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걱정 없이 통증 줄고 잠도 좋아져"… 미국·유럽 승인 절차 착수

(올랜도) 김명곤 기자 = 대마초에서 추출한 신약이 만성 요통을 눈에 띄게 완화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작용은 있었지만, 마약성 진통제보다 중독 우려가 낮아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독일 제약사 베르타니컬(Vertanical)이 개발한 대마초 유래 액상 약물이 만성 요통 환자의 통증을 줄이는 데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가 9월 2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다.

800명 대상 임상시험…수면·활동 능력도 개선

연구는 만성 요통 환자 800명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진행됐다. 환자들은 무작위로 신약이나 위약(placebo)을 복용했으며, 결과적으로 신약을 복용한 그룹은 통증 지수(11점 만점)에서 평균 2점 가까이 감소했다. 위약 그룹의 감소 폭은 1.4점이었다. 연구진은 이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고 밝혔다.

또한 신약 복용군은 수면 질과 신체 활동 능력도 향상됐다고 응답했다. 일부 환자는 6개월간 연장 복용했으며, 통증 완화 효과는 지속됐다.

해당 약물은 대마초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인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를 소량 포함하고 있으나, 일반 대마초 제품보다 훨씬 낮은 '미세 용량' 수준이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 사이에서는 중독, 남용, 금단 증상 등의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하노버 의과대학 소속이자 연구 책임자인 마티아스 카르스트 박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대마초가 만성 요통 환자에게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치료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오피오이드 부작용 우려 속 '새로운 해법'

공영언론 NPR에 따르면 기존의 진통제인 이부프로펜 등은 위장 장애 등 부작용으로 장기 복용이 어렵고, 오피오이드계 진통제는 중독성과 남용 위험 때문에 최근에는 권장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많은 환자들이 대체 치료법을 찾고 있으며, 미국 내 주정부가 운영하는 의료용 대마 프로그램에서도 만성 통증은 가장 흔한 등록 사유로 꼽힌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연구는 그러한 비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약물 복용 후 어지럼증, 피로, 메스꺼움 등 부작용이 있었으나, 전체의 17%가량만이 중도에 복용을 중단했으며, 이는 일반적인 오피오이드 중단률보다 낮은 수치다.

베르타니컬은 이미 유럽의약품청(EMA)에 약물 승인 신청을 제출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과도 임상시험 설계를 위한 사전 협의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