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반올림은 법 위반 소지 있어, 다수 매장들은 5센트 단위로 반내림

(올랜도) 최정희 기자 = 미국이 1센트 동전(이하 페니) 생산을 중단한 이후 전국 소매업체와 은행들이 잔돈 부족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상점들은 정확한 거스름돈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은행은 남은 페니를 배급제로 제한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2월 9일, 생산 단가가 액면가를 초과하는 점을 이유로 페니 생산 중단을 발표했다. 이후 미 재무부는 5월 마지막 동전 원판(블랭크) 주문을 마쳤고, 6월 마지막 페니가 주조됐다. 8월까지는 이 동전들이 전국 은행과 현금 수송업체에 배분됐다.

그러나 캐나다, 영국 등은 소액 동전 퇴출을 수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한 반면, 미국은 의회 논의 없이 갑작스럽게 페니를 시장에서 퇴출시켰다는 점에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고 30일 <에이피통신>이 전했다.

전미편의점협회(NACS)의 제프 레너드는 "우리는 페니의 폐지를 원했지만, 지금처럼 아무런 지침도 없이 혼란만 가중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며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통망 붕괴와 미국인의 '페니 비사용 습관'이 문제 키워

매체에 따르면 미 조폐국은 2024년 한 해 동안 페니 32억3천만 개를 생산했으며, 이는 쿼터(25센트)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그러나 대부분의 페니는 잔돈으로 제공된 뒤 유통되지 않고 가정에 틀어박혀 있거나 장식용으로 쓰이며, 이로 인해 조폐국은 매년 대량 생산을 반복해왔다.

페니 하나를 생산하는 데는 3.7센트, 니켈(5센트)은 13.8센트가 소요되는 등 생산 단가가 액면가를 넘는 상황이 수년간 지속됐다. 재무부는 페니 생산 중단으로 연간 약 5천600만 달러의 예산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유통 구조도 문제라고 매체는 전했다. 전국 170개의 동전 유통센터 중 약 3분의 1은 현재 페니 입출금이 중단된 상태로, 페니가 남아 있는 지역에서도 부족한 지역으로의 재분배가 어려운 실정이다.

법적 분쟁 우려로 '반내림 계산' 확산…손실 수백만 달러 추정

매체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법적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주와 도시는 현금 고객에게 불리한 가격 계산을 금지하고 있어, 페니가 없다고 가격을 반올림할 경우 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이에 따라 다수의 매장들이 모든 현금 결제를 5센트 단위로 반내림하고 있으며, 이는 곧 매출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 편의점 체인 쉬츠(Sheetz)는 100개의 페니를 가져오는 고객에게 무료 탄산음료를 제공하는 행사를 열 정도로 동전 확보에 고심하고 있으며, 또 다른 업체는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 가격을 반올림하지 않고 내림 처리해야 해 올해 수백만 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중서부 지역 편의점 체인 퀵트립(Kwik Trip)은 올해 약 300만 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부 매장에서는 거스름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도록 유도하는 방식도 도입되고 있다.

현재 의회에는 '커먼 센트 법(Common Cents Act)'이라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해당 법안은 현금 거래 시 5센트 단위로 반올림(올림 또는 내림)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업계는 수용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