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인하 기대했지만'... 실상은 거의 불변 수준
|
▲ '매매 완료' 중 사인이 붙은 매물 홍보판. ⓒ 코리아위클리
|
(올랜도) 최정희 기자 = 미국 부동산 업계의 수수료 구조를 뒤흔든 대규모 합의 이후에도, 대부분의 주택 판매자들은 여전히 기존과 같은 중개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개인과 매수인(구입 희망자) 사이의 별도 협상이 가능해지면서 수수료가 인하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상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매수인이 중개인과 계약을 맺지 않아도 됐고, 수수료가 매도인(판매자) 부담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수수료 구조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다. 이는 MLS(다중 매물 등록 시스템)에 등록된 매물에 대해 매도인측의 중개 수수료를 배분을 명시하도록 요구한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이하 NAR)의 규정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매도인이 전체 거래 금액의 5~6%를 매도 및 매수 중개인 양측에 나눠 지불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2019년, 미주리주의 매도인들은 NAR를 상대로 "이러한 관행이 수수료를 인위적으로 높이고 있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배심원단은 매도인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합의 이후 NAR은 수수료 '분리'에 동의했고, 매수인이 매물에 오퍼를 넣기 전 '바이어-브로커 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이 계약서에는 매도인이 매수인 수수료를 거절할 경우 매수인이 직접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새 규정이 매수인과 그 중개인으로 하여금 별도로 협상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중개 수수료가 다소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기존 관행을 파괴하는 것은 어려운 일로 나타났다.
최근 샌프란시스코 지역 미디어 체인인 <베이 에어리어 뉴스 그룹>은 중개 수수료 제도가 바뀌었지만 현실은 그대로라며 지역의 한 사례와 더불어 중개인들의 의견을 실었다.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거주하는 에릭 이타쿠라는 지난해 콘도를 매물로 내놓으며 중개 수수료를 아끼길 기대했다. 부동산 중개인 수수료를 둘러싼 규정이 새롭게 바뀐 직후였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타쿠라의 매물에 오퍼를 넣은 두 명의 매수인은 모두 자신의 중개 수수료를 매도인이 지불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 명은 2.5%, 다른 한 명은 3%를 요구했다. 이타쿠라는 거절할 수도 있었지만 계약이 파기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했다. 이타쿠라는 "오랫동안 굳어진 관행이 있다"며 "그 틀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중개 수수료 협상은 가능... 그러나 평균 수수료는 거의 변동 없어
매체가 온라인 부동산 업체인 레드핀의 자료를 전한 바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기준 미국 전체 평균 매수인 중개 수수료는 2.43%로, 규정 변경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캘리포니아의 중개인 자넬 보옝가는 "집값이 너무 높기 때문에 매수인들은 추가 비용을 부담하기 어렵다. 매도인이 수수료를 지불하는 게 유리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버클리의 중개인 다니엘 스테아는 "매도인이 거절할 자유는 있지만 그로 인해 매수인의 제안이 바뀔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스테아는 "중개인들은 수수료는 언제나 협상이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2.5%를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중개인은 자신이 소속된 중개회사로부터 수수료를 2.5% 이상 유지하라는 압박을 받는다고 전했다. 중개회사는 보통 중개인의 수수료에서 15~40%를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부유한 매수인은 중개 수수료를 직접 부담하기도 하고, 거래가 치열한 지역에서는 매도인이 수수료를 거절할 수 있는 힘도 생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매도인은 수수료보다 순수익이나 매매 조건을 우선 고려해 제안을 수락한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타쿠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3% 수수료 요구에 불쾌했지만 이를 받아들였다며 "원칙보다 더 중요한 건 집을 파는 일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