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민 정책과 절차 복잡성에 수요 폭증… 저소득 이민자들 직격탄

(올랜도) 김명곤 기자 = 미국 전역에서 추방이 급증하면서 이민 관련 법률 서비스의 수요가 급증했고, 이에 따라 변호사 수임료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시애틀에 본사를 둔 이민 전문단체 바운디드리스 이미그레이션(Boundless Immigration)에 따르면, 결혼 기반 영주권 신청 수임료는 7년 전 4000달러 수준이었지만 최근 최대 1만 5000달러까지 상승했다. 추방 방어 사건의 경우, 평균 수임료는 1만 달러에서 1만 2000달러 이상으로 올랐다.

<탬파베이 타임스>와 <야후 뉴스>에 따르면, 이런 급등은 단순히 수요 증가 때문만이 아니라, 사건 자체의 복잡성과 요구되는 서류량이 크게 늘어난 탓도 있다. 탬파 지역 이민 변호사 리셋 산체스는 "간단한 케이스조차도 이제는 전략, 조사, 문서 준비에 몇 배의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법정은 넘쳐나고, 변호사는 없다… 대다수 이민자들 ‘무방비’

미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이민 법원에 적체된 사건은 약 340만 건에 달하며, 그 중 60% 이상이 법률 대리인 없이 진행되고 있다. 버라 인권연구소(Vera Institute of Justice)의 분석도 같은 결론을 내린다.

플로리다주의 경우, 약 50만 명이 법원 절차에 놓여 있으며, 시러큐스 대학교 자료에 따르면 이 중 37만 명이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한 상태다. 힐스버러, 피넬라스, 패스코, 폴크 등 4개 카운티만 해도 5만7천 명 이상이 추방 절차 중이며, 이 중 변호인을 둔 경우는 5명 중 1명꼴에 불과하다.

아메리칸 변호사협회 산하 이민위원회의 애도니아 심슨 부국장은 탬파베이 타임스에 “변호인의 유무는 재판 결과뿐 아니라 법원 효율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지원 축소로 인해 무료 혹은 저비용 법률 지원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 수수료까지 인상… '합법적 체류'의 비용 장벽

2025년 7월 통과된 ‘원 빌 비유티풀 빌 액트(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따라 미국 이민국(USCIS)은 여러 신청서 수수료를 대폭 인상했다. 야후 뉴스에 따르면, 망명 신청에는 100달러, 갱신 시 매년 100달러의 추가 비용이 들며, 취업 허가증은 초기 550달러, 갱신 275달러가 부과된다. 청소년 특별 이민자 청원은 250달러, 임시 보호 신분(TPS)은 50달러에서 500달러로 10배 인상됐다.

이 같은 정부 수수료는 매년 물가 상승률에 따라 인상된다. 이에 따라 아직 취업하지 못한 신규 이민자나 저소득층은 이중, 삼중의 재정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

이민자 권익단체 CAIR 플로리다 지부의 변호사 로버트 지히타는 "현실적으로 많은 이민자들에게 변호사 수임료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일부 변호사들이 할부나 수수료 인하로 도우려 하지만 한계가 크다고 덧붙였다.