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다니와 백악관서 악수…트럼프의 돌발 행보에 MAGA 진영 갈라져

(올랜도) 김명곤 기자 = 트럼프 대통령과 뉴욕시장 당선인 조흐란 맘다니의 회동이 우파 진영에 예기치 못한 파장을 일으켰다. 이념 충돌을 기대했던 보수 진영은 예상치 못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2일 백악관에서 열린 회동은 폭발적 대결이 아닌 웃음과 긍정적인 분위기로 가득 찼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훌륭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며 맘다니를 칭찬했고, 이에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 지지자들은 당혹스러운 침묵에 빠졌다.

보수 진영 내부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극우 성향 인플루언서들은 방송과 SNS를 통해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반영했다.

트럼프, 비판 대상과의 '미소 회동'…보수 인사들 "정치 연극"

백악관 회동 전까지만 해도 공화당은 맘다니를 "반유대주의 사회주의자", "급진 좌파"라고 맹비난해왔다. 트럼프 역시 지난 6월 맘다니를 "공산주의 광인"이라 칭했지만, 이날은 이와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익명의 백인 민족주의 인플루언서는 "트럼프가 맘다니를 공개적으로 모욕하지 않은 것은 그를 살려준 것"이라 평가했다. 한 친트럼프 유튜버는 "이 모든 것이 트럼프의 유머 감각을 보여주는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핵심 지지층의 반응은 확실한 방향을 잡지 못했다.

MAGA 운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인 터커 칼슨은 이날 오후까지도 회동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의 공식 홍보 계정인 '래피드 리스폰스 47(Rapid Response 47)' 역시 이번 회동을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백악관 언론 자격 얻은 극우 팟캐스터, 회동 현장에서 공격 시도

극우 팟캐스터 잭 포소비엑은 백악관 언론 자격을 얻은 뒤, 회동 현장에서 맘다니에게 "백인에게 재산세를 더 물릴 계획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맘다니는 "공정한 재산세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답했지만, 해당 장면은 보수 진영에서 "맞받아친 용기 있는 질문"이라며 찬사를 받았다.

터닝포인트USA의 대변인 앤드루 콜벳과 보수 논객 베니 존슨은 "이게 진짜 대적 방식"이라며 포소비엑을 치켜세웠다.

극우 활동가 로라 루머 역시 맘다니를 "지하드 공산주의자"라고 공격했지만, 트럼프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의 우파 내 대표적 비판자인 백인 우월주의자 닉 푼트스는 "이건 정치 연극일 뿐이며 그들은 자신이 말하는 것을 믿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푼트스는 극단적 반이민과 반이스라엘 노선을 주장하며 최근 보수 진영 내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전략가 스티브 배넌은 자신의 팟캐스트 ‘워룸’에서 “트럼프가 맘다니를 띄워 그 정책 실패를 유도하는 전략”이라며 회동을 정치적 함정이라 해석했다. 배넌은 “트럼프는 그가 도시를 망치게 둘 것이다. 그는 마르크스주의 지하디스트”라고 말했다.

"정치 아웃사이더 간의 공감"…트럼프-샌더스 연대도 언급

맘다니 측 대변인은 "대통령과 당선인은 경제적 부담과 기득권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같은 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대해서도 "우리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부분에서 공감한다"고 말했다.

맘다니의 대변인 도라 페케츠는 성명에서 "미국인 대다수가 조작된 경제 시스템과 고장 난 정치에 좌절하고 있다"고 밝히며 "당선인은 대통령과의 의견 차이를 분명히 했지만, 뉴욕 시민을 짓누르는 경제적 부담 해결에 협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의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