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신뢰성과 정확성 부족 지적


(올랜도) 최정희 기자 = 장내에는 소화, 비타민 흡수, 염증 억제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박테리아 생태계가 존재한다. 연구에 따르면 장내 미생물의 건강은 간질환, 당뇨, 심지어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같은 연구에 힘입어 최근 100달러에서 500달러 이상을 들여 가정에서 시행하는 '장내 미생물 검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 검사는 대개 변 샘플을 채취해 우편으로 보내는 방식이며, 각종 미생물의 분포를 분석해 '이상적인 상태'와 비교하거나 불균형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 검사들은 연방 규제를 받지 않아 신뢰성과 정확성에 의문이 있으며, 과학적인 효과 입증이 어렵다고 <에이피통신>이 4일 보도했다.

매체는 의료 전문가들의 의견과 함께 장내 미생물 검사의 현주소를 짚었다.

위스콘신대 병원의 위장병 전문의 마크 벤슨 박사는 "장내 미생물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아직 초기 단계"라고 밝혔다. 일부 연구는 당뇨, 간질환, 비만, 염증성 장질환과 미생물 변화 사이의 연관성을 시사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아직 불분명하다.

휴스턴 메서디스트 병원의 위장병 및 간질환 과장 이먼 퀴글리 박사도 "사람마다 장내 미생물 조성이 지문처럼 다르며, 그 대부분의 차이에 대해서는 아직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의사들이 특히 우려하는 부분은 샘플 수집의 일관성과, 비교 기준이 되는 '이상적인 장내 환경'의 과학적 근거다. 어떤 경우엔 변이 아닌 장 상부에서 샘플을 채취해야 더 정확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매체는 전했다.

스탠퍼드대의 의사 과학자인 션 스펜서 박사는 "환자들에게 이 검사는 흥미롭고 멋져 보이지만, 의사 입장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장내 미생물을 바꿀 도구가 부족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치료로 이어지지 않는 결과, 보충제 판매와의 연결

실제 임상에서 의사들은 감염, 염증, 암 등을 확인하기 위해 변 검사를 사용하지만, 시중 검사의 결과는 대부분 치료로 이어지지 않는다. 항생제나 식단 조정 외에는 장내 미생물을 변화시킬 방법도 현재로선 제한적이다.

"실제로 도움이 될 만한 경우도 드물게 있지만, 대부분은 돈 낭비"라고 퀴글리 박사는 말했다. 또 검사 결과로 나오는 미생물 불균형 목록은 의학적으로 뒷받침되는 치료법과 연결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매체에 따르면 검사 업체들 중 약 45%는 검사 결과에 따라 자사 보충제 판매를 권장한다. 이들 업체는 업체는 검사와 함께 자사 프로바이오틱스 등을 추천하며, 이를 통해 미생물 변화 여부를 추적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프로바이오틱스를 비롯한 보충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의약품 규제를 받지 않아 효과나 성분의 정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매체는 전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들이 아토피, 고지혈증, 과민성대장증후군 등의 치료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검사 없이도 장 건강 개선 가능

매체가 접촉한 전문가들은 이런 검사를 단순한 호기심이나 연구 목적이라면 해도 무방하지만, 장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벤슨 박사는 "검사 결과만 믿고 값비싼 보충제를 복용하거나 치료법을 바꾸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신 식물성 섬유질과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며,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심각한 장 증상(혈변, 장기적인 변비나 설사, 극심한 복통 등)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스펜서 박사는 미래에는 장내 미생물 상태에 따라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시대가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이 기술을 표준 치료로 만들기 위해선 더 많은 연구와 과학적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