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시도했던 퀘백...인구 81%가 프랑스계

(지난호에서 이어짐) 퀘백주에서는 오랫동안 프랑스계 캐나다인 보다 영국계 캐나다인의 지위가 높고 수입도 많은 시대가 계속 되었다고 한다. 경영자는 영어를 말하고 노동자는 프랑스어를 말하는 형세였다.

1940년대 후반 도시화가 충분히 진행된 상황에서도 퀘백에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가치관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의료나 교육등은 교회의 지배하에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초등학교만 나와서 직업을 갖게되어 기술자나 경영자가 되는 프랑스계 캐나다인은 거의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1950년대가 되자 이같은 상황을 바꾸려는 목소리가 높아져 마침내 퀘백을 중심으로 개혁 운동이 시작되기도 했으며, 퀘백주를 완전 독립주로 만들려는 분권 운동까지 일어났다. 인구의 81%가 프랑스계인 퀘백주에서 이들의 문제는 퀘백주 자체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 개혁 운동은 퀘백주의 젊고 유능한 사람들이 선두에 서서 주내의 근대화나 공업화를 진행 시키고 교육을 교회로부터 분리시켜 교회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정치력과 경제력을 갖춘 프랑스계를 늘리려는 것이 목표였다. 이러한 일련의 사회 변혁은 1960년부터 퀘백주의 정권을 잡은 자유당에 의해 강력하게 추진되어 조용한 혁명으로서 커다란 성과를 올렸다.

그후 고양된 민족주의는 일시적으로 분리 독립을 외치는 과격파에 의해 테러(1970년 10월 위기)로 까지 발전했지만 토르드 수상의 강경책으로 일단 진정되었다. 또한 1978년 여름 다른 주로부터 충분한 협력을 얻지 못한 채 몬트리올 올림픽을 성대하게 성공시켰고 다음해에는 퀘백당이 프랑스어 만을 퀘백의 공용어로 하는 프랑스어 훈장을 통과 시켰다.

그러나 여행 안내인은 영어와 불어 어느쪽도 모국어로 하지 않은 수많은 이민자 자녀들의 불어 교육 문제가 현실적인 새로운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이렇게 퀘백의 관광일정을 모두 마치고 나니 5일이 훌쩍 지나갔다. 오늘 저녁 식사를 마지막으로 이곳 퀘백땅을 떠나게 될 것이다.

메뉴판 읽지 못해 값만 보고 음식 주문

퀘백의 특유 음식맛을 보기 위해 고풍이 베어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가 보았다. 실내 장식도 종업원의 복장도 모두 프랑스 시골풍으로 통일되어 있었다.

지난 5월 유럽 여행중 한 프랑스 식당에서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던 웨이터가 나보고 '젊은이' 라고 부르고 아내 보고는 '아가씨' 라고 농담해 즐거웠었는데, 지금 이 식당의 종업원들도 그 웨이터와 생김새가 무척 닮아 마음이 설레었다.

그런데 이들은 한국말은 고사하고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 게 아닌가. 또한 양배추 스프등이 있는 메뉴판을 놓고 가는데 자세히 보니 메뉴의 음식 이름들이 영어가 아니고 말짱 프랑스 문자로 되어 있어 어떤 음식이 어떤건지 난감했다. 음식을 주문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소문이 나 있는 식당인지라 자리를 얻는데도 꽤나 기다려 이래 저래 저녁이 늦어지고 있었다. 아내와 둘이서 생각끝에 의견을 모아 한 음식은 값이 제일 비싼 것 그리고 다른 한가지는 제일 싼 것으로 주문해 보았다. 주문후 실내를 돌아보니 아주 고급풍으로 꾸며진데다 유리 종류의 그릇이나 일용품 컬렉션이 진열되어 있어 가정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값만 보고 주문한 음식이 드디어 나왔다. 보기엔 캄보디아식 요리인 것 같은 데 얼핏 베트남 요리와 같은 이상 야릇한 냄새가 났다. 배가 고팠는지 음식맛이 좋았는 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쨋든 맛있다고 생각하며 잘 먹었다. 그리고 왕가풍의 화려한 분위기가 감도는 곳 치고는 음식 값도 별로 비싸지 않았다.

와인 한 잔을 포함해서 두 사람 음식값이 캐나다돈 $80.29이었다. 나는 $100불짜리 한 장을 주면서 '거스름돈은 내버려 두라' 고 했더니 웨이터는 느낌으로 알아들었는지 만족해 했고, 우리는 말이 통하지 않아 서로 웃음만 교환한 채 식당을 나왔다.

다음날 아침 일찍 우리는 퀘백에서의 여러 추억을 뒤로 하고 몬트리올로 향했다. / 신동주 (탬파 거주 동포)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