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시의원, 집중 추궁...이 시장 "정치공세 법적대응"

서울특별시의회 제161회 임시회가 열린 3일 오전은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기쁨'과 '당혹스러움'이 교차한 시간이었다.

이날 임시회에 출석한 이 시장에게 먼저 찾아온 것은 '기쁨'이었다. 첫번째 질의자로 나선 한나라당 소속의 채갑식 시의원(송파 제3선거구)이 이 시장에게 "100년만에 한번 나타날까 말까한 지도자"로 칭송한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시장의 '흐뭇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채 의원에 뒤이어 질문자로 나선 무소속 전대수(성동 제2선거구) 시의원이 가라앉고 있는 '황제 테니스'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것.

유력한 대권 후보로 꼽히는 이 시장은 크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시의원 앞에서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무려 40분 동안.

전대수 서울시의원 "서울시 테니스회가 무상 위탁 관리하고 하는 창동 테니스장에서는 레슨비로 연 9천만원의 수입이 발행하는데, 알고 있습니까?"
이명박 서울시장 "...그 내용은 모르겠습니다."

전대수 시의원 "서초구 주민들은 서울시가 공청회는 열지 않고 일방적인 설명회를 했다고 하던데요?"
이명박 시장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서초구가 주민들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대수 시의원은 먼저 서울시립 체육시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서울시 체육시설은 공개 경쟁입찰과 선정심의위원회 심의를 한다 고 지적한 뒤 그런데도 창동 테니스장과 한강시민공원 여의도지구 테니스장을 서울시 체육회가 수탁 운영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고 따졌다.

이어 그는 "한강시민공원 여의도공원 테니스장은 서울시 체육회가 위탁운영 계획서를 제출한 지 보름만에 무상으로 수탁계약이 체결됐다, 이것은 (이 시장의) 특혜가 아니냐"고 물었다.

기쁨도 잠시... 40분동안 진땀흘린 이명박 시장

그러자 이 시장은 "(내가 답변하면) 오해가 발생할 수 있겠다, 한강시민공원소장이 답변하는 게 좋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대신 답변에 나선 권종수 한강시민공원소장은 "여의도 테니스장은 경영평가 결과 사업성이 없어 서울시 조례에 따라 체육회에 운영을 위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대수 시의원의 공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서울시 예산 42억원을 포함해 총 54억원이 투입된 잠원동 테니스장이 가건물이라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따져 물었다. 미니 바와 샤워 시설을 갖춘 고급 테니스장을 3년 안에 철거해야 하는 게 예산 낭비 아니냐는 것.

또한 그는 "창동 체육관의 다른 시설은 도봉구청이 관리하는데 유독 테니스장만 서울시 체육회가 관리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이 시장은 "잠원동 테니스장이 들어선 땅은 학교 부지이면서 20년 동안 비어있었다, 그 곳에 서초구가 주민들과 협의해 체육공원을 짓기로 한 것"이라며 "나중에 학교가 들어서도 체육시설을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다, 서초구가 행정을 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시장은 창동테니스장 관리 문제와 관련, "테니스장 운영자체로 수익이 남지 않으며 이익이 발생하면 도봉구청으로 넘기게 돼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전대수 시의원의 꼼꼼한 질문에는 "모른다" "확인해보지 않았다"로 일관하며 당혹해 했다.

전대수 시의원 "사실 테니스장은 이용료보다 레슨비가 더 수익에 좋습니다. 시장은 레슨비가 얼마인지 알고 계십니까?"
이명박 시장 "모르겠습니다."

전대수 시의원 "창동 테니스장에는 매달 50명이 15만원을 내고 교육을 받습니다. 1년에 9천만원 정도의 수익이 생기는데, 수익금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고 있습니까?
이명박 시장 "그 내용은 모르겠습니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 시장을 향해 전대수 시의원의 '친절한' 설명이 이어졌다.

"15만원의 교육비 중 70%는 강사가 갖고 나머지는 서울시 체육회가 갖습니다. 이런 수익구조 때문에 테니스계에서는 운영권에 욕심을 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 시장은 무표정한 얼굴로 설명을 듣기만 했다. 그러자 전대수 시의원은 "이 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을 했는데도 국민의 40% 이상이 추가 해명을 원한다"며 이명박 시장에게 '황제 테니스' 논란에 대한 해명의 기회를 줬다.

이명박 "'황제 테니스'는 정치공세... 법적 대응할 것"

그러나 이 시장은 "'황제테니스'라는 용어는 다분히 정치적 공세의 의미를 담고 있다"면서 "과장되거나 사실과 다른 주장 등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2003~2004년에는 청계천 복원사업 등으로 주말도 잊고 일에만 묻혀 지냈다"며 "한달에 한두번 초청에 의해 테니스를 친 것을 갖고 '황제테니스'로 몰아붙이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였다. / 이상규 기자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