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서 수정안 초안 마련… 우크라 "주권·포로송환 쟁점 지켜냈다"

(올랜도) 김명곤 기자 =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제네바에서 열린 고위급 협상에서 양국은 평화안 수정 초안을 마련했으며, 협상을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주요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협상은 미국이 주도한 평화안 초안에 대한 우크라이나와 유럽 측의 우려를 반영하기 위한 자리였다. 초안에는 우크라이나가 일부 영토를 포기하고, 군 병력을 감축하며, 나토 가입을 포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고, 이 같은 조건은 "러시아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제네바 협상 뒤 미국 백악관과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공동성명을 내고 "입장 조율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고,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목요일까지 협상 타결을 원하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일정은 유동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우선 우크라이나와 합의한 뒤, 이를 러시아에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젤렌스키 "포로·납치 아동 반환, 협상 테이블에 남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민감한 쟁점들을 협상 테이블에 남겨두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에 억류된 전쟁포로 전원 석방, 납치된 어린이들의 귀환 문제를 언급하며 "우리를 약화시키지 않고 강화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금은 결정적인 시점"이라며 "미국과 유럽, 그리고 다른 동맹국들과 함께 협상 전략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핀란드 알렉산더 스투브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협상이 진전되긴 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주요 쟁점들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독일 외무부의 요한 바데풀 차관도 독일 공영라디오에 출연해 "초안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배제 조항은 삭제됐다"며 "유럽과 나토 관련 내용은 모두 빠졌다"고 전했다.

바데풀 차관은 "이제 남은 과제는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어떻게 보장하느냐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침묵…“우린 아직 들은 바 없다”

크렘린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제네바 회담 결과에 대해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바 없다"며 "러시아는 협상에 열려 있으나, 이번 주 미국과 만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고 가디언지는 보도했다.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는 제네바에서 기자들에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쟁점들이 있지만, 넘을 수 없는 장벽은 아니다"며 "조만간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앙골라에서 열린 아프리카연합 정상회의 참석 중 유럽연합(EU) 지도자들도 따로 만나 평화안 논의를 이어갔다. 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은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이번 협상으로 진전을 위한 토대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그녀는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주권은 절대적으로 존중돼야 하며, 군사 정책과 미래 진로는 오직 우크라이나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