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 자율, 투명성"이 동맹 설계의 핵심이 되어야

(올랜도) 김명곤 기자 =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한국인 노동자 집단 체포 사건은 ‘한미동맹’이라는 말이 과연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한 개념인지 되묻게 만들었다. 단순한 외교 협력이나 군사 공조를 넘어, 이제는 ‘국민의 안전과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동맹은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맹의 미래 설계에서 다음 세 가지 기준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말한다. 바로 존중, 자율, 투명성이다.

‘존중’은 절차와 태도의 문제

첫째는 상호 존중이다. 이는 단순히 말로만 ‘파트너’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건 발생 시 상대 국민에 대한 합당한 대우와 사전 협의가 이루어지는 구조를 뜻한다.

이번 노동자 체포처럼, 미국 측에서 한국 정부와의 사전 협의 없이 무리하게 법 집행을 강행하는 구조는 동맹의 기본 정신에 어긋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안보 전문가 정욱식은 “동맹은 우위-하위 구조가 아니라, 협력의 구조여야 한다”며 “한국 국민이 존중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동맹이 아니라 복종”이라고 말했다.

‘자율’은 결정권과 기획력의 문제

둘째는 자율성이다. 동맹을 맺었다고 해서 모든 의제를 미국의 시선과 우선순위에 맞춰야 한다는 전제는 폐기되어야 한다. 예컨대, 해외 파병, 전략무기 배치, 경제 협정 등에 있어서 한국의 독자적인 판단과 정책 기획력이 보장되어야 한다.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둘러싼 최근 논의에서도,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자동 부속되기보다는 한국 스스로의 전략적 판단력과 설계 능력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투명성’은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는 동맹

셋째는 투명성이다. 대다수의 동맹 관련 결정은 비공개로 진행되며, 그로 인해 국민은 사후적으로 결과만 전달받는 구조다. 그러나 동맹이 민주국가 내부에서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설명 가능한 구조여야 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국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보다 정확한 보고와 공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정보공개 차원이 아니라, 동맹이 국민의 동의와 지지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는 민주적 원칙을 뜻한다.

동맹, 재검토가 아니라 재설계의 시간

한미동맹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과거의 구도, 과거의 언어, 과거의 위계에 갇혀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유효한 ‘동맹’이 아니다.

미래의 동맹은 ‘대한미국’이 아닌, ‘대한민국’의 국민을 위한 동맹이어야 하며, 그 출발점은 존중받는 동맹국, 자율적인 외교, 투명한 정책 결정이라는 3가지 원칙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