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산권 보호법 위반 가능성" 자문서 논란…개발업자 편들기? 지방자치 침해?

(올랜도) 김명곤 기자 = 플로리다 주 법무장관실이 최근 세미놀과 오렌지 카운티의 농촌 개발 제한 조치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지역사회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올랜도 센티널>과 <탬파베이 타임스> 등 복수 매체에 따르면 법무장관실 수석 법률고문 그렉 슬렘프는 지난 11월 25일 발표한 자문서에서 "이들 카운티가 시행 중인 농촌 경계는 연방 및 플로리다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자문은 포트마이어스를 지역구로 둔 공화당 조너선 마틴 상원의원의 요청에 따라 작성됐다. 마틴 의원이 직접 대표하는 리 카운티는 농촌 경계 규제를 두고 있지 않다.

슬렘프는 자문서에서 이 조치들이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해 '규제 수용'에 해당할 수 있으며, ‘버트 J. 해리스법’에도 저촉된다고 주장했다. 이 법은 지방정부가 사유지 개발에 과도한 부담을 줄 경우 보상 의무를 지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이에 대해 리 콘스탄틴 세미놀 카운티 커미셔너는 "이번 자문은 자치권을 침해하려는 주정부의 시도 중 하나"라며 "주민들이 주도해 만든 규제를 정당한 검토 없이 흔들려는 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법적 근거 미흡…개발업자 입장 대변한 자문"

지역사회와 환경단체는 해당 자문이 법적 타당성보다 정치적 의도가 짙다고 보고 있다. '세이브 루럴 세미놀' 대표이자 변호사인 데이비드 베어는 자문서에 대해 "명백히 잘못됐고, 법적 판례를 무시한 채 개발업자 측 주장만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플로리다 폴리틱스>와 <오렌지 카운티 레코더>에 따르면, 베어는 슬렘프의 자문이 세미놀 카운티 농촌 경계의 합법성을 확인한 세 건의 주요 소송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당 경계는 주민 투표를 통해 2004년 처음 도입됐으며, 최근 2024년에는 더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는 개정안까지 통과됐다.

베어는 "토지 소유자의 개발 권리를 실제로 박탈하지 않았기 때문에 슬렘프가 말하는 '규제 수용' 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는다"며 "법무장관실이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법률 자문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허리케인 복구법' 악용…도시 확장 위한 법 해석 논란

자문 발표 시점도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슬렘프의 자문은 추수감사절 이틀 전 발표됐으며, 이와 맞물려 오렌지 카운티에서는 주민들이 찬성한 농촌 경계 조치를 무효화하려는 개발업자들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올랜도센티널>에 따르면, '서스테이니'라는 이름의 대규모 주택 개발사업은 오렌지 카운티 내 1300에이커 목장을 개발해 2000가구를 짓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지역은 2024년 주민투표로 도입된 농촌 경계 규제에 따라 고밀도 개발이 제한돼 있다.

이들 개발업자는 상원법안 180호를 근거로 규제 무효화를 시도 중이다. 해당 법은 허리케인 피해 지역의 신속한 재건을 돕기 위해 제정된 법이지만, 실제로는 개발 제한 규제를 무력화하는 근거로 광범위하게 해석되고 있다. 주지사 론 드산티스는 이 법에 지난 6월 서명했고, 오렌지 카운티는 허리케인 밀튼으로 연방 재난 지역에 포함된 탓에 적용 대상이 됐다.

환경단체와 지역 정부는 해당 법 해석이 도시 확장을 무분별하게 부추기고, 농촌·환경 보호 지역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