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M 논평>
(뉴욕) 김기대 목사(미주 뉴스M)
2025년 9월,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팀 버쳇(Tim Burchett)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X(구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미국 해안 심해에 5~6개의 UFO 기지가 존재하며, 고도로 발달한 외계 문명이 수 세대째 숨어 있을 가능성"을 주장했다. 미확인 비행체(UAP) 목격 사례를 근거로 든 이 발언은 단순한 음모론을 넘어, 미국 사회의 심리적·문화적 갈등을 드러냈다. UAP란 Unidentified Anomalous Phenomena( 미확인 이상현상)으로 이전에는UFO (Unidentified Flying Object, 미확인 비행물체)라고 불렸지만, 미국 정부와 군 당국은 최근 더 중립적이고 과학적인 용어인 UAP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버쳇의 주장은 의회 현장에서의 발언이 아니라 개인 SNS를 통한 주장이기는 하지만 “그냥 해 본 소리”로 보기에는 미국의 문화 심리적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UFO는 더 이상 '외계인'이 아닌, 미국인들의 내적 불안과 문화적 환상의 투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버쳇 의원의 발언 이후 외계 현상 연구자인 마이클 살라 박사는 이러한 UFO 기지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구체적 위치를 공개하기도 했다. 살라 박사는 바하마 인근 대서양 지역을 지목하며 “미 해군이 이곳에서 ‘대서양 수중 시험 평가 센터’라는 최고 기밀 수중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융은 1958년 저서 ‘하늘에 나타난 사물들의 현대 신화(Flying Saucers: A Modern Myth of Things Seen in the Skies)’에서 UFO를 집단 무의식의 원형(archetype)으로 규정했다. 그는 UFO 목격을 혼란 속 질서를 찾으려는 ‘티벳 불교의 만다라'에 비유했다. 원형적 상징이 불안한 시대에 부상하는 현상에 다름 아니라고 본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핵전쟁 공포 속에서 UFO는 '전지전능한 원형'으로 등장, 인류의 파괴적 충동과 치유 욕구를 상징했다. 융에게 UFO는 물리적 실체가 아니라, 무의식에서 솟아오르는 '징조'였다. 그런 점에서 현대의 UFO논쟁은 외부로 시선을 돌려 내면의 갈등을 외면하는데 ‘유용’하다.
미국에서 UFO의 존재를 믿는 비율은 여론 조사 기관에 따라 30% 후반대에서 50%초반대로 항상 잡힌다. 특히 젊은 층(18-29세)과 남성에서 믿음이 더 높으며, 2024년 YouGov 조사에서 60% 이상이 정부가 UFO 정보를 은폐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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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SBS 유튜브 캪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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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2025년 미국에서 이 원형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팬데믹 후유증, 정치 양극화, 기후 위기 속에서 UFO 믿음은 점점 높아지는 상태다. 버쳇의 주장처럼 '심해 UFO 기지'는 지구적 위협(기후 변화, 지정학적 긴장)을 외계인으로 투영한 것이다. 융의 관점으로 보자면 이는 미국의 '그림자(shadow)' – 억압된 공포 – 가 표출된 현상이다. '외계인 침공'은 인간 중심의 위기를 초월적 내러티브로 승화시키며, 집단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롤랑 바르트는 ‘신화학(Mythologies)’(1957)에서 UFO를 '지상적 미스터리'로 분석했다. 프랑스 UFO 목격 붐을 다루며, "UFO의 신비는 처음엔 소련 스파이 비행기라는 소문에 지나지 않았 "으나 갈수록 신비화됐다. 바르트에게 신화는 '자연화된 이데올로기'다. UFO 신화는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과 폭력성을 가리는 역할을 했다. 1950년대 미국은 자본주의의 팽창기였지만, 군산복합체의 성장, 소비주의, 불평등 심화 같은 '공격적' 측면이 존재했다. UFO 이야기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외면하게 만들고, 대신 외계 문명이라는 공상적 서사로 대중의 관심을 돌렸다. 바르트는 이를 신화가 ‘빈 의식(empty consciousness)’을 채우는 방식으로 보았다 – 즉, 사회적 비판 대신 우주적 환상을 제공해 자본주의의 문제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들었다.
