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여성 평균 증가율을 훨씬 웃돌아, 젊은 층 특히 위험

(올랜도) 최정희 기자 = 미국 내 아시아계 및 태평양 제도계(AAPI) 여성들의 유방암 발병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대부분의 인종과 연령대에서 유방암 사망률은 감소한 것과 대조됐다. 특히 50세 미만 여성에서 그 증가세가 뚜렷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근래 '카이저패밀리재단 헬스 뉴스(Kff Health News)'가 미국 국립보건원(NIH) 발표를 기준으로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0세 미만 AAPI 여성 10만 명당 약 55명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이는 흑인 및 히스패닉 여성보다 높은 수준이며 백인 여성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2000년 대비 약 52% 증가한 수치로, 같은 기간 전체 여성 평균 증가율 3%를 훨씬 웃돌았다.

복합적 원인 추정되지만 "여전히 미스터리"

전문가들은 유방암 발병률 증가 원인이 여전히 뚜렷하지 않음을 지적한다고 매체는 전했다. UC 데이비스 보건센터 임상 유방암 프로그램 책임자인 헬렌 추 박사는 "AAPI 집단은 문화적으로나 유전적으로 매우 다양해 단순한 원인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UCSF 헬렌 딜러 종합 암센터의 역학자 스칼렛 고메즈 교수는 "연간 약 4%씩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며 "모든 병기(stage)에서 고른 증가세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고메즈 교수는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암 연구를 이끌고 있으며, 스트레스와 문화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켁 의과대학의 베로니카 세티아완 교수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서구화된 생활습관을 받아들이면서 발병 위험이 높아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초경 시기가 빨라지거나 출산 연령이 늦어지고, 수유를 하지 않는 경우 등이 유방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유방암 사망률은 정체... 타 인종 대비 감소폭 미미

매체가 전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에 따르면, 2023년 AAPI 여성 10만 명당 12명이 유방암으로 사망했다. 이는 2000년과 큰 차이가 없는 수치로, 같은 기간 전체 여성의 유방암 사망률이 30% 가까이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세부적으로는 2018년부터 2023년 사이 아시아계 여성 약 9000명이 유방암으로 사망했으며, 하와이 원주민 및 태평양 제도계 여성은 약 500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인구 대비 사망률은 하와이 원주민 및 태평양 제도계 여성이 아시아계 여성보다 116% 높았다.

다른 암 발병률도 상승... 젊은 여성 위험 높아

유방암 외에도 AAPI 여성 50세 미만 연령층에서는 췌장암, 갑상선암, 대장암, 자궁내막암, 비호지킨 림프종 등의 발병률도 상승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하지만 유방암은 여전히 이들 암 중 가장 흔하며, 젊은 여성일수록 더 공격적인 형태의 유방암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 사망률 또한 높은 편이다.

매체는 건강한 여성들도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8년 36세의 나이에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은 크리스티나 카시와다는 당시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했고, 정기 검진도 받는 중이었다. 하지만 친척의 권유로 받은 유방촬영술에서 암이 발견됐다.

카다와다는 수술과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조기 폐경 유도 약물치료, 난소 제거 수술까지 이어지는 긴 치료 과정을 겪었고, 현재는 회복 중이다. 그는 "운동하고 식단도 챙겼지만, 이런 것들이 면역을 보장해주진 않는다"라며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