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글레이즈가 아닌 주택가 한복판에서 14피트 비단뱀 등장"

사진: Phyton(One drive에 있음)

사진설명: 마이애미데이드 인근의 인구 밀집 교외 지역을 지나는 6차선 도로인 U.S. 1 근처에서, 카를로스 아톨라 경사(왼쪽)와 보안관실 소속 부관이 최근 길이 14피트(약 4.3미터)에 달하는 버마비단뱀을 포획했다. (사진 제공: 파인크레스트 경찰서)


(올랜도) 김명곤 기자 = 최근 마이애미 교외 도심에서 길이 14피트(약 4.2미터)에 달하는 버마비단뱀이 포착돼 야간 작업 중이던 도로 근로자와 경찰이 긴급 대응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비단뱀의 출현이 도심 외곽으로 점점 확산되고 있으며, 주택가와 상업지구에서도 자주 목격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플로리다주 파인크레스트 지역에서 도로 아스팔트를 포장하던 클라우딜리오 크루즈는 지난달 새벽 2시께 U.S.1 고속도로에서 차량 경적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가 거대한 뱀이 차선을 가로지르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즉시 교통을 멈춰 뱀과 운전자 모두의 안전을 확보했고, 이후 파인크레스트 경찰이 출동해 뱀을 안락사시켰다. 이는 플로리다 어류야생보호위원회(FWC)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조치다.

불법 사육 가능성도… “상처 많고 공격적, 야생 개체일 수도”

포획된 뱀은 목과 머리 주위에 다수의 상처를 지닌 채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고, 이로 미뤄 야생 개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경찰 측은 밝혔다. 일부에서는 탈출한 반려동물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버마비단뱀은 2010년 이후 매매가 금지됐고, 2021년부터는 사육 자체도 불법이다.

이 외에도 올해만 마이애미-데이드, 브로워드, 팜비치 카운티 일대 교외 지역과 산업단지에서 12건 이상의 비단뱀 목격 및 포획 사례가 공식 보고됐다. 주차된 차량 밑, 주택가 마당, 쇼핑몰 인근, 고속도로 주변 등 장소도 다양하다.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소속 독사 대응팀의 크리스 페코리 중위는 “최근 몇 달간 비단뱀 출동 건수가 두세 배로 늘었다”며 “남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잡히던 뱀이 이제는 코럴게이블스, 사우스마이애미, 팔메토베이 등 동북부까지 출현 중”이라고 전했다.

플로리다대 침입생태학 전문가 멜리사 밀러는 “비단뱀은 교란된 환경, 즉 농경지나 교외 지역에서 잘 번식한다”며 “수로를 따라 북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EDDMapS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5월 이후 브로워드, 팜비치, 마이애미-데이드 각 카운티의 도시화 지역에서만 10건 이상의 비단뱀 출현이 기록됐다.

"작은 동물 노리고 도심 침투… 집 고양이도 위험"

전문가들은 이들 뱀이 들쥐, 너구리, 오소리 같은 야생동물은 물론, 들고양이나 소형 반려동물까지 먹잇감으로 삼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페코리 중위는 “사람보다는 집 고양이나 작은 반려견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밀러 박사는 “먹이가 작더라도 충분히 생존할 수 있다”며 “큰 뱀도 쥐나 비둘기 같은 소형 동물로 연명한다”고 덧붙였다.

비단뱀은 독이 없지만 대형 개체는 위험할 수 있고, 어린 뱀은 독사와 혼동될 수 있어 전문가들은 시민들에게 직접 포획을 시도하지 말고 경찰과 FWC의 ‘IveGot1’ 핫라인(888-483-4681)에 신고할 것을 권고한다.

한편 이번에 포획된 비단뱀은 경찰에 의해 가죽이 벗겨지고, 고기는 낚시 미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이미 플로리다 교외 전역으로 침투한 침입종 비단뱀의 확산 양상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과거 에버글레이즈에서 포획된 개체와 달리, 이제는 도심에 가까운 공원, 골프장, 심지어 도로변이나 백야드에서도 비단뱀이 목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