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장관·국가안보보좌관 동시 수행… 백악관 외교·안보·국내정책 전방위 장악

(올랜도) 김명곤 기자 =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회담에 참석하며 다시 한번 그의 위상을 드러냈다. 루비오는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이라는 중책을 동시에 맡아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 정책을 실행하는 핵심 인물로 활약 중이다.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는 "외교 분야에서 트럼프 바로 아래가 루비오"라고 마이애미 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도 "그가 물러나겠다고 말하지 않는 이상 교체 계획은 없다"고 워싱턴포스트에 전했다.

루비오는 공식 직책 외에도 한때 국제개발처(USAID)장 대행, 국립기록원장 대행을 겸직했다. 현재는 국무장관 직무에만 집중하고 있다. 급변하는 백악관 인사 속에서 루비오가 자리잡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CNN은 “트럼프 1기 내각에서 수차례 물갈이가 있었던 것과 달리, 루비오는 2기 핵심 브레인으로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외교에서 국내정책까지 영향력을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친트럼프 노선과 전방위 역할 수행

루비오는 트럼프 대통령과 부통령 제이디 밴스, 비서실장 수지 와일스와 함께 백악관 정책 결정의 ‘3인 동맹’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와일스의 사무실에서 주요 정책 사안을 논의하고 대통령에게 공동으로 제안한다. 국방장관 피트 헥세스, CIA 국장 존 래트클리프, 합참의장 댄 케인 등도 이 과정에 수시로 참여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루비오는 하루에 최대 7번 이상 주요 참모들과 연락하며 백악관과 국무부를 오간다. 오전에는 국무부, 오후에는 백악관에서 일정을 소화하는 방식으로 두 직책을 병행하고 있다.

루비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얻기 위해 물밑에서 꾸준히 접촉해왔다. 대통령이 플로리다로 거처를 옮긴 이후 자주 전화 통화를 이어갔고, 트럼프 전 가족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팟캐스트, 라라 트럼프의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친밀도를 높였고, 이방카 트럼프와는 가족 정책 분야에서 협업했다.

정책 유연성 논란… 그러나 트럼프에겐 ‘필승 카드’

일각에서는 루비오가 트럼프 대통령의 노선을 따르기 위해 기존의 입장을 대폭 수정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원의원 시절 강력히 지지했던 국제개발처(USAID)를 장관이 된 뒤 해체했고, 유학생 비자 제한과 친팔레스타인 시위 참가자 비자 취소 조치 등 강경 조치도 단행했다.

정치학자 대니얼 드레즈너는 “2016년의 루비오가 2025년의 루비오를 본다면 경악할 것”이라며, 하지만 “루비오는 살아남았고, 영향력을 키운 인물”이라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전 국무부 당국자 캐리 필리페티도 루비오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외교적 ‘성과’를 제공하며 확실한 신뢰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루비오는 단순한 참모를 넘어 트럼프 행정부의 ‘필승 카드’로 작용하고 있다. 필리페티는 “그는 단지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번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