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부족 문제 해결 가능성 열어

(올랜도) 최정희 기자 = 유전자가 편집된 돼지 신장을 인간에게 이식하는 첫 임상시험이 미국에서 시작됐다. 동물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이른바 '이종이식(xenotransplantation)'이 임상 단계에 들어선 것은 세계 최초다.

3일 <에이피통신>에 따르면 유전자 편집 돼지 신장을 제작한 생명공학기업 '유나이티드 써러퓨틱스(United Therapeutics)'는 뉴욕대(NYU) 랭곤 헬스에서 첫 이식 수술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임상은 말기 신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돼지 신장의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기 위해 진행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임상시험은 '익스팬드(EXPAND'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며, 초기에는 두 개 의료기관에서 총 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향후 결과에 따라 참여자 수는 최대 50명까지 확대될 수 있다. NYU 이식센터를 이끄는 로버트 몽고메리 박사는 "임상 참여를 희망하는 환자 명단이 이미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유나이티드 써러퓨틱스의 돼지 신장은 총 10개의 유전자 편집을 거쳤다. 면역거부 반응을 유발하는 돼지 유전자 4개를 제거하고, 인간 유전자 6개를 삽입해 호환성을 높였다. 또한 장기가 과도하게 성장하는 것을 막는 유전자도 함께 제거했다.

매체에 따르면 돼지 신장을 인간에게 이식하는 수술은 전에도 이뤄진 적이 있었으나 정식 임상시험이 아니라 이른바 '동정적 사용'(compassionate use)에 따른 실험적 치료였다. 이 실험적 치료는 현재 사용 가능한 치료법이 없는 중증·희귀·난치병 환자에게 FDA 허가를 받지 않은 개발 단계 신약 혹은 임상시험 단계 의약품을 무상으로 제공해 치료 기회를 주는 제도이다.

NYU에서는 지난해 앨라배마주의 여성에게 이식된 돼지 신장이 130일간 기능했고,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는 한 남성 환자가 돼지 신장으로 271일간 생활한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이들은 돼지 신장을 제거하고 수술 전과 마찬가지로 신장 투석을 받고 있다.

현재 미국에는 약 10만 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이 신장 수요자다. 그러나 기증자 수는 턱없이 부족해 매년 수천 명이 장기를 기다리다 목숨을 잃는다. 이종이식은 이러한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편 이번 시험은 인체 기증 장기 부족 문제 해결의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으나, 아직은 초기단계라고 매체는 전했다. 이식 후 장기간 기능 유지 및 합병증 여부 등이 관건이며 면역반응, 바이러스 전이, 장기 성장 조절 등 다양한 생물의학적 문제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한편 NYU 연구진은 최근 연구에서 돼지 신장이 인간 몸에서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주요 경로를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향후 면역거부 반응을 제어하고 이식 성공률을 높이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