현재 미국 UFO 문화는 바르트를 빌리자면, 포스트-트루스 시대의 완벽한 신화다. 버쳇 같은 정치인의 발언은 음모론을 더욱 강화한다. 2025년 라이스 대학 UFO 컨퍼런스처럼 학술적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UFO는 '문화 거울'로 기능한다. 라이스 대학(Rice University)은 ‘Archives of the Impossible (AOTI)’라는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UFO/UAP 및 초자연 현상을 학제 간 학문적 담론의 장으로 다루고 있다. 지난 4월 3~5일에는 “The UFO and the Impossible”이라는 제목의 AOTI 국제 컨퍼런스를 열었고, 참석자들은 천문학, 철학, 종교학, 과학, 군사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 경험자(persons with experiences)들이 모여 UFO/우주 현상의 의미를 다루었다. 이 컨퍼런스 발표 프로그램에는 ‘종교와 UFO’, ‘정부 공개(disclosure)의 역할’, ‘비인간 지성(NHI)’ 등의 주제가 포함돼 있으며, UFO 현상이 단순히 물리적 현상을 넘어 인간의 인식, 종교, 정체성, 권력 관계와 맞물려 있다는 질문들이 토론의 중심이었다. 음모론도 배제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결국 외계인에 대한 믿음은 사회 불안을 반영한다. 이민자·AI·경제 불안정이 '침입자' 내러티브로 변형된다. 바르트가 말하듯, 이는 '빈 의식(empty consciousness)'을 채우는 도구로 작동하며 소셜 미디어에서 UFO 전문가들이 음모론을 퍼뜨리며 대중 인식을 형성한다. 결과적으로 UFO는 정치적 도구가 된다. 정치권에서 진영에 따라 ‘편승’하는 각종 가짜 뉴스가 UFO에 대해서는 '진실'에 가까워지면서 보편의 위치를 차지한다.
융과 바르트를 잇는 지점은 UFO가 '심리적 실재'라는 데 있다. 융의 무의식 원형은 바르트의 신화와 만나, 미국 문화의 병리적 상태를 드러낸다. 2025년 미국에서는 '악의 문제(the problem of evil)'가 UFO로 은유된 듯하다. 팬데믹이 남긴 트라우마, AI 윤리 딜레마, 지정학적 패권 상실 속에서 외계인은 '타자'로, 자아의 어두운 면을 대리한다. 심리학적으로 '외계인 납치' 신앙처럼 종교적 경험으로 이어진다. – UFO는 새로운 '구원자'처럼 보이지만 실은 우리 내면의 상처를 비추는 거울일 뿐이다.
그래서 이 신화는 위험하다. 바르트가 경고하듯, 신화는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킨다. 미국의 UFO 열풍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팩트와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포퓰리즘 정치가 번성한다. 융의 조언처럼, UFO를 '내면의 하늘'로 봐야 한다. 외계인이 아닌, 우리 자신의 무의식을 직시해야 한다. 버쳇의 심해 기지는 결국 미국인의 깊은 바다 – 억눌린 감정의 저장소 – 를 가리킨다. 평균 40%대의 미국인들은 UFO를 쳐다보느라 미국 내면의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누가 미국인들을 그리로 떠밀고 있지는 않은가?
사족을 달자면 작년에 버쳇 의원은 이스라엘 군대를 아동 권리 침해국 명단에 올린 유엔의 결정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당시 버쳇 의원은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우리의 가장 큰 동맹국이며 그들의 지도부는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 반면에 하마스는 비겁한 무리처럼 무고한 민간인 뒤에 숨는다. 우리는 유엔에 미국이 이 테러리스트들을 지구상에서 제거하려는 이스라엘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본보 제휴 <미주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