명과 함께 북한을 방문했다. 김 회장은 방문 직후 북한 방문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밝힌 방문기를 작성해 언론에 기고했는데, 이 글 내용 중 김 회장 일행이 김일성 주석 동상에 헌화했던 대목도 나와있다.

"북한 찾는 외국인이라면 거쳐야 하는 곳이 김 주석 동상"

이 방문기에서 김 회장은 "북한을 찾는 외국인이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거쳐야 하는 곳이 만수대 김일성 주석의 동상"이라며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 게 정칙"이라고 김일성 주석 동상 헌화가 일정상 불가피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괴이쩍은 변칙이 마음으로부터 뜨겁게 동요하고 있었다"며 "상호간에 화해가 될 수 있는 단초만 된다면 무엇으로든 기여하고 싶다는 동요가 그것"이라고 서술했다. 헌화 참여가 통일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개인적 동기도 있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회장은 방문기에 평양 시내·정주·묘향산 방문, 교예공연 관람, 평화자동차 공장 견학 등의 여정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북한의 경제실패, 사회주의 체제의 한계. 주체사상에 비판 등 북한 사회에 대한 개인적 비평을 곁들였다.

최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관계자들의 혁명열사릉 참관 및 헌화에 대해 처벌 요구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과 맞물려 4년이 다 돼가는 김 회장의 김일성 주석 동상 헌화 참가 사실이 일부 보수 네티즌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

최근 보수성향 인터넷 뉴스사이트인 <코나스넷> <프리존뉴스> 등의 자유게시판에는 김 회장의 북한방문기 전문이 올라오는 등 보수단체인 재향군인회 간부가 북한 김일성 주석 동상 헌화에 참가했다는 것이 부적절했음을 지적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일부 네티즌들은 <프리존뉴스> 자유게시판 익명글을 통해 "재향군인회의 명예를 걸고 김병관을 자체조사하고 제명을 의논해야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른다'면 민노총이 평양 애국열사릉에 가서 참배한 것도 당연하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인가"라며 김 회장을 비난했다.

김 회장 "통과 의례, 의무수순이라 했다"

이처럼 뒤늦게 김일성 주석 동상 헌화 참가 사실이 문제되자, 김 회장 자신이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김 회장은 지난 7일 <코나스넷> 자유게시판에 '서울시 재향군인회장 김병관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을 통해 일행이 김일성 주석 동상 헌화 일정을 몰랐다는 사실과 자신은 사실상 헌화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 글에서 자신이 '작가'(세계펜클럽 한국본부 회원)의 신분으로 방북했다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 "북한의 실상을 바로 알아서 국민에게 알리고 이념 대결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신념에서 신분을 철저히 위장하고 북한을 다녀온 셈"이라고 방북 동기를 밝혔다.

김 회장은 이어 "민간 차원에서 최초의 대규모 방북단이라 모두가 긴장하였고 그들의 각본에 따라서 우리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의 특수한 상황을 강조했다.

이 글에 따르면 김 회장 일행이 탄 버스 3대가 김일성 동상 앞에 갑자기 멈춰섰고, 박상권 북한 평화자동차 사장이 대표로 헌화한 뒤 "인사"라고 들릴락말락한 구호를 했다는 것.

김 회장은 "모두가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고개를 숙이는 사람도 있었고 뭐가 뭔지를 몰라서 그냥 서있는 사람도 있었다"며 "나는 맨 뒤에서 이 괴이쩍은 광경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려있었을 뿐 목례도 안 한 상태에서 그 자리를 도망치듯 나왔을 뿐"이라고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함께 동행한 박○○ 목사님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증인까지 제시했다.

그는 이어 "글 속에도 통과 의례라고 했고 의무 수순이라 했는데 글의 내용도 자세히 보지 않고 진실을 호도하는 자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유감"이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뒤늦은 문제제기 의도에 대한 김 회장의 의견을 듣고자 9일 김 회장과의 접촉을 시도했으나, 재향군인회 서울시회측은 "김 회장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 전화번호도 모른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한편 보수성향 청년단체인 자유개척청년단은 9일 북한 혁명열사릉을 참관을 이유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관계자 50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오마이뉴스 축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