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손자들 유산 제외…며느리 "이해할 수 없는 결정"

(올랜도) 김명곤 기자 = 타임셰어 재벌로 알려진 데이비드 시겔이 올해 4월 사망한 뒤, 그가 남긴 막대한 유산을 둘러싸고 가족 간의 법적 분쟁이 벌어졌다. 특히 막내 손자 두 명이 유언신탁 수혜자 명단에서 제외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올랜도 센티널>과 <라스베이거스 리뷰저널> 등에 따르면, 시겔의 며느리 자네사 시겔은 지난 6월 플로리다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시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부터 우리 가족에게 많은 경제적 지원을 해왔고, 손자들을 유산에서 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신탁관리인 마이클 마더가 데이비드 시겔의 진의를 왜곡했다고 보고 있다.

신탁관리인 "시겔 본인의 뜻 따른 것"

소송의 핵심은 신탁관리인이 수혜자 명단에서 자네사의 남편 스티븐 시겔과 그의 아들 둘을 제외한 2023년의 결정이다. 마더는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이는 시겔의 명확한 의사를 반영한 것"이라며, 그가 생전 가족에게 막대한 재정 지원을 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시겔은 손자들이 거주 중인 8000제곱피트 규모의 고급 저택 구입에도 380만 달러를 지원했고, 스티븐의 병세가 악화된 이후에는 급여뿐 아니라 여행, 주거, 가사도우미 비용까지 부담했다고 마더는 주장했다.

하지만 자네사 측은 "아무리 많은 지원이 있었더라도, 손자들을 신탁에서 배제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며 마더가 신탁관리인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베르사유 궁전"의 주인, 법정에서도 관심 집중

데이비드 시겔은 1982년 차고에서 시작한 웨스트게이트 리조트를 미국 최대 타임셰어 기업으로 키운 인물이다. 그는 13명의 자녀와 12명의 손자·계손자를 뒀으며, 두 번째 부인 재클린과 함께 9만 제곱피트 규모의 초호화 저택 '베르사유 하우스' 건설로 다큐멘터리 '베르사유의 여왕'에 출연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다.

현재 그의 유산은 자녀, 손자, 측근 등에게 분배돼 있으며, 자네사의 두 아들만이 명단에서 빠져 있다. 해당 다큐멘터리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도 10월 브로드웨이에서 프리뷰를 시작할 예정이라 법정 싸움 외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올랜도 센티널>, <뉴욕타임스> 등은 이번 소송이 "가족 유산 분쟁의 전형적인 사례이자, 신탁관리인의 권한과 책임을 둘러싼 중요한 법적 쟁점"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