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출신 총격범 사건이 빌미… 소말리아계에 "나라 떠나라"

(올랜도) 김명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의 총격 사건을 계기로 모든 '제3세계 국가' 출신 이민을 막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소말리아 출신 미국 시민까지 직접 겨냥하며 인종차별성 발언을 쏟아내 미국 내 이민자 사회가 극심한 불안에 빠졌다.

총격 사건 후 "모든 이민 재검토" 선언

11월 26일, 워싱턴DC 중심가의 지하철역 인근에서 순찰 중이던 웨스트버지니아 주방위군 소속 병사 두 명이 총격을 받았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이유로 배치한 병력이다. 이 중 사라 벡스트롬(20)은 다음 날 숨졌고, 앤드루 울프(24)는 중태에서 서서히 회복 중이다.

용의자는 2021년 바이든 행정부의 난민 정착 프로그램으로 입국한 라흐마눌라 라칸왈(29)로, CIA 협력 아프간 부대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그에게 망명 자격을 부여했으나,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었다고 복수의 언론이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 배경보다는 그의 출신 국가에 집중했다. 추수감사절 당일 SNS를 통해 “모든 제3세계 국가 출신의 이민을 영구 중단하고, 바이든이 받아들인 불법체류자를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은 누구든 내보내겠다”고 덧붙였다.

“소말리아인은 쓰레기”… 집권 후폭풍 더 커져

그의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후 미네소타주 소말리아계 커뮤니티를 정조준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그는 마러라고 리조트 연설과 전용기 안에서 소말리아계를 비난했으며, 백악관 회의에서는 “소말리아인과 일한 오마르는 쓰레기다. 불평만 하는 자들이다. 자기 나라로 돌아가 고치라”고 발언했다.

그의 양옆에는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헥세스 국방장관이 자리하고 있었고, 회의장에선 장관들의 박수까지 나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같은 발언은 2015년 트럼프가 멕시코 이민자를 “강간범, 범죄자, 마약상”이라고 비난했던 사건이나, 2024년 오하이오 아이티계 이민자들에게 ‘고양이와 개를 먹는다’는 거짓 비난을 퍼부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실제 단속 돌입… 시민권 취득도 중단

문제는 발언이 말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와 CNN에 따르면, 이민세관단속국은 최근 ‘카타훌라 크런치 작전’을 개시해 민주당이 장악한 도시를 중심으로 대규모 단속을 벌이고 있다. 뉴올리언스에서만 5천 명 체포를 목표로 삼았으며, 이는 시카고, 로스앤젤레스에서의 단속 규모를 넘는 수준이다.

국토안보부 장관 크리스티 노엄은 SNS에 “우리 나라에 유입되는 살인자, 기생충, 복지 혜택만 노리는 이민자를 막아야 한다”며 32개국에 대한 전면 입국 금지를 예고했다.

그 여파는 합법 이민자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일부 영주권자의 시민권 인터뷰가 예고 없이 취소됐고, 대기 중이던 귀화 절차도 중단된 사례가 확인됐다.

법적 논란 확산… “불법적 권한 남용”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버지니아대 법학 교수 아만다 프로스트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입국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은 있지만, 출신 국가만을 이유로 비자나 영주권을 취소하거나 시민권을 박탈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출신으로 민주당에 합류한 전 하원의원 조 월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항상 이 노선을 탔다”며 “그가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더 극단적인 인종차별 선동을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이민자 사회는 외출도 꺼리는 공포에 빠졌다”며 “이는 단순한 정치 수사가 아니라 현실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