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없이 펼쳐지는 하이웨이 운전하며 탐험기분에 잠기다

(지난호에서 이어짐) 디트로이트 서쪽의 교외지역인 디어본은 옛 서부 개척시대를 재현해 놓은 마을로 1929년 자동차 상인 헨리 포드가 만든 것이다. 이곳에는 토머스 에디슨의 연구실을 비롯해 17-19세기의 건물이 광대한 부지에 재현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발당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또 그린필드 빌리지 부근엔 헨리 포드가 설립한 박물관이 있는데, 이곳에는 약 2백대 이상의 클래식 자동차를 비롯, 19-20세기의 전기 제품과 가정용품, 가구, 악기 등 수천점의 골동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입장료 12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우리는 간단한 점심을 마치고 인디애나주로 출발했다.

미국의 매력은 드라이브를 하면서 광대한 스케일의 대 자연을 마음껏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몇날 며칠씩 지루해서 어떻게 운전하느냐고 하겠지만, 이는 끝도 한도 없는 미국의 하이웨이를 달려보지 못한 사람이며 드라이브의 희열을 아직 느껴 보지 못한 사람의 생각일 것이다.

나는 몇 개월 운전하면서 별로 피곤하다고 느껴 본 적도 없었으며 마치 콜럼버스가 지루한 항해 끝에 신 대륙을 발견했던 그런 심정으로 재미있고 즐겁기만 했다. 경우에 따라 하루종일 달려야 할 때도 있었지만 나는 물론 자동차도 쉬어야 했기 때문에 4시간이나 5시간 계속 달린 후에는 반드시 간단한 휴식을 취했다. 간혹 아내가 하루에 두 세시간씩 교대운전을 해 주었지만, 마음 편히 눈을 붙일 수가 없었다.

복잡한 대도시를 빠져 나오면 어깨에 실려 있던 힘이 사르르 풀리면서 운전대를 잡았던 손바닥이 시퍼렇게 되어 있었다. 복잡하면서도 낯선 도심에서 나도 모르게 긴장한 탓이다.

우리는 이렇게 도시에서 국립공원으로 또는 사막 지대에서 또 다른 국립공원으로 달리면서 즐거운 드라이브를 계속했다. 무더운 여름 북쪽 지방에 와서 시원한 초가을 날씨를 즐기며 자연에 묻히니 추억의 담이 절로 쌓여지는 것 같았다.

이날 우리는 시카고 슬리핑 모텔에서 하루 여장을 풀었다.

시카고의 미시간 호수에서 리버투어를 했는데...

시카고의 새벽 아침은 서늘한 날씨로 가을인 가 싶었다. 알카포네가 시카고 거리의 암흑가에서 활약했던 1920년대 당시, 그들이 경영하던 클럽에서 시카고의 재즈 블루스가 탄생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반세기 세월이 지나 이제는 현대 건축물들이 들어선 근대도시가 됐지만, 아직도 독특한 휴머니티가 살아 있어 사람들의 마음이 대범하고 따뜻하다고 한다.

시카고는 오대호 중 하나인 미시간 호수 서쪽에 자리잡고 있다. 일리노이, 인디애나, 미시간, 오하이오, 위스컨신주가 접해 있는 오대호는 말이 호수이지 끝이 보이지 않고 파도까지 치는 바다와 별반 없었다.

미시간 호수에서 리버투어를 하기 위해 승선표를 구입하고 배에 올랐다. 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점점 속도가 빨라졌고 가속도가 붙는 와중에 갑자기 멈춘다. 배는 갑자기 요동을 치고 배에 탄 승객들은 앞으로 몰아쳐 넘쳐 오는 물벼락을 맞자, 괴성을 지르면서도 웃음을 연발했다.

배는 또다시 이동하며 속도가 빨라졌다. 이번에는 승객들도 나름대로 마음준비를 하며 자리를 옮기기도 하고 벨트를 메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최소한 물벼락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숨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는 물살을 가르며 초고속으로 달리던 배가 원형을 그리며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의 품이나 무릎으로 쓰러져 엉키면서 괴성은 더욱 높아져만 갔다. 배의 탑 뒤에 숨어있던 나에게는 하필이면 젊은 흑인 여자의 젖 무덤에 얼굴이 박히는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우리는 서로 소리내어 웃을 수 밖에 없었다.

하선한 뒤 다시 살펴보니 내가 탔던 배는 리버 투어가 아니었고 스피드 투어를 위한 것이었다. 촌놈이 아무곳에서나 표를 내고 승선하면 되는 줄 알고 배를 탔는 데 리버투어는 다른 장소에서 출발했던 것이다. 어쩐지 배를 타고 보니 모두가 젊은 사람들 투성이였고 내가 최고 연장자였다.

"젊은이들이 나를 보고 얼마나 웃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쨋든 즐겁고 재미있는 체험이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